미국 금리 동결 가능성에 뜨거운 증시…연준의 실수?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9월 금리 결정이 다시 증시의 가장 큰 변수로 떠올랐다. 문홍철 DB증권 자산전략팀장은 펀더멘털만 놓고 보면 지금 금리를 올리는 것은 실수라고 판단했다. 미국의 고용과 소비와 물가 흐름을 세부적으로 보면 추가 긴축을 정당화할 만큼 강하지 않다는 이유다. 하지만 실제 연준의 결정은 경제 지표만으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연준 내부의 정치적 역학과 트럼프 행정부와의 긴장까지 고려하면 9월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며 투자자가 공격적으로 움직일 시점은 10월 말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문홍철 팀장이 지금 시장에서 가장 먼저 본 것은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은 불과 두 달 사이 1500원대 후반에서 1300원대까지 급락했다. 방향 자체는 이상하지 않다. 한국의 수출이 강한 상황이라면 원화가 강해지고 환율이 내려가는 것이 펀더멘털에 맞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속도다. 고점 대비 약 15% 가까이 빠지는 움직임이 짧은 기간에 나타나면서 기업과 투자자 모두 대응할 시간이 부족했다.
수출기업에는 특히 불편한 환경이다. 올해 사업계획을 세울 때 높은 환율을 전제로 매출과 영업이익을 계산했던 기업들은 환율이 갑자기 200원 넘게 내려오면서 실적 추정치를 다시 조정해야 한다. 수출이 잘되면서 환율까지 높았던 시기에는 기업들이 환율 효과까지 누릴 수 있었다. 지금은 같은 제품을 같은 달러 가격에 팔아도 원화로 환산되는 매출이 줄어드는 구조다.
문홍철 팀장은 환율 하락의 방향 자체는 맞다고 봤다. 한국은 다른 변수보다 수출이 원화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원달러 환율이 수출 펀더멘털과 괴리된 상태에서 지나치게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면 지금은 그 괴리가 빠르게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기술적으로도 중요한 구간이 깨졌다. 문홍철 팀장은 약 7년 동안 이어졌던 원달러 환율의 장기 상승 추세선이 최근 큰 폭으로 하향 이탈했다고 설명했다. 이 선이 무너지면서 기술적으로는 추가 하락을 열어둬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는 우선 1320원 부근을 1차 되돌림 구간으로 봤다. 수출 펀더멘털만 놓고 보면 더 내려갈 여지가 있지만 1250원 수준까지 빠지는 것은 상당히 극단적인 시나리오라고 평가했다.
반도체는 환율 하락의 영향을 받더라도 산업 방향까지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반도체 가격 자체가 크게 오르고 있고 AI 설비투자도 내년까지 높은 증가율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이 반도체 기업의 매출과 이익을 일부 깎을 수는 있지만 제품 가격 상승과 수요 증가가 이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원화 강세 때문에 일부 증권사가 감익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지만 이것이 AI 반도체 사이클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 큰 변수는 금리다. 연준 내부에서는 인상과 동결 주장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일부 인사들은 물가와 고용을 근거로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다른 인사들은 동결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시장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 우세한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홍철 팀장은 펀더멘털만 보면 금리를 올려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도 연준은 실제로 올릴 수 있다고 봤다.
그가 금리 인상을 실수라고 보는 이유는 미국 경제가 시장이 생각하는 것만큼 강하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최근 고용지표가 좋아 보이지만 한 달 전에는 고용 둔화가 크게 부각됐다. 월별 숫자가 지나치게 크게 움직이는 상황에서 단일 지표만 보고 미국 노동시장이 다시 강해졌다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yt-formatted-string force-default-style="" title=""금리 인상은 실수, 하지만 연준은 할 겁니다"…10월 말까지 기다려야 하는 이유ㅣ홍선애, 문홍철 DB증권 자산전략팀장 [여의도 인사이트]">문홍철 DB증권 자산전략팀장</yt-formatted-string>문홍철 DB증권 자산전략팀장](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08/552867-g4JWDJM/20260908101450402nort.png)
미국 경제 전체를 봐도 AI 투자만 강할 뿐 다른 부분까지 동시에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성장률을 구성 요소로 나누면 AI와 빅테크 관련 설비투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소비와 순수출 등 다른 항목은 약해지고 있다. 투자가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동안 다른 부문이 그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한국 투자자들은 반도체와 AI 기업을 중심으로 시장을 보다 보니 빅테크 투자가 늘어나면 미국 경제 전체도 강해진다고 느끼기 쉽다. 하지만 미국 전체 GDP 성장률은 대체로 2% 초반 수준에 머물고 있고 글로벌 주요 기관의 전망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물가 역시 절대적인 가격 상승보다 확산 여부가 중요하다. 문홍철 팀장은 특정 상품 가격이 오른다고 바로 인플레이션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가나 반도체 가격이 오른 뒤 그 상승세가 다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얼마나 퍼지는지가 중앙은행 입장에서 더 중요한 기준이라는 것이다.
이런 확산을 볼 수 있는 지표가 근원물가와 절사평균 물가다. 문홍철 팀장은 유가 상승이 반영되고 있음에도 미국의 근원 CPI와 절사평균 물가가 계속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품목의 가격은 오르지만 광범위한 수요 압력이 강해지고 있다는 신호는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와 물가만 봤을 때 연준이 금리를 올릴 필요는 크지 않다. 문홍철 팀장은 그래서 인상을 정책적인 실수로 규정했다. 그럼에도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실수를 할 거라고 문 팀장이 추측하는 요인은 연준 내부의 조직 역학이다. 케빈 워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명을 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연준 전체를 자신의 정책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연준은 오랜 기간 독립성을 강조해온 조직이고 내부 인사 상당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중앙은행 압박에 불편함을 느껴왔을 가능성이 있다.
문홍철 팀장은 그래서 그는 9월 FOMC에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높게 봤다. 동결하더라도 메시지는 매파적으로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펀더멘털에는 맞지 않지만 연준이 물가 대응 의지와 독립성을 보여주려는 과정에서 긴축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긴축 기조가 오래 이어질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미국 경제의 세부 흐름이 둔화하고 있고 소비와 물가의 확산도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오히려 경기 둔화를 더 빠르게 만들 수 있다. 결국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정책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높다.
문홍철 팀장이 10월 말을 중요한 시점으로 꼽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연준의 태도가 지금보다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9월에는 금리와 환율과 장기채 금리까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보수적인 포지션을 유지하고 연준의 태도 변화가 나타나는 10월 말 이후 공격적인 투자로 전환하는 것이 낫다는 전략이다.
일본은행의 금리 결정과 엔화도 또 하나의 변수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경우 엔캐리트레이드 청산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반복되고 있다. 2년 전 엔화 급등과 글로벌 자산 가격 변동을 경험했기 때문에 금리 인상 발언만 나와도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이다.
문홍철 팀장은 그러나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만으로 엔화의 장기 약세 추세가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이미 일본은행이 여러 차례 금리를 올렸지만 엔화는 구조적인 약세 흐름을 이어왔다. 단순한 금리차만으로 엔화 움직임을 설명하기 어렵다.
그가 말하는 진짜 엔캐리는 단기 헤지펀드의 엔화 포지션과 다르다. 일본 연기금과 보험사와 은행과 개인투자자들이 지난 15년 동안 해외에 투자한 거대한 자산이 핵심이다. 문홍철 팀장은 그 규모를 적게는 2조달러에서 많게는 3조달러 수준으로 봤다.
이 자금의 상당 부분은 북미에 투자돼 있다. 미국 국채가 중심이라기보다 북미 주식과 크레딧 자산의 비중이 크다는 설명이다. 사모대출과 부동산과 중소기업 대출과 복잡한 구조화 상품 등도 포함된다. 엔캐리 청산은 일본은행이 단순히 금리를 올리는 것보다 북미 자산에서 부실이 발생하거나 주식시장이 구조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다.
과거 사례도 마찬가지였다. 1998년 미국과 일본의 외환시장 공조가 엔화 강세 전환의 직접적인 원인처럼 보이지만 실제 핵심 트리거는 러시아 모라토리엄과 LTCM 파산이었다. 당시 엔캐리 자금이 투자됐던 신흥국 채권에서 손실이 발생하면서 강제 청산이 나타났고 그 결과 엔화가 급격히 강해졌다는 것이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린다는 뉴스만으로 엔캐리 청산을 걱정해 주식을 팔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일본은행 발언 때문에 엔화가 갑자기 강해지고 주식시장이 급락한다면 반대로 매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봤다. 실제 엔캐리 청산은 금리 결정 자체보다 투자자산의 부실과 강제적인 자금 회수에서 시작된다는 설명이다.
이런 환경에서 자산 배분은 보수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미국에서는 개별 빅테크보다 S&P500 지수를 선호했다. 빅테크는 최근 주가가 쉬어가는 구간이지만 미국 시장 전체의 구조적인 강점은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국내 증시는 반도체가 이미 상당한 조정을 받은 만큼 제한적인 반등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코스피는 7200선부터 매물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바로 강한 상승 추세로 복귀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주가가 더 올라가기 위해서는 매물벽을 소화하는 과정과 연준의 태도 변화가 동시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홍철 팀장의 전략은 9월을 공격적으로 돌파하는 것이 아니다. 환율은 너무 빠르게 내려왔고 미국 장기금리는 아직 상승 압력을 받고 있으며 연준은 펀더멘털과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은 이런 변수가 정리될 때까지 방어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환점으로 보는 시기는 10월 말이다. 중간선거가 가까워지고 연준의 긴축 태도가 완화될 가능성이 나타나며 국내 증시의 매물도 어느 정도 소화되는 시점이다. 그 전까지는 미국 S&P500과 단기채와 금을 중심으로 대응하고 국내 증시는 반도체의 제한적인 반등을 활용하는 수준이 적절하다고 봤다. 금리 인상이 실수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실수가 실제로 나올 수 있다는 전제에서 투자해야 하는 시장이라는 것이 문홍철 팀장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