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명 없는 AI 드라마, 中 공중파 황금시간대 점령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6. 9. 8.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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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벌찬의 차이나 온 에어]
옥의 티에도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제작 기간 짧고 비용 10분의1 수준
숏폼 드라마 시장은 이미 95% 장악
중국 AI드라마 후난위성TV/지난달 말부터 중국 후난위성TV 오후 8시 10분 황금시간대에 방영 중인 ‘후서유기(Beyond Wukong)’ /망고TV
중국 AI드라마 후난위성TV/지난달 말부터 중국 후난위성TV 오후 8시 10분 황금시간대에 방영 중인 ‘후서유기(Beyond Wukong)’ /망고TV

지난달 말부터 중국 후난위성TV 오후 8시 황금시간대에 방영 중인 드라마 ‘후(後)서유기’에는 사람 배우가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 화과산을 뛰어다니는 손오공과 원숭이들, 구름 위 천궁, 수천 명의 군대와 산맥까지 모두 인공지능(AI)이 만들었다. 등장인물이 계단을 오를 때는 빈손이었다가 다음 장면에서 갑자기 지팡이를 들고 있는 식의 ‘NG’도 눈에 띈다. 그런데도 첫 방송에서 중국 성급 위성방송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제작사 망고TV의 모회사 망고차오메이의 주가는 방영 당일과 이튿날 연속 20% 상한가를 기록하며 시가총액이 100억위안(약 2조원) 넘게 불어났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확산하던 AI 장편 드라마가 ‘주류 무대’인 TV 황금시간대에 진출한 것은 처음이다. 명청 시기 동명 소설을 각색한 ‘후서유기’는 30부작으로 회당 약 40분이다. 기획부터 첫 방송까지 걸린 기간은 단 3개월. 중국 장편 드라마가 통상 기획과 촬영, 후반 작업, 심사를 거쳐 방송되기까지 1~2년이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제작 기간이 극단적으로 줄었다. 총감독 리둥선은 “한 회 제작비가 약 90만위안(약 1억8000만원)으로 1분당 2만~3만위안(약 400만~600만원)”이라고 밝혔다. 기존 상업용 애니메이션 시리즈 제작비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3회에 등장하는 3분짜리 전투 장면은 기존 컴퓨터그래픽(CG) 방식으로 만들면 400만~500만위안(약 8억~10억원)이 들지만 AI를 이용한 제작비는 2만~3만위안(약 400만~600만원)이라고 한다. 검열 문턱이 높은 중국 드라마 업계에서 AI를 이용한 영상은 수정이 쉽다는 점도 강점이다.

중국 숏폼 드라마 시장에서는 AI 드라마가 이미 주류다. 중국웹시청각프로그램서비스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공개된 숏폼 드라마 12만8000편 가운데 AI 작품은 95%(12만2000편)에 달했다. 이에 따라 중국 남부 도시에서는 300~400명의 ‘처우카스(抽卡师)’들이 거대한 PC방처럼 생긴 공간에 모여 일하는 ‘AI 공장’이 늘고 있다. ‘처우카스’는 AI에 명령어를 입력해 영상을 만든 뒤 쓸 만한 결과물을 골라내는 사람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제작사에서 시나리오와 콘티를 넘기면 이들은 AI 도구를 이용해 할당된 ‘장면’을 뽑는다. 제작사의 영상 기획과 시나리오 작업에는 클로드 같은 고성능 미국 AI 모델이 쓰이고, 영상을 대량 생성할 때는 바이트댄스의 시댄스가 주로 쓰인다고 한다.

반면 기존 영화·드라마 제작 인력의 일감은 줄고 있다. 중국 21세기경제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중견 배우 출연료는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고 조명과 의상, 촬영 인력의 일감도 감소했다.

물론 AI 드라마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후서유기’에서는 장면마다 인물의 표정이 미묘하게 달라지거나 손과 소품이 갑자기 바뀌는 모습이 종종 나온다. 중국의 한 테크 업계 투자자는 “제작비와 시간을 줄이는 데 성공한 중국 영상 콘텐츠 업계는 향후 얼마나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시청자를 붙잡느냐를 놓고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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