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새 AI야?”… 美·中 신모델 속도전에 커지는 ‘신모델 피로감’

인공지능(AI) 업계의 신제품 출시 경쟁이 ‘월 단위’를 넘어 ‘주 단위’로 빨라지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불과 8일 사이 미국과 중국에서 최상위권 AI 모델 4개가 잇따라 등장했다. 이번 주에도 오픈AI와 앤스로픽, 구글, 메타가 일제히 새 모델이나 업그레이드 제품을 내놨다. 모델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 AI 성능을 측정하는 시험마저 변별력을 잃어 교체되는 상황이다. 기업과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새 모델이 나올 때마다 성능과 가격을 비교해야 하는 이른바 ‘신모델 피로감(model fatigue)’까지 나타나고 있다.
◇106일 동안 4번…AI 신제품 ‘주 단위’ 경쟁
지난 1일 앤스로픽이 코딩·지식 업무에 초점을 맞춘 ‘클로드 페이블 5.1’과 ‘클로드 미토스 5.1’을 공개한 데 이어 2일에는 메타가 ‘뮤즈 스파크 1.3’, 구글이 ‘제미나이 3.8 플래시’를 선보였다. 오픈AI도 3일 사이버 보안과 컴퓨터 활용 능력을 강화한 ‘GPT-6 아스트라’를 출시했다.
특히 구글의 출시 속도가 빨라졌다. 미 경제지 포천에 따르면 구글은 106일 동안 경량 AI 모델 ‘제미나이 플래시’를 네 차례 출시했다. 최신 모델인 제미나이 3.8 플래시는 전작이 나온 지 불과 3주 만에 등장했다. 포천은 구글이 최근 몇 년간 AI 경쟁에서 ‘빠른 출시’를 중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도 앞서 포천에 구글이 10~15년 전의 ‘출시 문화(shipping culture)’를 되살려 빠르게 제품을 내놓고 있다고 했다.
AI 기업들이 속도 경쟁을 벌이는 배경에는 급팽창하는 시장이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세계 AI 관련 지출이 전년보다 47% 증가한 2조5957억달러(약 35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AI 모델에 쓰이는 돈만 326억달러로 전년보다 110%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오픈AI와 앤스로픽에는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도 있다. 악시오스는 두 회사가 IPO를 앞두고 빠른 기술 발전과 안전성을 동시에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6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 서류를 비공개로 제출한 앤스로픽은 이달 말 투자설명서를 공개하고, 이르면 다음 달 중순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오픈AI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신제품이 쏟아지면서 이용 기업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AI 스타트업 런팟의 전 루 CEO는 CNBC에 “모델 피로가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고 느낀다”며 “혁신은 매우 흥미롭지만 시장에 과열된 분위기가 워낙 강해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계속 소음을 만들어내야 하는 환경”이라고 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모두가 더 빠른 출시 주기로 가고 있다”고 했다.
◇中까지 가세…너무 빨라 ‘AI 시험’도 바꾼다
속도전은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AI 평가 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 7월 8일부터 16일까지 불과 8일 사이 xAI의 ‘그록 4.5’, 오픈AI의 ‘GPT-5.6’, 메타의 ‘뮤즈 스파크 1.1’, 중국 문샷AI의 ‘키미 K3’ 등 최상위권 모델 4개가 출시됐다. 이 기관의 ‘AI 지능지수’에서 50점을 넘은 업체도 6월 초 2곳에서 7월 중순 6곳으로 늘었다. 상위 3개 모델은 서로 다른 업체 제품이었고 점수 차이는 3점에 불과했다.
중국 업체들의 추격도 거세지고 있다. 문샷AI가 7월 공개한 키미 K3는 아티피셜 애널리시스 평가에서 당시 세계 3위에 올랐다. 이 회사는 최근 홍콩 증시에 기업공개를 비공개로 신청했으며 최대 30억달러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기업 가치는 약 500억달러로 평가된다.
딥시크도 지난달 ‘V4 프로’를 출시했다. 아티피셜 애널리시스의 AI 지능지수에서 53점을 받아 이전 V4 플래시의 40점보다 크게 올랐다. 로이터는 딥시크가 문샷AI와 알리바바 등 중국 경쟁 업체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모델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성능을 재는 평가 기준도 잇따라 바뀌고 있다. 아티피셜 애널리시스는 지난 4일 AI 지능지수를 개편하면서 과학 추론 능력을 측정하는 ‘GPQA 다이아몬드’를 평가 대상에서 제외했다. 최첨단 AI들이 이미 높은 점수를 받아 평가가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대신 4592쪽 분량의 문서를 읽고 추론해야 하는 시험 등 더 복잡하고 현실적인 평가를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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