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폭등이 결혼시켰다?…2030 '자산 동맹' 맺는 이유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국의 출산 장려 정책을 본받아야 한다."
지난 2년 새 한국의 출산율이 오른 것을 두고 한 얘기다. 지난 2분기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8명이었다.
최근 혼인이 늘고 출산율이 반등하는 것 또한 경제적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수도권 집값 오르자 '생존 결혼' 늘었다
2030, 내집 마련 서두르려 자산 동맹
출산율 0.88명…대만도 부러워해
저출산 원인이 되레 결혼·출산 촉진
재산분할 걱정 탓에 이혼율은 최저

“한국의 출산 장려 정책을 본받아야 한다.”
줘룽타이 대만 행정원장이 최근 입법원(국회)에서 한 말이다. 지난 2년 새 한국의 출산율이 오른 것을 두고 한 얘기다. 지난 2분기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8명이었다. 여전히 세계 최저에 가깝지만,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추세다. 출산의 선행 지표인 혼인도 늘고 있다. 한편 이혼율은 29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가족은 혈연을 기본으로 하는 공동체지만, 소득을 기반으로 소비를 함께하는 경제주체이기도 하다. 결혼, 출산, 이혼 통계에 변화가 있다면 주요 동인 중 하나는 경제일 것이다.
◇‘똘똘한 한 명’과 저출생
신성한 결혼 앞에서 돈 얘기라니…. 199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게리 베커 전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런 금기에 도전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인종 차별, 불평등, 범죄 등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시카고대에서 밀턴 프리드먼의 미시경제학 강의를 들은 베커는 경제학의 기본 개념인 편익과 비용으로 사회 문제를 분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중 하나가 결혼과 출산이었다.
베커가 생각한 결혼의 편익은 규모의 경제와 보험 효과로 요약된다. 두 사람이 한집에 살면 따로 살 때보다 주거비, 식비 등을 아낄 수 있다. 한 사람이 아파서 돈을 못 벌어도 다른 한 사람이 돈을 벌면 소득이 끊기지 않는다.
선진국의 출산율이 대체로 낮은 경향을 베커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결혼과 출산으로 포기해야 하는 기회비용이 커진다. 자연히 결혼을 덜 하고, 아이를 덜 낳는다. 옛날엔 결혼하지 않으면 얻기 힘들었던 것을 지금은 시장에서 구할 수 있다는 점도 결혼의 필요성을 낮춘다. 남자 입장에선 아내의 가사노동이, 여자 입장에선 남편의 소득이 그렇다.
자녀 역시 과거엔 노후를 대비한 보험 성격이 강했지만, 오늘날엔 소득탄력성이 큰 사치재 성격이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일 과도한 사교육 경쟁이 없었다면 한국 여성의 평균 자녀 수가 28% 많았을 것이라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사교육비 등 양육 비용이 커지면 부모는 자녀를 여럿 낳기보다 한두 명만 낳아 집중적으로 투자하려고 한다. ‘똘똘한 한 명’ 전략이 출산율을 낮추는 것이다.
◇‘자산 동맹’ 맺는 2030
최근 혼인이 늘고 출산율이 반등하는 것 또한 경제적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출산·육아 지원 정책은 그 효과를 두고 의문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결혼과 출산의 편익을 늘리고 비용을 줄이는 측면이 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활성화는 특히 여성이 치러야 하는 기회비용을 줄인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더라도 일을 그만둘 필요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 상승이 20~30대를 ‘생존 결혼’으로 이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부부 소득을 합쳐 자산을 형성하고 집을 사기 위해 결혼을 서두른다는 뜻이다. 저출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던 집값 상승이 근래엔 오히려 결혼과 출산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역설적이다.

◇돈이 전부는 아니다
결혼이 편익과 비용을 따져 선택하는 것이라면 이혼 역시 경제적 의사결정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를 뜻하는 조이혼율은 지난해 1.7건으로 1996년 이후 29년 만의 최저였다.
이와 관련해 재산 분할에 대한 걱정이 이혼율을 낮춘다는 얘기가 있다. 부부가 이혼해 재산을 반으로 나누면 생활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다. 재산 분할이 무서워 참고 사는 것과 깔끔하게 갈라서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현명한 선택인지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사랑과 이별에도 돈이 개입한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베커의 이론은 비판도 많이 받았다. 결혼과 출산, 육아에는 내 집 마련에 도움이 된다는 차원을 넘어서는 무형의 편익도 있다. 반대로 정부 지원금과 맞벌이 소득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비용 역시 따른다. 그 모든 걸 정확하게 계산해 의사결정을 내릴 만큼 인간의 합리성이 완벽하지는 않다. 특히 남녀 관계에서는 감정적 측면이 경제적 판단을 압도할 수 있다.

그러나 베커의 관점을 완전히 부정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터무니없는 이론이었다면 그에게 노벨 경제학상이 주어지지 않았을 테니까.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50만원짜리 컨설팅 이럴 줄은"…수험생들 '분통' 터진 이유
- "하루 5000원, 연 10% 준다"…30만명 '우르르' 몰린 적금
- 메모리 초호황인데…"삼전 주가 상승 막는 MX·노조 리스크" [분석+]
- "짐 맡기고 뛰러 갑니다"…러너들 얌체짓에 박물관 '몸살' [현장+]
- "샐러드서 1㎝ 유리조각" 항의했더니…점주 "일부러 넣었냐"
- "또 일본 갈 줄 알았는데"…5월 황금연휴 1위 여행지 어디?
- CIS, 첨단 정밀 장비로 日 배터리 업체도 홀렸다
- "한국에 최우선 공급하겠다"…중동 6개국 '깜짝 선언'
- "호텔서 커피 마셨더니…" 조회수 '300만' 대박 영상의 비밀 [현장+]
- "32만전자 간다"…삼성전자, 역대급 잭팟 예고에 주가 '들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