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아성 넘본다”… 해외 시장 뚫는 중국 OTT

막대한 규모의 자국 내수 시장을 발판 삼아 몸집을 키워온 중국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이 현지화 전략을 앞세워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미국 플랫폼이 주도해 온 글로벌 OTT 시장의 판도가 머지않아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영국 시장조사 업체 디지털TV리서치에 따르면 2029년 미국계를 제외한 대형 OTT 매출 1~4위를 중국 플랫폼이 싹쓸이할 것으로 전망됐다. 텐센트비디오·아이치이·유쿠·망고TV 순이며, 국내 OTT 티빙은 5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같은 해 글로벌 OTT 매출 규모는 2150억달러(약 3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미국은 38%로 여전히 최대 점유율을 지키지만, 2023년 46%에서 8%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줄어든 미국의 몫은 고스란히 중국이 흡수하며, 매출 점유율 2위 자리를 꿰찰 전망이다.
◇자국 시장 지키며 콘텐츠 자생력 키운 中
중국은 그동안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아마존프라임 등 글로벌 OTT의 국내 시장 진입을 제도적으로 원천 차단하며 자국 플랫폼을 육성해 왔다. 지난해 9월 기준 중국 내 온라인 동영상 앱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7억9900만명에 달해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시장이 됐지만, 글로벌 플랫폼은 철저히 배제된 것이다. 중국 정부는 법률적 금지, 라이선스 제도, 콘텐츠 검열, 기술적 차단이라는 네 가지 축으로 장벽을 세웠고, 그 결과 텐센트비디오·아이치이·망고TV·빌리빌리·유쿠 등 5대 플랫폼이 시장의 93%를 장악하는 독특한 생태계가 자리 잡았다.
장벽 속에서 중국 OTT는 콘텐츠 자생력을 키워왔다. 예컨대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아이치이는 2023년 공개한 주요 드라마의 65%를 자체 제작했다. 이들 콘텐츠에서 나온 매출이 연간 매출의 80%를 상회한다. 텐센트비디오는 연간 3조원 넘는 돈을 콘텐츠 제작에 쏟아붓고 있으며, 예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망고TV도 우수 콘텐츠와 연구·개발(R&D)에 투입하는 자금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내수 포화에 해외로 눈 돌려… 동남아가 첫 관문
자국 시장에 안주하던 중국 OTT는 2019년부터 해외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내수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데다 경쟁까지 치열해지면서, 과거와 같은 가파른 가입자 증가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이어진 경제 성장 둔화로 광고 수익 의존도가 흔들린 점도 해외로 시선을 돌리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OTT가 해외 진출의 첫 무대로 택한 곳은 동남아시아다. 아이치이는 2019년 6월 동남아 중심의 글로벌 서비스 앱을 출시했고, 텐센트비디오도 비슷한 시기 태국에서 ‘WeTV’를 선보이며 나란히 동남아 공략에 첫발을 뗐다. 동남아는 개발도상국 비율이 높지만 인구가 많고 중국계 인구도 상당해 중국어 콘텐츠 수요가 꾸준한 편이다. 여기에 넷플릭스 등 미국계 OTT가 장악한 미국·유럽 시장보다 경쟁이 덜하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인이다.
◇중동·아프리카 이어 韓·美로 영향력 확대
아이치이는 최근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서도 입지를 넓히기 위해 현지화 전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이집트의 주요 아랍어 스트리밍 플랫폼인 와치잇(WATCH IT)과 콘텐츠 협약을 맺었다. 또 두바이에서 중동·북아프리카 지사를 공식 출범시켜 역내 운영 기반을 다졌다. 고고학적 증거를 토대로 고대 이집트 문명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선보이는 등 로컬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춘 콘텐츠 전략도 함께 내놨다. 현지 밀착형 스토리텔링을 강화해 자국 정부의 콘텐츠 규제를 우회하는 동시에, 자사 글로벌 생태계에 더 많은 콘텐츠를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한국 시장을 향한 공세도 만만치 않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중국 드라마 인기가 확산하면서 아이치이 이용자 수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 1월 아이치이 앱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전년 동월 대비 약 1.5배 늘어난 20만명에 육박하며 2개월 연속 역대 최다치를 갈아치웠다. 이 같은 인기몰이에 힘입어 아이치이는 최근 서울 홍대에 팝업 스토어까지 열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최신 중국 드라마를 배급하는 모아(MOA) 역시 MAU가 전년 동월 대비 30% 넘게 불었다.
북미 시장에서도 중국 OTT의 영향력은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 아이치이는 2022년부터 미국 로쿠TV와 손잡고 북미를 거점 삼아 아시아·북중미·남미 시청자를 겨냥한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예능을 앞세운 유쿠는 오리지널 프로그램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며 호주·캐나다·영국의 밀레니얼 세대(1980~1990년대생)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2021년에는 영국과 호주에서 MAU 기준 OTT 서비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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