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성과급 합의 그 후, 노동자들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나

전혜원 기자 2026. 9. 8. 07:1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5월27일 삼성전자 노사의 합의를 되짚어보자.

그런데 과거에는 삼성전자처럼 EVA를 기반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던 SK하이닉스 노사가 이미 2021년부터 성과급을 '영업이익의 10%'로 명문화했고, 2025년 9월에는 기본급의 1000%이던 액수 상한마저 10년간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삼성전자 노조 측도 영업이익의 15%(당초 요구는 2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연봉 50% 상한을 폐지하며, 일회성을 넘어 제도화하라고 요구했다.

이호석 전 전삼노 수원지부장은 사견을 전제로 "삼성전자만이 이뤄낸 성과라 보기 어렵고 협력 업체들이 공헌한 바도 인정해야 한다. 영업이익이 협력 업체들과 나누기 어려울 정도로 적은 금액도 아니다. 영업이익의 1%든 2%든 성장에 함께 기여한 하청업체와 성과급 재원으로 나눈다면, 물론 계약에 없던 돈을 더 주게 되는 셈이지만, 좋은 협력관계를 갖춰서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로 손해가 아닐 수 있다. 다만 당장은 부문 간 갈등이 도드라진 상황에서 그런 논의까지 발전시키기가 쉽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27일 삼성전자 노사가 영업이익의 10.5%를 반도체 부문 특별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하고 석 달이 지났다. 후폭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세 노동조합을 만났다.
삼성전자가 3분기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반도체 사업으로만 89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완제품 사업은 가파른 원가 상승으로 인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8천억원 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7월30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본사로 직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27일 삼성전자 노사의 합의를 되짚어보자. 노사는 ‘사업성과(영업이익)’의 10.5%를 특별성과급으로 10년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단, 이때의 특별성과급은 ‘반도체(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에 해당한다. 반도체 부문 중에서도 대규모 흑자를 낸 메모리 사업부는 OPI라 부르는 기존 성과급을 합해 1인당 최대 6억원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스마트폰·가전 등을 만드는 ‘완제품(DX·디바이스 익스피리언스)’ 부문에는 기존 성과급 외에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지급하기로 했다.

그로부터 석 달이 지났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로 이번 성과급 합의를 이끈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이하 초기업노조)’는 한때 조합원이 7만6000명을 넘어 과반수 노조의 지위를 획득했으나, 합의 이후 과반이 무너져 현재 조합원 수 5만3000여 명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이하 동행노조)’은 성과급 관련 잠정 합의안이 체결된 5월20일 2600여 명이던 조합원 수가 현재 3만명을 돌파해 제2 노조가 됐다. 백순안 동행노조 정책기획국장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조합원이 2000명대일 때는 DX와 DS가 반반이었는데, 지금은 3만여 명 중 1000명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가 DX 소속이다. DX 부문이 배제된 성과급 합의에 대한 불만이 동행노조 대거 가입으로 이어졌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초기업노조와 동행노조, 그리고 삼성전자의 또 다른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지난해 11월 ‘공동교섭단’을 꾸리고, 12월부터 사측과 임금 교섭에 들어갔다. 노조 측은 성과급의 ①투명화 ②상한 폐지 ③제도화를 요구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구체적 계산 방식이 복잡하고 공개되지 않은 EVA(경제적 부가가치)의 20%를 기준으로, 연봉의 50%라는 상한을 두어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지급해왔다. 그런데 과거에는 삼성전자처럼 EVA를 기반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던 SK하이닉스 노사가 이미 2021년부터 성과급을 ‘영업이익의 10%’로 명문화했고, 2025년 9월에는 기본급의 1000%이던 액수 상한마저 10년간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삼성전자 노조 측도 영업이익의 15%(당초 요구는 2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연봉 50% 상한을 폐지하며, 일회성을 넘어 제도화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이 같은 요구는 사실상 반도체(DS) 부문을 중심으로만 논의됐다. “영업이익의 20%를 따내고 나서 그 돈을 어떻게 분배할지 다시 논의하자고 했지, 그걸 DS에만 다 쓰자고 이야기한 적은 한 번도 없다(백순안 동행노조 정책기획국장).” “DX 입장에서 보면 기존 성과급인 OPI 제도는 건드리지 않음으로써 성과급 투명화를 이루지 못했고, 연봉의 50%라는 상한도 폐지하지 못했으며, 제도화도 이뤄지지 않았다(이호석 전 전삼노 수원지부장).” 동행노조는 교섭 과정에서 공동교섭단을 탈퇴했다. 전삼노는 공동교섭단에 남았는데, 이번 성과급 잠정합의안 투표에 참여한 전삼노 조합원의 21.1%만이 찬성표를 던졌다. 80.6%가 찬성한 초기업노조와 대조적이다.

8월21일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동행노조 집회 때 만난 한 TV사업부(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직원은 “힘을 모으려고 초기업노조에 가입해서 과반수 노조를 만들었는데, DS에만 몰아주는 합의 결과로 돌아왔다. 초기업노조를 탈퇴하고 동행노조에 가입한 이유다”라고 말했다. 이날 처음 집회에 나왔다는 무선사업부(MX 사업부) 직원 김 아무개씨(31)도 “DX는 배제된 합의에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우리가 언제 600만원 상당 자사주를 달라고 했나”라고 되물었다.

손종현 동행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은 지난 성과급 합의를 “10년짜리 을사늑약”이라고까지 표현했다. “교섭을 주도한 초기업노조는 ‘모두가 잘 먹고 잘살게 해주겠다’고 약속해서 이룬 과반수 노조의 지위를 이용해 파업권을 획득하더니, 나중에는 절반의 목소리를 철저히 무시했다. 지난 합의가 합법적이었다고 하는데, 일제강점기로 되돌아가면 나라를 빼앗긴 채로 그냥 있어야 하나? 단순히 돈을 바라는 게 아니다. 이용당한 우리의 목소리를 되찾고자, 우리의 뜻과 무관하게 채워진 10년 족쇄의 사슬을 끊어내고자 몸부림치고 있다.”

영업이익 N% 성과급, 노동쟁의 대상인가

반면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공동교섭단을 꾸리고 교섭에 들어가면서 ‘DS와 DX 부문 간 성과급 재원은 과거부터 분리돼 있다’는 데 3개 노조 모두 동의하고 넘어갔다”라는 입장이다. “저희 업계에서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보다 나은 결과를 받아내는 게 중요했다. 하이닉스보다 더 실적이 좋으니까. 그걸 깎으면서까지 다 공평하게 나눠달라고 회사에 요구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되면 반도체 부문에서 일하는 분들이 삼성전자에 남을 이유가 없다.” 협상 과정에서 전삼노가 영업이익의 최소 1% 이상을 ‘전사 공통재원’으로 활용해 두 부문 간 격차를 해소하자고 초기업노조에 제안한 데 대해서는 “교섭이 좀 잘되면 요구해보겠다고 했는데 회사도 어렵다고 했고, 결과적으로 잘되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동행노조는 보상 격차를 메울 방안으로 ‘DX 부문 직원 1인당 자사주 1000주 지급’을 예로 들었다. 구정환 동행노조 사무국장은 “지난 10년간 삼성전자가 누적 424조원을 시설에 투자했는데 그중 반도체(DS) 부문 투자액이 353조원으로 대부분(83%)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에 두 부문이 번 돈은 비슷했던 점을 고려하면, 1인당 6억원은 아니더라도 대략 3억원 상당의 성과급을 지급한다면 DX 직원들의 사기가 올라올 수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측은 메모리 등 원가 상승으로 DX 부문이 올해 2분기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추가 보상은 어렵다는 의견이다. 또한 스마트폰 등을 생산하는 MX 사업부가 반도체 불황 당시 DS 부문에 투자한 자금은 이미 이자를 더해 MX 사업부에 갚았다고 사측은 설명했다.

스마트폰·가전 등을 담당하는 DX 부문으로 구성된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이 8월21일 서울 서초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김흥구

삼성전자 노사 성과급 합의의 후폭풍은 기업 안에 머물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노사가 잠정 합의를 하기 직전 “국민 공동의 몫이라고 할 수 있는 세금도 떼기 전에 영업이익을 일정 비율로 제도적으로 나눠 갖는 것은 투자자도 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7월21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배분하는 문제가 노동쟁의의 대상이 되느냐. 저는 아닌 쪽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7월22일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라는 단체는 합의를 중재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전영현·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와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성과급이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영업이익 N% 성과급’은 노동쟁의의 대상인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5호에 따르면, ‘노동쟁의’란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근로자의 지위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 또는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으로 인해 발생한 ‘분쟁 상태’를 말한다. 올해 1월 대법원은 삼성전자의 기존 성과급 제도인 OPI가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EVA(경제적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지급되는 만큼 근로 제공 외에 시장 상황, 경영 판단 등 요인의 영향이 커 경영성과의 사후 분배 성격이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법원은 같은 삼성전자의 또 다른 성과급인 TAI(목표달성장려금)에 대해서는 노동자들이 비교적 목표 달성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로 성과의 사후 정산 성격이 큰 평균임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즉, 어떤 성과급이 임금으로 인정되는지는 사안별로 판단할 문제다.

설령 어떤 성과급이 임금으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노동쟁의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고용노동부는 9월3일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노동쟁의 기준을 정비하라고 거듭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노동부는 이 지침에서, “근로자의 임금·복지·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는 경영성과급은 의무적 교섭대상”이라고 했다. 어떤 성과급이 임금이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해당하면 사측은 노동조합과의 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 성과급 중에서도 예컨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요구는, “노사 간에 자율적으로 협의할 수는 있으나, 노동조합법에 따른 의무적 교섭대상 및 조정·쟁의행위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라고 했다. 노동부는 영업이익이 이자·법인세·배당이 공제되기 전의 이익이며, 연구개발(R&D)·설비투자 등 경영 판단의 재원이기도 한 만큼,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달라는 요구는 “국가·투자자(주주) 등 제3자의 권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으며 “기업의 경영상 판단·집행 등을 과도하게 제약”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여연심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우선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이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사측이 의무적으로 교섭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노동부의 논리가 판례와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법원은 그동안 노동쟁의의 대상이 아니라고 해서 의무적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보지는 않고 둘을 별도로 판단해왔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노동위원회 같은 제3자가 노사를 중재할 수 있으려면 그 분쟁이 노조법 제2조 5호가 말하는 ‘노동쟁의’여야 한다. 즉 노동쟁의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는 국가가 조정·중재라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할지 말지에 대한 판단과 결부된다. 반면 파업과 같은 ‘쟁의행위’가 정당한지를 따질 때는 그 파업이 이루려는 목적이 노사 단체교섭의 대상인지 아닌지만 본다. 즉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있는 사항을 가지고 파업하면 곧 정당한 파업이 되는 것이지, 단체교섭의 대상이기는 한데 쟁의행위 대상이 아니어서 의무적으로 응하지 않아도 되는 요구사항 같은 건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노동부는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은 노동쟁의가 아니어서 국가가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에서 그치지 않고, ‘국가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범위의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사측이 의무적으로 교섭에 응하지 않아도 되며 노조가 이를 요구하며 벌이는 파업 등 쟁의행위는 불법이다’라고까지 나아간다. 이게 맞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두 푼도 아닌 경영성과급이 영업이익에 연동된다는 이유로 근로조건이자 교섭 대상이 아니게 될 수는 없다”라고 여연심 변호사는 지적했다. 노동부 지침은 ‘연봉·기본급의 일정 비율 또는 정액을 특정하여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도 쓰고 있는데, 영업이익의 몇 퍼센트를 요구하면 교섭 대상이 아니고, 6억원을 요구하면 교섭 대상이 된다면 어느 단계에서 어떻게 규율할 수 있는지도 모호하다. “물론 영업이익에 직접적으로 연동한 성과급의 경우 주주 등 다른 이해관계자와의 조정을 위해 이사회 결의를 거치게 하는 등 제약을 두자는 논의가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본다. 단, 시행령이 아니라 법률로, 매우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의무적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해서 풀 문제는 아니다. 그나마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이었다면 당장 위헌 논란이 불거졌을 텐데 정부 지침이라 법적 효력은 없다. 한국은 노사 갈등 초기부터 행정적 개입이 많은 편인데, 적절한 행정서비스를 못 받는 등 노동조합이 제약을 받을 위험성은 있다.” 전삼노는 노동부 지침에 대해 9월4일 “기업과 주주의 이해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노동3권을 행사하라는 것은 노동3권을 사용자의 경영상 판단에 종속된 ‘조건부 권리’로 전락시키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앞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8월6일 관훈토론회에서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을 지급하려면 이사회나 주주총회 동의를 의무화하도록 상법·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삼성전자의 이번 성과급이 전액 자사주로 지급된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개정 상법상(제341조의4) 자기주식은 원칙적으로 취득 후 1년 내 소각 대상이고, 임직원 보상 목적 등 예외 사유가 있는 경우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을 작성해 주총 승인을 받아야 한다. 즉, 삼성전자의 경우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이어서가 아니라 자사주 지급 방식이어서 주총 승인이 필요하다. 한편 향후 10년간 영업이익의 10% 성과급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던 SK하이닉스 노사도 최근 성과급 일부를 자사주 지급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으로 시중에 현금이 너무 많이 풀리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정부 우려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5월20일 삼성전자 노사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 중재로 잠정 합의안에 서명했다. ⓒ공동취재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이 380조원을 넘기리라고 예상한다. 반도체 사업을 시작하고 40여 년 동안 번 영업이익보다 많은 돈을 올 한 해에 거두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임직원은 12만8000여 명이다. DS 부문이 7만8000여 명, DX 부문이 5만여 명이다.

‘플랫폼형 노사관계’의 첫 대규모 사례

그런데 삼성전자에 직접고용된 노동자들만 반도체 생산에 기여한 게 아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일하는 파견·용역·하도급 등 ‘소속 외 근로자’는 지난해 기준 3만5701명, SK하이닉스의 소속 외 근로자는 1만4490명이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지난 4월 〈시사IN〉과 인터뷰에서 ‘하청업체와도 성과를 나눠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에 대해 “정규직은 공부도 많이 한 분들이고, 입사할 때 채용 조건이 달랐는데 일률적으로 같은 선에서 봐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해 논란이 커진 바 있다.

최승호 위원장은 8월7일 〈시사IN〉으로부터 재차 같은 질문을 받고 “회사에서도 사회 공헌을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서 (노사가) 3000억~5000억원 정도를 자발적으로 기부할 것 같다. 특별경영성과급의 0.5~1%를 임직원이 기부하면 회사도 1대1 매칭으로 출연하는 방식이다. 내년에도 가능하다면 그렇게 해보려 한다”라고 답했다. 다만 ‘자발적 기부’를 넘어 하청업체에도 성과급 일부를 배분하도록 정규직 노조가 사측에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제가 경영진도 아니고, 우리가 이룬 성과에 대해 보상받는 것이기 때문에 연대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라는 견해를 보였다.

다른 두 노조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했다. 손종현 동행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은 “결국은 이건희 선대 회장의 말씀처럼 모든 협력사, 도급사와 열매를 같이 나누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다만 지금은 (한 회사 내의) 식구끼리도 밥을 나눠 먹지 못하고 있다. 기초적인 산수도 못하는데 미적분을 풀라는 말처럼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이호석 전 전삼노 수원지부장은 사견을 전제로 “삼성전자만이 이뤄낸 성과라 보기 어렵고 협력 업체들이 공헌한 바도 인정해야 한다. 영업이익이 협력 업체들과 나누기 어려울 정도로 적은 금액도 아니다. 영업이익의 1%든 2%든 성장에 함께 기여한 하청업체와 성과급 재원으로 나눈다면, 물론 계약에 없던 돈을 더 주게 되는 셈이지만, 좋은 협력관계를 갖춰서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로 손해가 아닐 수 있다. 다만 당장은 부문 간 갈등이 도드라진 상황에서 그런 논의까지 발전시키기가 쉽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일련의 과정은 과연 노동조합, 특히 대기업 노동조합이 한국 사회에서 어떤 존재인지도 돌아보게 했다. 삼성전자 성과급 협상 사후 조정에 조정위원으로 참석했던 황기돈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은 ‘N% 성과급이 재구성하는 노사관계’라는 글에서 이번 성과급 합의를 “온라인 커뮤니티가 노사관계의 주무대로 부상한 플랫폼형 노사관계의 첫 대규모 사례”라고 평가했다. “익명 게시판, 직장인 커뮤니티, 사내 메신저, 유튜브, 텔레그램 등이 의견 형성의 핵심 공간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참여 문턱을 낮추고 정보 전달 속도를 높이지만, 한편으로 숙의 기반을 약하게 만들고, 분노와 박탈감을 빠르게 확산시켜 “성과주의 체계 내부의 분배 정당성 위기를 감정적으로 증폭·조직하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고 황기돈 공익위원은 지적했다.

조합원이 한때 7만명이 넘었고 현재도 5만명이 넘는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는 2021년 3월 출범 이후 대의원을 두지 않고 있다. 노동조합의 의사결정 단위는 크게 총회와 대의원대회로 나뉜다. 2019년 11월 출범해 삼성전자에서 처음으로 1000명 이상을 조직한 전삼노의 경우 현재 조합원 2만4000여 명에 대의원 30명을 두고 있다. 이호석 전 전삼노 수원지부장은 “전임으로 일하면서 현장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 중앙집행부를 대신해 일선 직원들의 요구와 의견을 전달하는 역할을 대의원들이 한다. 대의원들이 뜻을 모으면 위원장을 불신임할 수도 있다. 민주적 의사결정 체계의 핵심이 대의원이다”라고 말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급격하게 커진 노조이고 지난해까지 근로시간 면제를 받은 인원이 2명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해달라. 성과급 합의 이후 정책위원회 25명을 꾸렸다. 향후 지부장이나 대의원 제도도 마련하려고 생각 중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조합원 3만명인 동행노조 대의원은 4명이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차기 위원장으로 입후보한 이호석 전 전삼노 수원지부장. ⓒ김흥구

네이버 노조의 다른 선택

내년 임금협상에서 사측과 교섭할 권한을 가진 교섭대표 노조는 초기업노조가 될 전망이다. 초기업노조는 성과급 합의 이후 반도체(DS) 부문 이익을 중심으로 대변하겠다고 선언했다. 같은 반도체 부문인데도 적자를 기록해 이번에 성과급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시스템LSI(설계)·파운드리(위탁생산) 등 비메모리 사업부를 먼저 챙기겠다는 것이다. 초기업노조는 DX 부문 중심으로 조직된 동행노조에게 ‘단일 교섭 체계로 조합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교섭 단위 분리 신청을 검토해달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성과급 외 근로조건이 크게 다르지 않은 한 교섭 단위 분리가 인정되기는 쉽지 않다. 손종현 동행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은 “노조에서 가장 경계하는 게 분열이다. 노조스럽지 않은 발상이다”라고 말했다. 동행노조는 초기업노조가 지난 성과급 협상에서 DX 부문 직원들을 공정하게 대표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문제 제기했다. DS와 DX 조합원 수가 비슷하다는 전삼노는 두 부문을 모두 아우르겠다는 기조다. 8월21일 집회에서 동행노조 조합원들은 ‘같은 회사, 같은 권리’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지난해 중소기업의 월평균 특별급여는 대기업의 17.4% 수준에 불과했다(중소벤처기업연구원,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분석’ 보고서).

성과급·상여금 등 특별급여가 대·중소기업 격차의 핵심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조금 다른 선택을 하는 대기업 노동조합도 있다. 2018년 출범할 때부터 ‘계열사 통합교섭’을 요구한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네이버지회는 최근 사측에 노조로 조직된 16개 계열사에 대한 통합 교섭을 요구했다. 전 계열사를 아우르는 근무 환경과 복지제도를 네이버 본사 노사가 논의하자는 것이다.

물론 네이버 계열사는 자회사·손자회사가 대부분이라 네이버 본사가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사내외 하청과 단순히 비교하기 어렵다. 업종 특성이나 시장 상황, 영업이익률에도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대기업 노동조합이 단일 법인 울타리를 넘어서 노동조건의 격차를 축소하려고 앞장서는 드문 사례임은 분명하다.

오세윤 네이버지회장은 네이버지회가 통합 교섭을 추구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각 개인의 최대 이익 추구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노동조합의 역할은 아닌 것 같다. 노동조합 자체가 ‘다 같이 힘을 합쳐서 나와 우리의 근로조건을 개선한다’는 연대에서 출발하는 거잖나. 돈을 많이 벌고 안 버는 조직으로 이렇게 저렇게 나누기보다는, 네이버라는 서비스를 같이 운영하는 동료들과 연대해서 우리의 근로조건을 함께 끌어올리는 게 노동조합 정신에 더 맞는 것 같다. 한국이 기업별 노동조건 격차가 크다고 하는데, 네이버의 통합 교섭이 성공하면 그 자체가 개별 기업을 넘어선 작은 산업별 교섭이 된다. 향후에는 IT 업계의 모든 원하청 업체를 아우르는 산업별 교섭으로까지 나아가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최근 사측에 16개 계열사 통합교섭을 요구한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장은 “각 개인만의 최대 이익 추구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노동조합의 역할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한다. ⓒ시사IN 이명익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읽기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습관 [시사IN 구독]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