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로, 꽃으로, 소소한 도움으로…‘기분좋은 사무실’ 만들어줘[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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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이 머무는 곳들이 있습니다. 파티션 모퉁이에 걸린 작은 그림 한 점,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는 명화 달력, 그리고 작은 유리병에 꽂혀 있는 꽃.
레아는 삭막한 사무실에 온기를 불어넣는 후배입니다.
"제가 도와드릴까요?" 그러고는 한참을 헤매던 문제를 금세 해결해 놓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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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이 머무는 곳들이 있습니다. 파티션 모퉁이에 걸린 작은 그림 한 점,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는 명화 달력, 그리고 작은 유리병에 꽂혀 있는 꽃. 누가 해놓았는지 묻지 않아도 우리는 압니다.
“이런 예쁜 짓을 할 사람은 우리 레아밖에 없지.”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공간의 온도 속에서 우리는 매일 아침 레아의 존재를 먼저 느낍니다.
레아는 삭막한 사무실에 온기를 불어넣는 후배입니다. 누군가의 어깨가 무겁게 내려앉아 있거나 표정이 어두운 날이면 어김없이 먼저 알아챕니다. 그리고 깨알 같은 글씨로 위로의 마음을 담아 책상 위에 쪽지를 살며시 올려놓습니다.
나이 차이가 제법 나는 후배인데도 나는 이따금 마음이 답답할 때면 그녀에게 슬며시 신세타령을 늘어놓습니다. 나보다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그녀 앞에서는 나이 차이가 무색해지기 때문입니다.
업무용 글을 건네며 한번 읽어봐 달라고 하면 붉은 펜으로 일일이 의견을 덧붙여 줍니다. 글의 오류는 물론이고 방향까지 짚어주는데, 어쩌면 그렇게 필요한 말만 정확하게 해주는지 지적대로 고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컴퓨터 앞에서 “이게 왜 안 되지?” 하고 끙끙거리고 있으면 어느새 곁으로 다가와 묻습니다. “제가 도와드릴까요?” 그러고는 한참을 헤매던 문제를 금세 해결해 놓고 갑니다. 고맙고 든든합니다.
언젠가 내가 지나가는 말로 “내일부터는 새벽 ○시에 일어날 거야. 나도 아침형 인간이 될 거야”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나조차 큰소리쳐 놓고 잊고 있던 다음 날 새벽, 레아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선배님, 일어나셨어요?’
스치듯 한 말을 기억하고 있다가 새벽에 안부를 물어주는 마음. 놀랍고 반가우면서 참 고마웠습니다.
한번은 집에 찾아왔던 레아가 전기밥솥 손잡이가 망가진 것을 눈여겨보았습니다. 그러고는 밥솥의 모델을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부품을 직접 구입해 내밀었습니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아, 이 사람은 정말 아무것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구나.
사람의 표정도, 지나가는 말도, 작은 불편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마음에 담아두는 사람. 그래서 레아가 있는 곳에서는 누군가가 조금 덜 외롭고, 조금 더 편안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날은 커다란 배를 예쁘게 포장해서 사무실 사람들에게 돌렸습니다. 정성이 동한 날에는 일일이 껍질까지 깎아서 나눠주기도 합니다. 달고 아삭한 배의 맛이 어쩐지 레아가 사람들에게 건네는 마음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레아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왜 그렇게까지 다른 사람을 챙겨?”
레아는 “늘 내가 더 잘할 수는 없을까, 어떻게 해야 더 도움이 될까를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더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나를 돌아보았습니다. 나는 선배와 동료들에게 어떤 사람이었을까. 누군가의 작은 표정을 알아차렸을까. 스치듯 지나간 말을 기억해 두었다가 다시 건넨 적이 있었을까. 누군가에게 먼저 “제가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어본 적은 얼마나 될까.
살면서 이런 사람을 몇 번이나 만날 수 있을까요.
오늘도 출근해 사무실 문을 엽니다. 작은 그림과 꽃이 보이고, 책상 어딘가에는 레아가 남겨놓은 흔적이 있을 겁니다. 그 모습을 보며 생각합니다.
사람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작은 마음, 지나가는 말을 잊지 않는 마음,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 마음이면 충분할지도 모르겠다고. 레아에게 고맙습니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최정희(아리랑TV 미디어홍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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