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엔저’ 끝나나…엔 캐리 청산에 한국 증시도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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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외환시장을 지배해 온 '슈퍼 엔저' 기조가 급격한 변곡점을 맞이하면서 전 세계 자본시장에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경고음이 다시 울리고 있다. 미·일 장기금리 격차가 반토막 난 가운데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겹치며 누적된 엔화 매도 포지션이 강제 청산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당시와 달리 이번 9월 인상 기대는 시장에 선반영된 측면이 크고, CME 집계 엔화 매도 포지션 역시 지난 7월 말 대비 61%가량 축소되며 일부 사전 정리가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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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일본 투신 한국 주식 198% 급증…수급 이탈 우려 부각
"2024년 급성 충격과 달리 ‘계단식 청산’ 유력…은행·소비재 방어 유리"
글로벌 외환시장을 지배해 온 '슈퍼 엔저' 기조가 급격한 변곡점을 맞이하면서 전 세계 자본시장에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경고음이 다시 울리고 있다. 미·일 장기금리 격차가 반토막 난 가운데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겹치며 누적된 엔화 매도 포지션이 강제 청산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근 1년간 한국 주식과 채권을 대거 사들였던 일본계 자금의 이탈 가능성이 제기되며 국내 증시에도 긴장감이 번지는 모양새다.
7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오전 한때 달러당 155.88엔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 2일 160엔대 초반에서 거래되던 환율이 불과 닷새 사이 5엔 넘게 급락(엔화 가치 급등)했다. 지난달 한때 163.98엔까지 치솟으며 40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던 엔화 가치가 가파른 회복세로 돌아선 셈이다.
엔화 급반등의 이면에는 미국과 일본 당국의 전방위적인 공조와 강력한 시장 개입이 자리 잡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최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를 계기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를 만나 엔화 약세를 억제하기 위한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주문했다.
이에 일본 당국은 지난 7월 말부터 8월까지 엔화를 매수하고 달러를 매도하는 데 무려 15조4000억엔(약 133조원)을 썼다. 이 여파로 일본의 8월 말 외환보유액은 한 달 새 6.18% 급감한 1조2075억달러를 기록하며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감소 폭을 나타냈다.
당국의 외환 방어에 이어 통화 긴축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오는 17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앞둔 BOJ가 기준금리를 기존 1.00%에서 1.25%로 0.25%포인트(p) 인상할 확률은 97%까지 치솟았다.
채권시장 역시 요동치고 있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지난 2일 장중 3%를 돌파하며 1996년 이후 약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Kis자산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1월 351.46bp에 달했던 미·일 10년물 국채 스프레드는 최근 약 180bp 수준으로 좁혀져 1년 반 만에 사실상 반토막 났다.
미·일 금리차 축소와 엔화 강세는 저금리 엔화를 빌려 해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해 온 엔 캐리 트레이드의 수익성을 무너뜨리는 '이중 압박'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무헤지 엔 캐리 포지션의 최근 1년 수익률(10.7%) 중 환차익 기여도가 7.9%p에 달해, 엔화가 1.8%만 강세를 보여도 1년치 금리차 수익이 통째로 상쇄된다.
시장이 경계하는 핵심 리스크는 누적된 엔화 매도 포지션의 강제 청산 연쇄 반응이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대형 투기 세력의 엔화 선물 순매도 포지션은 이달 초 기준 10만2188계약(약 1조2000억엔)에 달해 엔화 약세 베팅이 한쪽으로 극단화된 상태다.
단기 분수령은 오는 11일 발표되는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다.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둔화돼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완화 기대가 커질 경우, 엔화 매수세가 유입되며 달러·엔 환율은 150~152엔선까지 떨어질(엔화 가치 상승) 수 있다.
환율 상승이 본격화될 경우 포지션 청산 압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JP모건은 지난해 10월 이후 누적된 글로벌 엔화 매도 포지션 규모를 최대 17조엔(약 1090억달러)으로 추산하며, 해당 포지션이 완전히 청산될 경우 달러·엔 환율이 142~146엔선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엔화 약세 베팅이 한쪽으로 쏠려 있어 엔화가 추가 상승하면 매도 포지션을 되돌리기 위한 엔화 매수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증시 역시 엔 캐리 청산의 직접적인 사정권에 들어와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1년(2025년 7월~2026년 7월) 동안 일본 투신권의 외화표시 자산이 36% 증가하는 동안, 한국 주식 자산은 198%, 한국 채권 자산은 793% 폭증했다. 엔저 국면에서 국내 시장으로 대거 유입됐던 일본계 유동성이 회수될 경우 코스피 대형주를 중심으로 수급 충격이 불가피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2024년 8월 '블랙 먼데이'와 같은 급격한 단기 폭락보다는 수개월에 걸친 '계단식 청산'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당시와 달리 이번 9월 인상 기대는 시장에 선반영된 측면이 크고, CME 집계 엔화 매도 포지션 역시 지난 7월 말 대비 61%가량 축소되며 일부 사전 정리가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시 대응 전략으로는 반도체 등 수출 성장주보다 원화 강세 수혜를 받는 내수주 중심의 접근이 제시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저 국면에서 유입된 글로벌 자금이 미국과 한국의 기술주 랠리를 이끌었던 만큼 급격한 엔화 강세는 기술주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원화와 엔화의 동반 강세 분위기 속에서는 수출주보다 정유, 화장품, 필수소비, 은행 등 내수 관련 업종의 상대적 강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진우 기자 pjw19786@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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