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호남 반도체 전력 댈 ‘땅밑 송전선’… 기존 사업 절반이 계획보다 늦어져
인허가 등 변수에 평균 4년 지연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신속한 전력 공급을 위해 정부가 송전선 지중화(地中化)를 검토 중이지만, 전국에서 추진된 지중화 사업 10건 중 6건은 당초 계획보다 준공 목표가 평균 4년 2개월 늦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중화가 송전탑 민원을 줄여 공기를 앞당길 대안으로 꼽히지만, 2030년 첫 가동을 목표로 하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우 실제 사업 기간 단축을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한국전력이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건설 일정 준수 여부를 평가할 수 있는 송전망 지중화 사업 242건 가운데 146건(60.3%)이 최초 계획보다 준공이 늦춰졌다. 지연된 146건의 사업은 준공 시점이 최초 목표보다 평균 50개월(4년 2개월) 늦춰졌다.
일부 사업은 10년 이상 미뤄지기도 했다. 서울 장위분기 사업은 준공 시점이 2014년 4월에서 2027년 10월로 13년 6개월, 천마분기 사업은 2021년 4월에서 2034년 4월로 13년 늦춰졌다. 동서울#2-탄천 사업도 2015년 4월에서 2027년 7월로 12년 3개월 밀렸다. 345kV 신당진-북당진 연결 사업은 2021년 6월에서 2028년 12월로 7년 6개월 늦춰졌다.
공사가 지연되는 가장 큰 원인은 토지 개발 지연 등 대외 여건 변화(58건)였다. 그다음이 전력 계통 여건 변화 등에 따른 사업 계획 변경 57건, 도로 점용 등 인허가 지연 17건이었다. 공사 기간 부족(6건), 공법 변경(3건), 부지 확보 지연(1건) 등도 있었다. 지중화 공사 자체뿐 아니라 외부 사업과 인허가 등 여러 변수가 건설 일정을 흔든다는 의미다.
정부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속도전 차원에서 지중화를 검토하고 있다. 신장성·신광주 송전망(345kV)과 호남 반도체 산단 중간에 있는 황룡강 하천 부지 및 49번 지방도 부지에 20~25㎞ 길이의 송전선로를 신설해 2028년 말부터 1단계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다. 주민 거주지 구간은 지하에 선로를 묻는 지중화 방식을 우선 검토하겠다고 했다. 다만 어느 구간을 얼마나 지중화할지, 언제 노선을 확정하고 인허가와 착공에 들어갈지는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2028년 말 전력 공급 목표를 맞추려면 송전 노선과 지중화 구간을 조기에 확정하고, 각종 인허가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는 “민간 기업의 송전망 건설 참여, 산단 내 연료전지 발전소 구축 등 대체 시나리오까지 세밀하게 마련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규 의원은 “기존 지중화 사업 상당수가 최초 계획보다 준공 시점이 뒤로 조정된 만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망도 지중화만으로 기간 단축을 낙관해서는 안 된다”며 “구체적인 노선과 구간별 공정, 인허가 일정을 공개하고 목표 달성 가능성을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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