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엔 없는 ‘사전 협의’··· 대법관 뽑는 구조부터 바꿔야

전다현 기자 2026. 9. 7.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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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8일 대법원은 지난 3월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손봉기(60·사법연수원 22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9월7일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으로 김성수(57·사법연수원 2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임명 제청했다고 밝혔다.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김성수 부장판사를 임명하는 데는 대법원과 청와대가 합의했다.

이 교수는 "제청 내용 그대로 대통령이 임명하라는 건 사실상 대법원장이 대법관 임명권을 갖고 있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제청권은 제청권일 뿐이고,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부여돼 있다.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곧 임명권이 아니라면, 대통령은 임명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이 문제는 법적 쟁점보다 정치적인 문제로 넘어간다"라고 말했다.

지금은 장동혁 대표가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은 사법부 독립을 위한 핵심 권한"이라며 "옳지 않은 (청와대와 협의) 관행은 깨는 것이 맞지 않느냐"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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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과 청와대가 정면으로 부딪쳤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관례를 깨고 대법관 후보 2명을 서면으로 임명 제청하면서다. 여권에선 조 대법원장을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8월18일 대법원은 지난 3월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손봉기(60·사법연수원 22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9월7일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으로 김성수(57·사법연수원 2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임명 제청했다고 밝혔다. 논란은 제청 방식에서 나왔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통령실에 ‘서면’으로 제청 사실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대법관을 임명하기 위해서는 세 기관이 차례로 움직여야 한다.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국회가 동의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요약할 수 있다. 헌법 제104조 2항이 정한 방식이다. 다만 대법원장이 아무나 대법관으로 고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원조직법에 따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제청할 대법관의 3배수 이상을 추천하고, 대법원장은 그 추천을 존중해 제청한다. 이에 대해 대통령이 임명동의안을 보내면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열고 본회의에서 표결한다. 이후 국회 동의를 받은 후보를 대통령이 임명하면 절차가 끝난다. 그동안은 이 과정에서 대법원과 청와대가 ‘사전 협의’를 거쳤다는 게 법조인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2025년 6월4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선서식에서 조희대 대법원장과 인사를 한 뒤 이동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1월21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후보로 김민기 당시 수원고법 고법판사(55), 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59), 손봉기 부장판사,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57) 4명을 추천했다. 청와대는 여성이자 진보 성향 법관 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김민기 판사를 염두에 두었으나, 조희대 대법원장은 김민기 판사의 배우자가 현직인 오영준 헌법재판관이라는 이유로 반대했다고 알려져 있다. 양측은 다섯 달 넘게 평행선을 달렸다. 이토록 오랜 기간 대법원이 대법관을 제청하지 않은 건 처음이다. 그사이 3월3일 노태악 대법관이 퇴임했고, 이흥구 대법관 퇴임도 다가왔다.

7월에는 노경필 대법관이 넉 달 넘게 공석이던 법원행정처장을 맡으면서 협의가 재개됐다. 결과는 반쪽이었다.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김성수 부장판사를 임명하는 데는 대법원과 청와대가 합의했다. 그런데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에 대해선 끝내 합의하지 못했다.

이 지점에서 대법원과 청와대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8월19일 국회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협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서면으로 제청한 이유는 이렇게 설명했다. “(통상) 두 분이 만나서 합의한 이후에 서면으로 보냅니다. 두 분이 만날, 합의할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마지막 남은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대법원장은 대통령을 만나고 싶었지만, 청와대가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뜻으로 읽혔다.

반면 청와대 관계자는 손봉기 후보자 제청을 두고 “대한민국 헌정사 초유의 사태로, 협의를 건너뛴 유례없는 일방 통보”라고 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8월21일 〈오마이TV〉에 출연해 “대법원 측에서 협의가 되면 만날 수 있느냐라는 문의가 있었는데, 여기에 대해서 협의가 되면 그때 논의하자는 일반적 답변을 한 것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서면 제청 방식을 청와대 민정수석과 합의했다는 노경필 법원행정처장 주장에 대해서도 성기홍 수석은 “대법관 제청에 관한 일반적인 사항을 논의한 사실은 있지만, 서면 제청 여부 등 구체적인 제청 방식에 대해선 협의 자체가 없었다”라고 반박했다.

지난해 5월1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원에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위해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 ⓒ공동취재

문제는 그동안 대법관 임명에 대한 세부 절차가 ‘관행’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헌법은 대법원장에게는 제청권을, 대통령에게는 임명권을 부여했지만, 실제 그 권한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는 규정하지 않았다. 대법관은 국민이 뽑지 않는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게 최종 판결을 맡기는 대신, 대법관을 고르는 권한을 여러 곳에 쪼개놓았다. 제헌헌법은 법관회의가 제청하도록 했고, 1962년 헌법은 대법원장이 법관추천회의의 동의를 얻어 제청하게 했다. 지금처럼 대법원장이 단독으로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구조는 1972년 유신헌법에서 만들어졌고, 국회 동의는 1987년 헌법에서 생겼다.

뒤바뀐 양대 정당의 논리

그렇다면 제청권과 임명권 중 어느 권한이 더 ‘우위’에 있을까. 8월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제청권과 임명권 중 어느 쪽이 상위냐는 질문에 “동등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도 “우위를 따진다는 게 사실 좀 웃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제청 내용 그대로 대통령이 임명하라는 건 사실상 대법원장이 대법관 임명권을 갖고 있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제청권은 제청권일 뿐이고,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부여돼 있다.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곧 임명권이 아니라면, 대통령은 임명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이 문제는 법적 쟁점보다 정치적인 문제로 넘어간다”라고 말했다.

8월25일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국회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쪼개진 권한 사이의 모호한 우열 관계가 협의 관행을 낳았다. 헌법에는 대법원장이 대통령과 ‘협의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그런데도 역대 대법원장은 예외 없이 대통령을 만나 협의하고, 제청했다. 전직 헌법재판관 A는 “보통 청와대 법무비서관과 법원행정처 차장 등이 1차 협의를 한다. 그게 어느 정도 진전되면 그때 대법원장이 대통령을 만나서 제청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관행이 규정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서로 협의하는 것이 헌법 취지에 비춰 가장 부합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전직 부장판사 B는 이러한 관행이 지켜진 이유에 대해 “대통령과 성향이 안 맞는 대법관이야 그동안에도 많았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나간 적은 없다. 대법관 공석이 길어지면, 결국 대법원이 손해이기 때문이다. 대법관 한 명의 공석이 굉장히 크다. 대법원에서는 실무를 해야 하는데, 이 인력이 없는 거다. 그래서 서로의 정치적 성향이 맞지 않더라도, 대통령실과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만나서 밥 먹고 이야기하며 합의를 봤다. 사이가 좋아서가 아니라 재판을 하기 위해 합의를 봤다”라고 설명했다.

여권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8월19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부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에 대해 “해방 이후 최악의 대법원장” “법기술원장”이라고 부르며 “원래대로라면 이미 탄핵됐어야 마땅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권은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에 대해선 우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기류다.

8월20일 국회에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 최고위원들이 전당대회 뒤 처음으로 열린 의원총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의 공방에는 기시감이 있다. 윤석열 정부 때인 2023년 6월, 대통령실은 당시 김명수 대법원장이 특정 후보를 제청하면 임명을 보류할 수 있다는 뜻을 언론에 흘렸다. 야당이던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2026년 8월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 사건을 끄집어냈다. 2023년 6월5일 이재명 당시 대표가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 고민정 최고위원이 제청권은 대법원장 몫이라 대통령이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 논쟁에서는 국민의힘도 자유롭지 않다. 당시에는 국민의힘이 대통령의 임명권을 앞세웠다. 지금은 장동혁 대표가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은 사법부 독립을 위한 핵심 권한”이라며 “옳지 않은 (청와대와 협의) 관행은 깨는 것이 맞지 않느냐”라고 말한다. 3년 사이 두 정당의 논리가 통째로 자리를 바꿨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제청 열흘 뒤인 8월28일, 청와대는 청와대와 대법원이 의견을 모은 김성수 후보자에 대해서는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되, 양측이 끝까지 합의하지 못한 손봉기 후보자에 대해서는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손 후보자 제청은 절차적 완결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라며 “추천위원회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 최대한 신속한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달라”고 했다. 기존에 추천된 4명 중 손봉기 후보자를 제외한 3명 가운데 재제청을 진행해달라는 취지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손봉기 후보자 임명을 거부할 수는 있더라도, 절차적 완결성 미비를 그 이유로 드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과 법률 어디에도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사전 협의를 해야 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대법원장에게 추천위가 이미 추천한 후보 중에서만 후보자를 제청하라고 요구한 것 역시 사실상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법원조직법은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는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할 때마다 구성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점을 들어 조희대 대법원장이 새로 추천위를 꾸릴 경우 청와대와 정면 충돌이 불가피하다.

물론 조희대 대법원장의 행동이 적절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조 대법원장은 1월21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고도 반년 넘게 대법관을 제청하지 않았다. 김준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총장은 “가장 큰 흠결은 제청이 늦었다는 것이다. 한두 달은 그럴 수도 있다지만 이렇게 장기간 지체된 경우가 없었다. 그렇다면 국민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는데 대법원장이 명확한 설명을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현직 판사 C도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해 “정치적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는 행동을 할 때가 있다. (이례적인 방식으로) 제청권을 행사했다면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됐다. 2024년 비상계엄 이후로 이러한 행태가 반복되면서 법원 내부에서도 불만이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당시 야당 대표이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바 있다. 대선을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025년 5월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위해 참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법원장 권한 너무 크다

2월28일 국회를 통과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따라 대법관 정원은 기존 14명에서 2028년부터 3년간 매년 4명씩 늘어 26명이 된다. 제청할 자리가 늘어나는 만큼 대법원과 청와대가 부딪힐 기회도 잦아진다. 그런데 대법관 후보를 고르는 구조는 그대로다. 일각에서는 지금의 추천 절차를 남겨둔 채 정원만 늘리면 대법원의 힘을 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키워주는 셈이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개편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의 전직 헌법재판관 A는 “지금까지는 명확하지 않은 부분을 헌법 해석으로 큰 무리 없이 메워왔는데, 그게 잘 안 된다는 것을 이번에 보여준 것”이라며 “헌법 문언에 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세부 절차를 법률로 명확히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준우 민변 사무총장은 “제청을 일정 기간 안에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지, 강제력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다”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장이 대법관 임명에 관여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이종수 교수는 “대법관을 뽑는 데서는 대법원장을 ‘패싱’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법관 대표와 대한변호사협회, 법학계 등이 참여하는 제3의 중립적 추천위를 만들자는 것이다. 사법부 일각에는 ‘개헌’을 논하는 일선 법관도 있다. 한국만큼 대법원장이 동료 대법관을 구성하는 권한이 큰 나라는 선진국 가운데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게 임명된 대법관과 대법원장의 관계는 수직적으로 구성된다.

재야 변호사 출신 대법관이었던 김선수 전 대법관은 2025년 6월 〈법률신문〉 기고에서 “대법원 4명 소부에 적어도 1명은 법관이나 검사 출신이 아닌 법조인으로 임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를 담보하기 위해 법원조직법에 대법관을 임명할 때 배경·경험·가치 등에서 다양성이 반영되도록 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원칙 규정을 신설하는 것도 부족하지만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라고 제안한 바 있다.

시간은 넉넉하지 않다. 9월7일에는 이흥구 대법관이 퇴임한다. 통상 대법관 제청부터 임명까지 두 달 내외 시간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대법관 2인의 공석은 사실상 피하기 어렵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걸린 김건희·한덕수·이상민 등 사건 선고도 그만큼 밀린다. 대법원과 청와대가 각자의 권한과 명분을 앞세우며 정면충돌하는 사이, 대법관 공석에 따른 재판 지연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됐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임기는 2027년 6월까지다.

전다현 기자 allhye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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