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출판가 다양한 변주

김소민 기자 2026. 9. 8.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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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돌아온 오디세우스가 충견 아르고스 앞에 무릎을 꿇고 손을 뻗어 쓰다듬는다.

호메로스 연구로 서울대 박사 학위를 받은 강대진 정암학당 연구원은 "원래도 오디세이아는 시대상을 반영하며 변주해 왔다. '전쟁은 비참하다'는 관념도 (호메로스 후대 문학가인) 에우리피데스쯤부터 등장한다"며 "놀런 감독의 영화는 신들의 역할이나 마법적인 측면을 줄이는 대신, 오디세우스의 인간적 회한을 강조해 현실적인 이야기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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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그림책 등 각색본 잇단 출간
오디세우스가 반려견 무덤 만들고
아내 페넬로페, 활쏘기 현장 직관
오디세이 도서 판매량 한달새 9배
기원전 8세기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진 ‘오디세이아’는 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몇몇 주요 장면들은 창작자들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주돼 왔다. 특히 ‘세이렌’은 인간의 얼굴에 새의 몸통을 한 ‘반인반조(半人半鳥)’부터 인어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사진은 영국 화가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의 ‘오디세우스와 세이렌’(1891년). 사진 출처 호주 멜버른 빅토리아 국립미술관 홈페이지
20년 만에 돌아온 오디세우스가 충견 아르고스 앞에 무릎을 꿇고 손을 뻗어 쓰다듬는다. 많은 이들이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에서 인상 깊다고 꼽는 장면 중 하나다. 그 한 번의 손길에 오래 묵은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교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전에서 오디세우스는 아르고스에게 직접 손을 대지 않는다. 정체를 들키지 않으려 얼른 고개를 돌릴 뿐. 반려동물과의 ‘스킨십’은 놀런 감독의 현대적 각색인 셈이다.

6일 영화 ‘오디세이’가 국내 누적 관객 10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관련 만화와 그림책, 그래픽노블 등 다양한 각색본도 잇따라 출간돼 독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7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관련 도서 판매량은 전월 대비 약 9.4배가 늘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무려 30배가량 증가했다. 3000년 가까이 살아남은 ‘오디세이아’는 출판 콘텐츠에선 어떻게 재창조되고 있을까.
● ‘활 쏘기’ 못 본 페넬로페


영화에 앞서 7월 출간된 ‘이우일의 만화 그리스로마 신화’(비채)는 아르고스 장면을 더 극적으로 그렸다. 오디세우스는 아르고스를 품에 안고 무덤까지 만들어 준다.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운다는 이우일 작가는 “아르고스가 자신을 알아봤을 때, 그리고 만나자마자 죽었을 때 인물의 감정이 어땠을까에 집중했다”며 “지금 시대 독자들에게 어떻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우일의 만화 그리스로마 신화’ 속 장면
‘이우일의 만화 그리스로마 신화’ 속 장면

오디세이아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 가운데 하나는 오디세우스가 활에 시위를 걸어 열두 개의 도끼 자루 구멍을 꿰뚫는 순간이다. 하지만 원전에서 아내 페넬로페는 이 장면을 직접 보지 못한다. 아테나가 깊은 잠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꼭 봐야 할 사람이 정작 보지 못하다니. 이 작가는 “당시 여성은 전투에 참여하진 않으니까 그런 식으로 생략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 작가는 원전을 따르는 대신 액자 밖 인물의 목소리로 “으아! 액션 장면 다 놓쳤네!”라 말하는 장면을 넣었다. 극적인 순간을 보지 못한 페넬로페의 부재를 익살스럽게 드러냈다.

최근 특별판으로 출간된 만화 ‘오디세이아를 한 번도 안 읽어 볼 수는 없잖아!’(올드스테어즈)는 페넬로페를 난간에 세웠다. 땀을 흘리며 화살이 열두 개의 도끼를 관통하는 순간을 ‘직관’한다.

● 길고 긴 여정은 어떻게 끝맺나

재창작된 결말은 각색에 따라 차이가 크다. ‘어디에서 이야기를 끝내느냐’는 곧 ‘무엇을 이야기의 핵심으로 보느냐’에 달렸기 때문이다.

그림책 ‘오디세이아’(더숲)는 “20년 동안 있었던 그 기나긴 이야기를 서로에게 들려주기 시작했다”며 끝을 맺는다. 오랜 모험 끝에 돌아온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의 재회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그래픽노블 ‘오디세이’(인간희극)는 오디세우스가 포세이돈의 저주를 풀기 위한 마지막 여정에서 배 젓는 노를 땅에 꽂아 두는 장면으로 끝난다. ‘귀환담’보다 이후에도 계속 전해질 ‘이야기 자체의 운명’을 강조하는 마무리다.

호메로스 연구로 서울대 박사 학위를 받은 강대진 정암학당 연구원은 “원래도 오디세이아는 시대상을 반영하며 변주해 왔다. ‘전쟁은 비참하다’는 관념도 (호메로스 후대 문학가인) 에우리피데스쯤부터 등장한다”며 “놀런 감독의 영화는 신들의 역할이나 마법적인 측면을 줄이는 대신, 오디세우스의 인간적 회한을 강조해 현실적인 이야기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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