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앱’으로 도파민 ‘뿜뿜’...요즘 뜨는 ‘新 자린고비’

광주일보 2026. 9. 8.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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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처럼 음식점을 둘러보고 메뉴와 토핑을 골라 주문 버튼을 누르면, 음식이 조리되고 배달원이 움직이는 과정까지 화면에 나타난다. 실제 음식도, 결제도 없는 '가짜 배달앱'이다.

이 앱은 실제 배달앱처럼 음식점을 선택한 뒤 메뉴의 크기와 맛, 추가 토핑 등을 고를 수 있다. 주문을 해도 실제 음식이나 결제는 없으며, 배달을 안 시켜서 '아낀 칼로리'까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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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고물가에 달라진 세태
결제·배달 없이 쇼핑 충동 해소
주문·쇼핑 과정만 ‘대리 만족’
전문가 “정신적 허기 달래기용”
청소년 유해 요소 주의 필요
<AI 생성 이미지>
#.오형준(36·전남광주시 북구)씨는 최근 야식이 당길 때마다 ‘배민’이나 ‘요기요’ 같은 실제 배달앱 대신 ‘음식만안와요’를 켠다. 배달앱처럼 음식점을 둘러보고 메뉴와 토핑을 골라 주문 버튼을 누르면, 음식이 조리되고 배달원이 움직이는 과정까지 화면에 나타난다. 실제 음식도, 결제도 없는 ‘가짜 배달앱’이다. 오씨는 “자주 시켜 먹다 보니 지출이 많아지는데다 살도 찌고 건강도 나빠졌는데, 요즘은 가짜 배달앱에서 주문하는 기분만 내도 어느 정도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소희(44·전남광주시 남구)씨는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 충동적으로 물건을 사는 일이 잦아지자, 최근 가상 쇼핑몰 ‘사자사자’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기기’, ‘별빛을 담는 병’처럼 현실에서는 살 수 없는 엉뚱한 상품을 구경하고, 가짜 구매 후기까지 읽은 뒤 장바구니에 담아 주문할 수 있는 쇼핑몰이다. 배씨는 “배송이 오지 않는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상품을 둘러보고 골라서 주문하는 과정은 실제 쇼핑할 때와 비슷하다”며 “주문을 해놓고 나면 뭔가를 샀다는 기분이나 배송을 기다리는 것 같은 기대감도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고물가 시대에, 쇼핑 충동 등을 해소하기 위한 이른바 ‘도파민 사이트’가 온라인에서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결제도, 배달도 되지 않고 ‘흉내’만 내는 가짜 배달 앱과 가짜 쇼핑 앱을 이용하면서 ‘쇼핑을 했다’는 만족감만 얻는,현대판 ‘자린고비’ 앱이다.

최근 구글플레이스토어, 앱스토어에는 가상 배달앱 ‘음식만 안와요’가 올라왔다.

이 앱은 실제 배달앱처럼 음식점을 선택한 뒤 메뉴의 크기와 맛, 추가 토핑 등을 고를 수 있다. 10여개의 가상 음식점과 40개가 넘는 메뉴가 마련돼 있으며 ‘토끼배달’, ‘거북이배달’ 등 가상의 배달 수단까지 선택할 수 있다. 주문을 해도 실제 음식이나 결제는 없으며, 배달을 안 시켜서 ‘아낀 칼로리’까지 보여준다. 앱을 평가 댓글창에는 “유용하다”, “돈도 아끼고 건강도 챙겼다”는 등 글이 올라왔다.

쇼핑 과정만 구현한 가상 쇼핑몰 ‘사자사자’도 등장했다. 현실에 없는 물건을 검색하고 제품 설명과 구매 후기를 읽은 뒤 장바구니에 담아 구매할 수 있다. 실제 결제와 배송을 없애고 상품을 찾고 비교해 선택하는 과정만 남긴 셈이다.

흡연 행위도 ‘가상’으로 옮겨졌다. ‘온라인담타(담배 타임)’ 앱에서는 화면 속 가상 담배가 서서히 타들어가고 재가 쌓인다. 담배가 타는 ‘치지직’ 소리를 ASMR처럼 듣거나 다른 이용자와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실제 담배도, 니코틴도 없지만 사람들이 잠시 업무에서 벗어나 흡연실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이른바 ‘담타’의 행동과 분위기를 온라인으로 옮긴 것으로, 하루 3만명 이상의 이용자들이 몰린다.

해외에서는 가상 SNS인 ‘칠스페이스(ChillSpace)’ 사이트도 등장했다. 일반 SNS처럼 화면을 넘겨 가며 가상의 게시물을 보고 자신의 글과 댓글도 남길 수 있지만, 실제로는 외부와 연결되지 않은 가짜 SNS 공간이다. 기존 SNS를 완전히 끊기는 어렵지만 무의식적으로 화면을 넘기는 습관은 줄이고 싶은 이용자들에게 SNS를 하는 ‘기분’만 대신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사이트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정신적인 허기짐’을 달래기 위한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짧고 강한 자극과 즉각적인 보상에 익숙해진 온라인 문화가 비용 부담 없이 ‘자극’만을 구하는, 독특한 문화로 발전한 모양새다.

양혜승 전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마치 ‘먹방’을 본다고 실제 배가 부르지는 않지만 일정한 만족감을 느끼는 것과 비슷한 원리로 정신적 허기짐을 달래 주는 구조”라며 “가상의 행동이 실제 욕구를 완전히 해소하는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담타처럼 흡연 행위를 모방하는 서비스는 청소년에게 흡연문화를 익숙하게 만들 수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준원 기자 jwpak2@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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