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대재해 대기업 대표 ‘또’ 무죄, 이번엔 아이에스동서

홍준표 기자 2026. 9. 8. 06:3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건설·환경·콘크리트사업 등을 하는 대형건설사인 '아이에스동서'의 콘크리트사업 부문 대표이사가 2023년 노동자 추락사와 관련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지만, '무죄'가 선고됐다.

조재민 변호사(법률사무소 조안전 대표)는 "재판부는 CSO 선임으로 콘크리트 부문 대표이사가 경영책임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배척했지만, 안전보건확보의무와 현장의 안전보건조치 미이행 사이 인과관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주장은 받아들였다"며 "상급심에서 파기되지 않는다면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를 형식적으로 이행하는 경우에도 유죄 판결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위험성평가·작업계획서 없었는데 경영책임자 면책 … “중대재해처벌법 사문화” 비판
▲ 아이에스동서 유튜브 홍보영상 갈무리

건설·환경·콘크리트사업 등을 하는 대형건설사인 '아이에스동서'의 콘크리트사업 부문 대표이사가 2023년 노동자 추락사와 관련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지만,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은 사망사고와 대표의 안전보건확보의무 사이에 인과관계를 부정했다. 안전보건 전담조직과 관리체계를 갖출 여력이 있는 대기업 경영책임자에게 제도적 '외형'을 갖췄다는 이유로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고소작업대 전도 1명 사망, 6명 기소

6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법 여주지원 형사3단독(이진규 판사)은 지난달 25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아이에스동서 콘크리트사업 부문 대표이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이천공장장 B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아이에스동서 법인은 벌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하청업체 대표 등 현장 관계자 4명은 각각 금고 6~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사고는 2023년 10월26일 아이에스동서 이천공장에서 발생했다. 아이에스동서 공무과 소속 노동자 두 명이 높이 5.85~6.2미터 고소작업대에 올라 우수배관 설치 위치를 표시하던 중 협력업체 직원이 조종한 천장주행크레인이 작업대를 충격했다. 작업대가 넘어지면서 노동자 1명이 추락해 숨졌고 함께 일하던 노동자는 전치 14주의 중상을 입었다.

검찰은 지난해 5월 안전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로 대표이사 A씨를 포함해 공장장과 안전관리자 등 6명을 재판에 넘겼다. 특히 A씨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상 △안전보건 목표와 경영 방침 마련(4조1호)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 마련(4조3호) △안전보건 관리책임자 업무수행 평가 기준 마련(4조5호) 등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 조치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사측은 고소작업대 사용시 작업계획서가 작성됐고 '3인1조 작업' 등을 원칙으로 정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신호수 직원이 현장을 벗어났을 때 노동자들이 고소작업대를 사용하다가 사고가 발생했다고 변론했다. A씨도 회사가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되며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가 선임됐다는 이유로 경영책임자를 부인했다.

상대방 작업 사실 몰라, 이미 위험요인 도출

하지만 법원은 현장 관계자들이 안전관리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먼저 안전교육일지에 고소작업대와 크레인의 충돌 위험과 예방대책이 적혀 있지 않아 작업계획서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실제 재판에서 드러난 안전관리 실태는 허술했다. 고소작업대의 운행경로와 작업방법을 담은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작업지휘자와 유도자도 없었다. 사고 당시 고소작업대 노동자들과 크레인 조종자는 서로 상대방이 작업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무엇보다 사고가 발생한 작업은 수시 위험성평가 대상이었지만 사고 당시 위험성평가는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천공장은 2022년 정기 위험성평가에서 '크레인 이동시 운전 미숙으로 인한 작업자와의 충돌 위험'을 이미 유해·위험요인으로 도출한 바 있다. 아이에스동서 본사는 2022년 7월 위험성평가를 위한 '안전문서 표준양식'을 작성해 콘크리트사업 부문 각 사업장에 배포했다.

'중대재해 ZERO' 내건 아이에스동서, 결국 면죄부

재판부는 작업계획서 미작성과 위험성평가 미실시를 인정하면서도 대표이사 A씨 혐의는 없다고 판단했다. 회사가 위험성평가 표준양식과 절차를 마련했고 3인1조 작업과 리모컨 선회수 등을 교육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 판사는 "A씨가 유해·위험 요인을 확인하지 않았다거나 실질적인 개선조치가 이뤄지는지를 점검하지 않음으로써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설령 위험성평가 과정에 미흡한 부분이 있더라도 그것이 작업계획서 미작성 등 행위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판단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 2023년 안전보건 목표와 경영방침을 수립한 만큼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추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봤다.

이번 판결은 아이에스동서가 내건 안전경영 목표와 대비된다. 아이에스동서는 안전보건 목표로 △중대재해 ZERO 달성 △전 구성원의 위험성평가 생활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올해 6월에는 경북 경산 펜타힐즈W 건설현장에서 대표이사와 협력업체 대표, 노동자 등이 참석한 '무재해 성공 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이천공장 사고에서는 회사가 이미 크레인 충돌 위험을 파악하고도 정작 사고 작업의 위험성평가부터 작업계획까지 여러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2024년에는 아이에스동서가 시공하던 대구 남구 주택재개발정비공사 현장에서 하청노동자가 비계파이프 운반 중 감전돼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아직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판결은 안전보건 전담조직과 위험성평가 체계를 구축해 놓으면 실제 현장에서 제도가 작동하지 않더라도 경영책임자의 형사책임을 묻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단순히 '구축'하는 것뿐 아니라 '이행'하도록 경영책임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조재민 변호사(법률사무소 조안전 대표)는 "재판부는 CSO 선임으로 콘크리트 부문 대표이사가 경영책임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배척했지만, 안전보건확보의무와 현장의 안전보건조치 미이행 사이 인과관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주장은 받아들였다"며 "상급심에서 파기되지 않는다면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를 형식적으로 이행하는 경우에도 유죄 판결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Copyright © Copyright © 2026 매일노동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