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버스 회사보다 많은 항공사, 탑승객 늘어도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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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국내에 등록된 항공사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에어서울·에어프레미아·에어로케이·파라타항공·에어제타·섬에어 등 13곳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계기로 대한항공 계열 LCC인 진에어가 아시아나항공 계열 LCC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흡수 합병하기로 하면서다. 부산 정치권은 통합 진에어 운영 계획과 관련해 오는 10월 국정감사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을 빌려 준 산업은행의 박상진 회장을 증인으로 세우겠다는 계획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통합 진에어 출범을 계기로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LCC 시장 재편 등 항공산업 발전 방안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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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항공사 13곳, 고속버스(11개) 보다 많아
내년 '통합 진에어' 출범도 변수

“국제선을 띄우는 항공사 숫자가 고속버스 회사와 같으니 장사가 되겠습니까?”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국내에 등록된 항공사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에어서울·에어프레미아·에어로케이·파라타항공·에어제타·섬에어 등 13곳이다. 화물 전문인 에어제타와 올해 3월 지역항공 모빌리티(RAM·Regional Air Mobility)를 표방하며 국내선(김포~사천) 취항을 시작한 섬에어를 제외한 국제선 여객 항공사도 11곳이다.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에 가입된 국내 고속버스 회사 수(11곳)와 같다. 국내 시장 규모에 비해 항공사 수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저비용항공사(LC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고유가·고환율 여파로 올해 2분기 적자 폭이 커졌다”면서도 “외부 변수가 없어도 플레이어(항공사)가 너무 많아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구조”라고 설명했다.
○고유가·고환율 ‘직격탄’
올 2분기 항공 여객은 3157만 명으로 작년 2분기(3017만 명)보다 4.6% 늘었다. 하지만 LCC들은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고유가와 고환율 탓에 적자를 면치 못했다. 최근 트리니티항공으로 사명을 변경한 티웨이항공은 2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3% 증가한 4697억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영업적자는 1826억원으로 작년 2분기(-790억원)보다 1000억원 넘게 늘었다. 트리니티항공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아시아나가 보유한 파리·로마·프랑크푸르트·바르셀로나 등 유럽 노선을 넘겨 받아 LCC 중 유일하게 장거리 노선을 취항하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항공유 가격이 급등하고 환율까지 치솟자 항공사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전쟁 직전인 2월 말 배럴당 99달러 수준이었던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은 한 달 새 195달러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2분기 말 원·달러 환율은 1542원으로 작년 말보다 10% 가까이 올랐다. 항공유는 물론 항공기 리스료(임차료) 등을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사는 원·달러 환율이 오를수록 비용이 늘어나는 구조다.
모기업인 소노트리니티그룹이 올 상반기에만 2626억원에 달하는 자본을 확충했지만 트리니티항공의 상반기 순손실은 2281억원에 이른다. LCC의 맏형 격인 제주항공도 2분기 분기 최대인 441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524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작년 2분기(-450억원)에 비해 적자 폭이 커졌다. 진에어(-731억원), 에어부산(-355억원) 등 다른 LCC들도 전년보다 적자가 늘었다. 비상장사로 실적을 공시하지 않은 이스타항공과 에어서울,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파라타항공 등 나머지 LCC들도 2분기 모두 영업 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항공사(FSC)도 예외는 아니다. 아시아나항공은 2분기 영업적자만 2951억원에 달했다. 작년 2분기(340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11개 국제선 여객 항공사 중 흑자를 낸 곳은 국내 최대 항공사이자 전용 화물기를 보유한 대한항공(2618억원)뿐이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수출이 급증한 데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이 막히면서 항공 화물 운임이 상승한 덕분이다. 대한항공의 2분기 화물 운임은 km당 703원으로 전년 대비 42% 올랐다. 반면 LCC는 전용 화물기가 없고 아시아나항공도 대한항공과의 합병 과정에서 화물기 사업부를 매각한 상태다.
○“비행기는 만석인데 남는 게 없다”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한 9곳에 달하는 LCC 간 ‘과당경쟁’ 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보고 있다. 제주항공은 올 상반기 726만2766석을 공급해 659만8800명을 수송했다. 탑승률은 90.9%로 작년 상반기(84.8%)보다 상승했다. 작년 LCC 탑승률 1위를 기록한 이스타항공의 상반기 탑승률은 92.2%에 달한다. 장거리 노선을 띄우는 트리니티항공의 상반기 탑승률(89.4%)도 90%에 가깝다. 한 LCC 여객사업본부 임원은 “사실상 항공기를 만석으로 꽉 채워 띄우고 있어도 적자를 낸다는 것은 사업성이 한계에 달했다는 시그널”이라며 “미국·이란 전쟁 같은 외부 변수라도 발생하면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라고 털어놨다.
항공업을 포함한 운송업은 고정비 비중이 높은 산업으로 꼽힌다. 승객 수와 관계없이 비행기를 띄우면 유류비와 인건비, 정비비가 발생하는 구조여서다. 빈 좌석으로 운항하는 것보다는 낮은 요금을 받더라도 탑승률을 올리는 게 유리하다. LCC의 경우 위탁수화물, 좌석 지정, 기내식 등 부가서비스 수익도 우선 항공권을 팔아야만 가능하다. LCC들이 ‘90% 할인 특가’ 등 가격을 앞세워 고객 모시기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사업 구조가 동일한 LCC 간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고유가·고환율로 비용이 늘어도 항공사 입장에서는 가격 인상은 꿈도 못 꾼다. 오히려 A사가 특정 노선 가격을 낮추면 같은 노선에 취항하는 B, C사 등 나머지 LCC들도 따라서 가격을 내린다고 귀띔한다.
LCC발 가격 경쟁이 장기화할 경우 비행 안전이 우려된다는 시각도 있다. 수익성이 나빠진 LCC들이 정비 등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투자부터 아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소비자들이 저렴한 항공권에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이유다.
지방공항 활성화라는 정치적인 이유로 LCC 면허를 남발했다는 시각도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국토교통부는 강원 양양공항 기반의 플라이강원(현 파라타항공), 충북 청주공항의 에어로케이, 인천공항의 에어프레미아 등 3곳에 운송 면허를 발급하면서 LCC가 9개사로 늘어나게 됐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경쟁을 통해 항공권 가격이 내리는 등 소비자 선택권이 늘어났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한국 인구(5100만 명)를 감안할 때 항공 수요보다 공급이 과도해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보다 인구가 6배 이상 많은 미국(3억5000만 명) LCC가 9개사고 유럽 최대 항공시장인 독일(8400만 명)도 LCC가 4곳에 그친다.
○3사 합병 ‘통합 진에어’ 변수
LCC 시장은 내년 3월 17일부터 9곳에서 7곳으로 줄어든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계기로 대한항공 계열 LCC인 진에어가 아시아나항공 계열 LCC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흡수 합병하기로 하면서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항공기와 노선을 흡수한 ‘통합 진에어’ 출범을 바라보는 항공업계의 셈법은 복잡하다.
LCC 숫가가 줄어들면 ‘제 살 깎기식’ 과당경쟁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규모의 경제’에서 밀리는 나머지 LCC들의 실적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진에어에 흡수되는 에어부산을 두고 부산 지역 정재계가 반발하는 것도 변수다. 김미애·서지영·박성훈·김대식·조승환·곽규택 의원 등 국민의힘 부산 지역구 의원들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 진에어 본사의 부산 유치를 촉구했다. 부산 정치권은 통합 진에어 운영 계획과 관련해 오는 10월 국정감사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을 빌려 준 산업은행의 박상진 회장을 증인으로 세우겠다는 계획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통합 진에어 출범을 계기로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LCC 시장 재편 등 항공산업 발전 방안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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