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가른 134㎞ 물길…中, 14조 들인 핑루운하로 물류비 대수술 [차이나 워치]

김은정 2026. 9. 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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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친저우시 링산현의 핑루운하 마다오 허브.

핑루운하는 난닝시 헝저우 핑탕강커우에서 출발해 친저우시 링산을 지나 친강을 따라 베이부만으로 내려가는 총연장 134.2㎞의 인공 수로다.

여기에 핑루운하가 더해지면 서남부 산업단지에서 내륙 수운을 거쳐 친저우항,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라는 새로운 축이 만들어진다. 천타오 베이부만항 생산업무부 컨테이너마케팅센터 주임은 "핑루운하는 중국 내륙 공장에 글로벌 해운망으로 향하는 빠른 통로를 제공하고 아세안과 교역을 확대한다는 전략적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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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핑루운하 따라가보니…5000t급 선박 베이부만 직행
광저우항 우회 560㎞ 줄여 물류비 18~30% 절감
2030년 물류비 GDP의 13.1%로…공장 밖 비용까지 낮춰
중국은 신중국 성립 후 첫 강·바다 직결 대운하인 핑루운하를 통해 서남부 화물의 광저우항 우회 거리를 560㎞ 이상 줄이고, 베이부만·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으로 향하는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난닝·친저우=김은정 특파원

지난 2일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친저우시 링산현의 핑루운하 마다오 허브. 산허리를 깎아낸 거대한 인공 수로 사이로 폭 34m의 갑문이 남쪽을 향해 길게 뻗어 있었다.

회색 콘크리트 벽 사이에는 최근 잇따라 내린 강우로 황갈색으로 변한 물이 고여 있었고, 수십m 높이의 수문과 붉은색 권양 설비가 층층이 들어서 있었다. 한국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된 핑루운하의 갑문은 산맥 한가운데 설치된 거대한 화물선 엘리베이터에 가까웠다.

오는 16일 개통을 앞둔 핑루운하 현장에는 공사 차량과 점검 인력이 끊임없이 오갔다. 곳곳에선 트럭이 자재를 실어 나르고, 작업자들은 수문과 설비를 다시 확인하며 막바지 시운전과 안전 점검에 분주했다. 갑문 너머로는 새로 파낸 물길이 굽이굽이 산을 가르고 베이부만 방향으로 이어졌다.

다음날인 3일엔 친저우의 칭녠 허브와 핑루운하 수상서비스구를 거쳐 베이부만항 친저우 자동화 컨테이너부두를 찾았다. 운하를 빠져나온 화물이 곧바로 국제해운과 철도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항만과 철도시설이 촘촘히 맞물려 있었다.

핑루운하, 물류망 재설계…아세안 교역 확대 

핑루운하는 난닝시 헝저우 핑탕강커우에서 출발해 친저우시 링산을 지나 친강을 따라 베이부만으로 내려가는 총연장 134.2㎞의 인공 수로다. 사업비만 약 727억위안(약 14조6200억원)이 투입됐다. 2022년 8월28일 착공해 4년 만에 개통하는 핑루운하는 신중국 성립 후 77년 만에 국가 차원에서 건설한 첫 통강달해, 즉 강과 바다를 직접 연결하는 운하다.

중국은 신중국 성립 후 첫 강·바다 직결 대운하인 핑루운하를 통해 서남부 화물의 광저우항 우회 거리를 560㎞ 이상 줄이고, 베이부만·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으로 향하는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난닝·친저우=김은정 특파원

핑루운하의 출발점과 베이부만 사이 수위차가 약 65m에 달하는 탓에 마다오·치스·칭녠 세 곳에 계단식 갑문을 설치해 배를 단계적으로 올리고 내리는 방식을 택했다. 특히 마다오 갑문은 최대 수두(갑문 상류와 하류의 수면 높이 차) 29.6m로 약 10층 건물 높이에 해당한다. 중국 정부가 세계 최대 규모이자 수두가 가장 높은 내륙 절수형 갑문이라고 자부하는 시설이기도 하다.

선박이 들어가 수위를 조절하는 갑문 내부 공간인 갑실 면적만 축구장 약 1.5개에 이른다. 무게 70t의 작업 밸브는 여는 데 1분, 닫는 데 30초가 걸린다. 마다오와 치스 허브는 절수지를 통해 일반 갑문보다 물 사용량을 약 60% 줄이도록 설계됐다. 막대한 양의 민물을 바다 쪽으로 흘려보내지 않으면서도 선박 통과 속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다. 목표 처리능력은 시간당 5000t급 선박 6척이다.

중국은 신중국 성립 후 첫 강·바다 직결 대운하인 핑루운하를 통해 서남부 화물의 광저우항 우회 거리를 560㎞ 이상 줄이고, 베이부만·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으로 향하는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난닝·친저우=김은정 특파원

중국 정부가 이렇게까지 거대한 토목공사를 벌인 건 서남부의 물류를 동쪽이 아니라 남쪽으로 돌리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윈난·구이저우·광시 등 서남 지역에서 시장 수운망을 이용하는 화물은 광저우항 등 주장강 삼각주 항만까지 이동한 뒤 바다로 나가는 구조였다.

핑루운하가 가동되면 헝저우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베이부만으로 직행한다. 광저우항 경유 때보다 내륙수운 거리가 약 560㎞ 짧아지고 종합 물류비는 18~30% 낮아질 전망이다. 연간 운송비 절감액은 약 52억위안으로 추산됐다.

베이부만에 도착한 화물은 다시 친저우항의 국제해운망과 연결된다. 친저우항은 팡청강항·베이하이항과 함께 베이부만항을 구성하며 컨테이너 간선항 기능을 맡고 있다. 베이부만항 전체로는 동남아시아·동북아시아·중동·남아프리카·남미·미 서부 등으로 국제 컨테이너 항로가 연결돼 있다.

중국은 신중국 성립 후 첫 강·바다 직결 대운하인 핑루운하를 통해 서남부 화물의 광저우항 우회 거리를 560㎞ 이상 줄이고, 베이부만·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으로 향하는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난닝·친저우=김은정 특파원

여기에 핑루운하가 더해지면 서남부 산업단지에서 내륙 수운을 거쳐 친저우항,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라는 새로운 축이 만들어진다. 천타오 베이부만항 생산업무부 컨테이너마케팅센터 주임은 "핑루운하는 중국 내륙 공장에 글로벌 해운망으로 향하는 빠른 통로를 제공하고 아세안과 교역을 확대한다는 전략적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신중국 77년 만의 강·바다 직결 운하 

핑루운하 개통은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물류비 대수술'과 직결돼 있다. 지난해 중국의 사회물류총비용은 19조5000억위안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3.9%였다.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 14% 아래로 내려갔다. 중국 정부는 여기서 다시 0.8%포인트를 낮춰 2030년 13.1%까지 떨어뜨리겠다는 목표를 최근 확정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교통운수부가 내놓은 물류망 건설 실시방안에는 물류허브와 산업단지의 직접 연결, 철도·도로·수운·항공 복합운송, 국제 물류망 확대, 물류 데이터 공유 등의 과제가 담겼다.

중국이 물류비 절감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미국과 패권 경쟁도 깔려 있다. 국가별 통계 기준이 달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미국의 물류비는 GDP의 약 8% 안팎으로 추정된다. 선진국도 대체로 8~10% 수준이다. 이에 비하면 중국이 제시한 2030년 목표치 13.1%도 여전히 높은 편이다.

중국은 신중국 성립 후 첫 강·바다 직결 대운하인 핑루운하를 통해 서남부 화물의 광저우항 우회 거리를 560㎞ 이상 줄이고, 베이부만·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으로 향하는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난닝·친저우=김은정 특파원

중국 입장에선 생산비를 낮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장 밖에서 발생하는 운송·보관·환적 비용까지 더 줄여야 미국과 제조업·공급망 경쟁에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핑루운하처럼 대량 화물을 값싼 수운으로 돌리고 철도·항만·산업단지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는 투자가 앞으로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큰 이유다.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핑루운하 개통을 앞두고 기점인 핑탕촌에는 농가 음식점과 민박, 관광시설이 생기며 반세기 넘게 잠들었던 마을 경제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난닝·친저우=김은정 특파원

중국 정부는 제조원가를 공장 안에서만 낮춰선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공급 과잉과 가격 경쟁이 심해진 상황에서 원재료가 공장으로 들어오는 비용과 완제품이 항만으로 빠져나가는 비용까지 줄여야 수출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국물류구매연합회는 GDP 대비 물류비가 0.1%포인트 내려갈 때마다 사회 전체에서 1000억위안 이상의 물류비 절감효과가 발생한다고 추정했다. 중국이 올 상반기 전체 고정자산투자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수상운송업 투자를 전년 동기보다 19.8% 늘린 배경이기도 하다. 싸고 대량 운송이 가능한 물길을 제조업 경쟁력의 일부로 편입시키려는 것이다.

세계 최대 갑문 뒤엔 '물류 전쟁'

핑루운하 개통을 계기로 중국 정부의 물류망 개선은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해 중국·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 철도를 지역의 교통 대동맥이라고 규정하며 건설 추진에 속도를 낼 것을 강조했다. 서쪽으로는 중앙아시아 철도를 뚫고, 남쪽으로는 핑루운하와 베이부만항을 통해 아세안으로 연결하려는 취지다. 철도·운하·항만을 따로 짓는 게 아니라 유라시아 내륙에서 아세안까지 여러 출구를 갖춘 공급망을 만들겠다는 게 중국 정부의 전략이다.

중국은 신중국 성립 후 첫 강·바다 직결 대운하인 핑루운하를 통해 서남부 화물의 광저우항 우회 거리를 560㎞ 이상 줄이고, 베이부만·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으로 향하는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난닝·친저우=김은정 특파원

다만 전문가들은 충분한 물동량을 확보하고 운영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게 과제라고 지적한다.

핑루운하그룹 한 관계자는 "아세안 국가마다 통관·디지털화 수준과 항만·항로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국경을 넘는 하나의 공급망을 만드는 건 또 다른 문제"라고 했다.

이를 두고 업계 한 관계자는 "핑루운하는 중국 물류 혁명의 성패를 가늠할 실험장에 가깝다"며 "실제 물동량이 얼마나 빠르게 늘어나는지와 중국 정부가 핑루운하를 모델로 철도·수운·항만을 결합한 저비용 물류망을 다른 지역으로 얼마나 확산하는지를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난닝·친저우=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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