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호강은 물론 눈호강도 가차없이 깨버린 '포핸즈', 뭐가 문제일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6. 9. 7.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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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작품을 사람들은 흔히 '호강 드라마'라고 부른다. tvN 토일드라마 <포핸즈>는 바로 그 눈과 귀가 즐거운 드라마다.

다시 말하지만 <포핸즈>는 귀호강, 눈호강 하게 해주는 드라마다. 하지만 그 귀호강, 눈호강을 깨는 클리셰와 자극적인 갈등이 자꾸만 진입장벽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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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핸즈’, 클래식 선율에 폭력이 갈등으로 얹어질 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이런 작품을 사람들은 흔히 '호강 드라마'라고 부른다. 송강과 이준영이 나란히 앉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피아노를 치는 장면. 한 마디로 '눈 호강'이다. 그리고 그들이 거의 사랑에 가까운 우정의 눈빛을 주고받으며 치는 피아노의 선율. 바흐와 라흐마니노프와 쇼핑, 모차르트, 베토벤이 흐르는 그 시간. 이것이 바로 '귀 호강'이다. tvN 토일드라마 <포핸즈>는 바로 그 눈과 귀가 즐거운 드라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작품의 이야기 전개는 바로 이런 호강을 깨버리는 클리셰들로 가득하다. 강비오(송강)도 최정요(이준영)도 모두 피아노 천재들이지만, 그들이 사는 삶은 극단적인 비극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최정요는 빚쟁이들에게 쫓기는 아버지 최기택(성노진) 때문에 자신도 쫓기는 신세다. 늘 술에 절어 아들에게 비수 같은 말들만 내놓는 아버지는 최정요가 자신의 핏줄이 아니라는 걸 뒤늦게 알고는 술에만 빠져 산다. 그가 진 사채빚 때문에 최정요는 김실장(김민) 같은 사채업자에게 휘둘리는 처지가 됐다.

빚을 진 부모 때문에 자식이 고통을 겪는 이 상황은 전형적인 갈등 상황을 불러오는 클리셰다. 김실장은 최정요는 물론이고 그와 우정으로 얽혀 있는 강비오에게까지 손을 뻗치려 한다. 단지 그가 잘 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최정요는 그 불안감에 잠도 이룰 수 없다. 자신이 겪은 고통이 혹여나 친구에게까지 불똥이 뛸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 상황을 보는 시청자들은 힘겹다. 강비오와 최정요의 달달하기까지 한 우정에 아름다운 선율의 피아노 연주만 보고 싶은데, 여기에 느닷없이 사채업자, 폭력, 알코올중독, 비정한 부모 같은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나 상황들이 끼어들기 때문이다.

강비오라고 상황이 다르지 않다. 할아버지 강승운(정진영)은 세계적으로 명망 높은 지휘자지만 각종 콩쿠르에서 트로피를 받아온 강비오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건 천재를 알아보는 그의 남다른 안목 때문이기도 하지만, 강비오가 원치 않는 손자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발레리나의 꿈을 키우고 유학하던 딸 강지혜(윤세아)가 어느 날 갑자기 낳아온 아들. 그 재능을 꺾어버린 게 바로 강비오라는 점 때문에 강승운은 손자에게 매몰차다.

어떻게든 할아버지의 인정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강승운은 그에게 일말의 가능성도 없다고 선을 긋는다. 그 이유는 지나치게 아들에게 집착하는 그의 엄마 강지혜 때문이기도 하다. 강지혜는 콩쿠르에서 우승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끝없이 강비오를 경쟁에 몰아넣는다. 하지만 그런 경쟁을 위한 연주가 강비오를 망가뜨린다. 연주 기계처럼 감정 없는 테크니션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인정받지 못하는 천재와 지나치게 아들에 집착해 그 재능마저 깎아버리면서 자신의 욕망을 결코 꺾지 않고 가스라이팅에 이간질까지 하는 엄마. 그리고 제아무리 원치 않는 손자라고 해도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비정한 할아버지. 이 상황 역시 시청자들이 보기가 버겁다. 너무 익숙한 클리셰 갈등 설정인데다, 강비오와 최정요의 아름다운 협연을 보다가 갑자기 틈입하는 이 갈등들이 분위기를 여지없이 깨버리기 때문이다.

최정요도 강비오도 이런 고통스러운 상황들 속으로 집어넣는가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것이 갈등을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정의 차원을 넘어서서 거의 빌런화 되어가는 강지혜나 강승운은 물론이고, 최기택과 김실장 같은 클리셰적인 악역들이 과연 클래식을 소재로 하는 이 작품의 결과 어울리는가는 생각해볼 문제다. 그 극단적인 현실에 놓인 아름다운 청년들이 그걸 벗어나 피아노라는 세계 속에서 유일하게 행복감을 찾는 이야기를 드라마는 꿈꾸고 있지만, 굳이 이 정도까지 극단적인 현실들을 끼워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다시 말하지만 <포핸즈>는 귀호강, 눈호강 하게 해주는 드라마다. 하지만 그 귀호강, 눈호강을 깨는 클리셰와 자극적인 갈등이 자꾸만 진입장벽을 만든다. 그런 극단적인 클리셰가 아니라 보다 현실적인 상황들을 가져와 보다 섬세한 그 감정의 충돌을 그려내는 것으로 보다 클래식 피아노라는 소재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구성할 수는 없었을까. 클래식 선율에 얹어지는 극단적인 폭력과 가스라이팅, 이간질의 갈등들은 섬세함이 없어 더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피아노 천재들의 예술을 향한 마음과 그로 인해 생겨나는 감정과 갈등 그리고 그걸 뛰어넘는 우정을 보다 담담하게 그려낼 순 없었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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