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사후약방문' 동물보호법은 이제 그만

2026. 9. 7.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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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일, 국회에서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위원회 대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이 대안은 제22대 국회에서 발의된 동물보호법 개정안 53건을 심사·조정해 마련됐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학대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이라도 다른 동물을 기르는 것을 금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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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의 동물복지 이야기

지난 9월 2일, 국회에서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위원회 대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이 대안은 제22대 국회에서 발의된 동물보호법 개정안 53건을 심사·조정해 마련됐다. 2022년 동물보호법 전부개정 이후에도 남아 있던 여러 과제를 법제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22년 동물보호법 전부개정 이후에도 남아 있던 여러 과제를 법제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환영할 만한 진전을 꼽으라면 동물학대 범죄자에 대한 ‘동물사육금지명령’ 제도의 도입일 것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학대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이라도 다른 동물을 기르는 것을 금지하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가 학대 피해 동물을 소유자로부터 격리하더라도 소유자가 보호 비용을 부담하고 반환을 요구하면 돌려줘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동물학대 사건이 발생하면 지방자치단체나 개입한 동물보호단체가 학대자에게 제발 동물의 소유권을 포기해달라고 읍소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학대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이라도 다른 동물을 기르는 것을 금지하지 않는다. AI 생성 이미지

일각에서는 그 원인을 민법이 동물을 여전히 ‘물건’으로 취급하는 데서 찾지만, 동물학대자가 동물을 기르는 것을 금지하기 위한 선결 조건은 아니다. 미국, 영국 등 동물의 법적 지위를 물건과 명확히 구분하지 않은 국가들도 이미 오래 전부터 학대자의 동물을 몰수하고 일정 기간 또는 영구적으로 동물의 소유·사육·접근을 제한하는 제도를 갖추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동물을 죽이거나 상해를 입히는 등 동물학대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법원이 1년 이상 5년 이하의 범위에서 모든 동물의 사육·관리·보호를 금지하는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명령을 위반하면 처벌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소유자로써의 사육관리 의무 위반 등 비교적 경미한 동물대상 범죄에 대해서도 일정 기간 동물 사육을 금지하고, 동물을 죽이거나 심각한 상해를 입힌 중대한 범죄에는 영구적인 사육금지명령까지 내릴 수 있는 해외 제도와 비교하면 충분히 강한 조치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우리 법에 동물사육금지명령이 처음 도입됐다는 사실 자체는 큰 진전이다. 제도가 안착되면 향후에는 재범 위험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영구적으로 동물 사육을 금지할 수 있도록 적용 범위와 기간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동물학대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법원이 1년 이상 5년 이하의 범위에서 모든 동물의 사육·관리·보호를 금지하는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반려동물에 대한 사육·관리 의무를 위반한 행위 자체를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2018년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반려동물에게 최소한의 사육공간과 먹이를 제공하고, 적정한 길이의 목줄을 사용하며, 위생과 건강을 관리해야 하는 의무가 법에 규정됐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이러한 의무를 위반했더라도 동물에게 질병이나 상해가 발생하거나 동물이 죽는 등 구체적인 피해가 입증돼야 처벌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소유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보호받지 못한 채 방치돼 고통받는 동물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짧은 목줄에 묶인 채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는 개, 이른바 ‘마당개’ 등 방치된 동물을 돕고자 나선 시민과 소유자 사이에 갈등과 분쟁이 발생하는 일도 잇따르고 있다.

지금까지는 동물에게 질병이나 상해가 발생하거나 동물이 죽는 등 구체적인 피해가 입증돼야 처벌할 수 있었다. 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이번 대안이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최소한의 사육공간을 제공하지 않거나 지나치게 짧은 목줄로 묶어 두는 등 법령상 사육·관리 의무를 위반한 경우, 동물에게 사망·상해·질병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동물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은 뒤에야 처벌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학대와 방임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기 전에 개입할 수 있는 예방적 보호체계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물론 법을 만드는 것만으로 동물의 처지가 하루아침에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는 적극적인 홍보와 계도를 통해 달라진 제도를 알리고, 각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현장에서 제대로 집행할 수 있도록 인력과 행정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적극적인 홍보와 계도를 통해 달라진 제도를 알리고, 각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현장에서 제대로 집행할 수 있도록 인력과 행정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AI 생성 이미지

이 밖에도 지방자치단체 동물보호센터에서 입양되는 동물의 중성화수술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동물학대 영상을 게시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은 현행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됐으며, 도박을 목적으로 동물을 이용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도 무거워졌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그동안 수많은 동물과 시민에게 피해를 입힌 이른바 ‘신종 펫숍’을 규제하기 위해 허위·과장 광고를 금지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동물을 인수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내용은 대안에 반영됐다. 그러나 동물판매업과 민간동물보호시설의 겸업을 제한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동물판매업과 민간동물보호시설의 겸업을 제한하는 내용은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위원회 대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신종 펫숍은 보호시설의 명칭과 외형을 이용해 동물을 구조·보호하는 것처럼 홍보하면서 실제로는 동물 판매로 수익을 얻는다. 동물을 기르기 어려워진 보호자에게는 거액의 ‘파양비’를 받고, 동물을 다시 다른 사람에게 입양 보내는 것처럼 판매해 이중으로 수익을 챙기는 구조다. 농해수위 검토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이러한 겸업 제한이 ‘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겸업 제한은 동물판매업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 동물판매업자는 판매업을 계속할 수 있다. 다만 민간동물보호시설을 운영하려면 동물판매업을 함께 운영하지 않도록 해 보호와 판매의 기능을 분리하고, 판매업이 위장 영업을 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자는 것이다.

공익적 목적을 보호하고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특정 업종의 병행 영업을 제한하는 사례는 다른 법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약사법」은 의료기관과 약국 사이의 경제적 이해관계로 인한 담합을 방지하기 위해 의료기관의 시설 안이나 구내 등에 약국을 개설하지 못하도록 한다. 헌법재판소 역시 이러한 규제가 의료기관과 약국 간 담합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공익을 위한 합리적인 제한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신종 펫숍은 보호시설의 명칭과 외형을 이용해 동물을 구조·보호하는 것처럼 홍보하면서 실제로는 동물 판매로 수익을 얻는다. 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동물을 돕고자 하는 시민의 선한 의도와 동물을 더 이상 기를 수 없게 된 보호자의 죄책감을 악용하고, 동물의 복지까지 위협하며 돈을 버는 영업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은 작다고 볼 수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겸업 제한과 영업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비교할 때, 어느 쪽을 더 두텁게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부의 인식은 아직도 시민의 인식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신종 펫숍 금지는 지난 대통령선거 공약과 국정과제, 2026년 더불어민주당 지방선거 공약에도 포함된 만큼, 추가 입법과 적극적인 조사·단속을 통해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신종 펫숍 금지는 지난 대통령선거 공약과 국정과제, 2026년 더불어민주당 지방선거 공약에도 포함된 만큼, 추가 입법과 적극적인 조사·단속을 통해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중요한 법안들이 국회의 첫 번째 관문을 넘은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농해수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에서도 핵심 취지를 잃지 않고 조속히 통과되어야 한다. 이번 대안에 담기지 못한 과제 역시 후속 입법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 동물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 뒤에야 처벌하는 사후약방문식 제도에서 벗어나,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개입해 동물을 보호하고,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예방적 동물보호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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