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은하, 초기부터 외부 별들 흡수하며 컸다…123억년 전 우주 병합 흔적

곽노필 기자 2026. 9. 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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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은하가 수천억개의 별을 품은 거대한 나선은하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은 가장 오래된 '우주 병합' 흔적이 발견됐다.

이탈리아 국립천체물리학연구소(INAF)가 중심이 된 국제연구진이 빅뱅 후 20억년도 지나지 않은 123억년 전에 우리 은하가 왜소은하를 집어삼켰던 결정적 증거를 포착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 '태초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허블우주망원경을 이용해 가장 오래된 별들로 이뤄진 우리은하 중심부에서 2만광년 이내에 있는 39개의 구상성단을 정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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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형성 초기 10억년 때 ‘왜소 은하’ 집어삼켜
역대 가장 오래된 우리 은하 병합 사건 포착
우리 은하 중심 구상성단 12개에 흔적 남아
약 120억년 전, LKH라는 왜소은하와 어린 우리 은하가 충돌하는 모습을 묘사한 상상도.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우리 은하가 수천억개의 별을 품은 거대한 나선은하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은 가장 오래된 '우주 병합' 흔적이 발견됐다.

이탈리아 국립천체물리학연구소(INAF)가 중심이 된 국제연구진이 빅뱅 후 20억년도 지나지 않은 123억년 전에 우리 은하가 왜소은하를 집어삼켰던 결정적 증거를 포착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발표했다.

이는 우리 은하가 형성되기 시작한 지 10억년도 되지 않은 시점으로, 우리 은하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진 가이아-소시지-엔셀라두스(GSE) 은하 충돌보다 18억년 앞서 일어난 것이다.

우리 은하는 한편에선 주변의 가스 구름을 모아 별을 만들고, 다른 한편에선 주변의 작은 은하들을 흡수하며 성장해 왔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은하 병합은 궁수자리 왜소은하(Sgr dSph)와의 병합이다. 60억년도 더 전에 시작돼 지금까지 진행 중이다. 역대 가장 큰 은하 병합은 105억년 전 가이아-소시지-엔셀라두스 은하를 흡수한 것이었다. 이 사건은 우리 은하의 별 원반을 90도 뒤집어버리는 등 큰 영향을 끼쳤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관측과 모의실험을 통해 이보다 더 오래된 시점에서도 또다른 대형 은하 병합이 있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그 흔적을 찾기가 어려웠다. 초기에는 우리 은하가 지금보다 훨씬 작아서 병합 과정이 더욱 혼란스러웠고, 워낙 오래 전 일이어서 그동안 병합의 흔적도 상당 부분 사라졌기 때문이다.

별들이 공 모양으로 밀집돼 있는 구상성단은 우주 초기에 매우 짧은 시간 동안 거의 동시에 태어난 별들의 집합체여서 일종의 \'우주고고학 유적지\' 역할을 한다. 사진은 구상성단의 한 사례.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구상성단은 우주고고학 유적지

연구진은 이 ‘태초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허블우주망원경을 이용해 가장 오래된 별들로 이뤄진 우리은하 중심부에서 2만광년 이내에 있는 39개의 구상성단을 정밀 분석했다. 구상성단은 수만~수백만개의 별이 공 모양으로 밀집돼 있는 별무리로, 우주 초기에 매우 짧은 시간 동안 거의 동시에 태어난 별들의 집합체여서 일종의 '우주고고학 유적지' 역할을 한다.

연구를 이끈 다비데 마사리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우리 은하를 구성하는 첫번째 커다란 벽돌이 어디서 왔는지 밝혀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허블을 통해 각 성단의 정확한 나이와 금속원소의 함량(헬륨보다 무거운 원소의 비율)을 측정했다. 그 결과, 기존에 알려진 토박이 성단들이나 가이아-소시지-엔셀라두스 합병 시기의 성단들과는 완전히 구분되는 ‘제3의 구상성단’ 12개를 찾아냈다.

현재 우리 은하를 공전하고 있는 궁수자리 왜소은하(왼쪽 주황색 덩어리)를 묘사한 그림. 은하 중심 오른쪽의 밝은 노란색 원은 태양이다. 케임브리지대 천문학연구소 제공

태양 질량의 5억배 별들로 구성

이들 성단은 가이아-소시지-엔셀라두스에서 유래한 것보다 오래되었고, 우리 은하 토박이 성단보다는 젊었다. 연구진은 따라서 이들은 과거 우리 은하가 흡수한 별개의 왜소은하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계산 결과, 당시 흡수됐을 왜소은하는 태양 질량의 5억배에 이르는 별들을 품고 있었으며, 이는 당시 우리 은하 질량의 상당 부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초기 은하 합병을 주장해 온 세편의 연구를 기리는 의미에서 이 왜소은하의 이름을 'LKH(Low-energy-Kraken-Heracles)'로 명명했다. 공동저자인 이탈리아 볼로냐대의 키아라 제르비나티 연구원은 “허블의 고정밀 관측과 유럽우주국의 가이아우주망원경 관측 데이터를 결합해 LKH에서 탄생한 성단 무리를 완벽히 분리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마사리 박사는 “그동안 일부 과학자들은 은하계 진화의 초기 단계는 전적으로 내부에서 태어난 별들에 의해서만 정의된다고 믿어왔으나, 이번 연구로 외부 은하에서 유래한 별들의 역할이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앞으로도 허블 망원경을 이용해 아직 연구되지 않은 구상성단을 추가로 조사하고, 우주 역사 전반에 걸쳐 우리은하가 겪은 모든 대형 합병 사건의 전모를 밝혀낸다는 계획이다.

*논문 정보

Evidence of a massive accretion event 1.8 billion years before the Gaia-Sausage-Enceladus merger.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0-026-02931-5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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