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지사가 썼다더니 친일파 글씨였다… 체면 구긴 국립중앙박물관

인현우 2026. 9. 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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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이 올해 7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특별전시에서 애국지사 박원근(1912~1950)의 글씨로 소개한 서예 작품이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1874~1959)의 글씨로 확인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7일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을 통해 전시한 서예 작품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이 박원근이 아닌 박중양의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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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 전시 서예 작품 '일반시국은' 재검증 결과 발표
독립운동가 박원근 아닌 친일행위자 박중양의 글씨
7월 개막한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전시장에 설치된 박중양의 글씨 '일반시국은'. 당초 애국지사 박원근의 것으로 소개됐으며, 8월 10일 전시장에서 철수했다. 인현우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이 올해 7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특별전시에서 애국지사 박원근(1912~1950)의 글씨로 소개한 서예 작품이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1874~1959)의 글씨로 확인됐다. 유홍준 관장은 "역사적 인물에 대한 정확한 사실 확인은 박물관이 국민 앞에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책무인데 이에 대해 미흡했다"고 사과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7일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을 통해 전시한 서예 작품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이 박원근이 아닌 박중양의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이 작품의 낙관 '한인(韓人) 박원근'을 두고 박원근이 박중양의 다른 이름이라는 의견이 서예계를 중심으로 제기되자, 박물관은 작품을 전시장에서 철수하고 서예·역사(근현대사)·고문헌·보존과학 분야 전문가의 교차 검증을 진행해왔다.

박물관이 공개한 검증 내용에 따르면 서예·고문헌 분야에서 해당 작품과 박중양의 필적을 대조해 본 결과 유사한 특징이 발견됐다. 두인(오른쪽 위 머리에 찍는 도장) 또한 박중양이 쓰던 인장으로 확인됐다. 낙관에 쓰인 '한인'이라는 표현은 대한제국기 일본 유학생이나 방문자들이 일본인 앞에서 자신의 국적을 밝힐 때 주로 쓰던 표현이며, 표구 또한 근대 일본식 표구에 자주 쓰인 방식이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보고서'에 따르면 박원근은 박중양의 이명이다. 대한제국기인 1896년부터 1903년까지 일본을 유학하며 박원근이란 이름을 썼고, 귀국 무렵부터 박중양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유학 시절에는 여러 지역을 돌며 휘호를 팔아 경비를 충당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때 '박원근' 명의로 쓴 서예 작품들이 일본을 비롯한 해외 경매 사이트에 다수 유통되는 것으로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당초 이 유물이 임진왜란 당시 의승병장인 영규(?~1592) 대사가 승병 모집 때 한 말로 전해지는 "한 그릇의 밥도 나라의 은혜"를 인용했다고 보고 '우리들의 밥상' 전시품으로 선정했다. 유품이 거의 없는 애국지사 박원근의 유묵이 전시됐다는 소식을 접한 유족이 직접 전시장을 방문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유물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유가족이 친일파 글씨를 선대의 유묵으로 잘못 알고 예를 올리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전 검증을 강화하고 근현대사 분야 내외부 전문가 풀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유 관장은 사과문에서 "아버지의 유품으로 알고 마음을 다해 관람해 주신 유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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