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완의 사이언스카페 | 인간 세포 실험서 최종 당화 산물 제거] 70세 피부·근육이 30세로, 효소 하나가 회춘

이영완 조선비즈 과학에디터 2026. 9. 7.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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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70대 피부를 30대로 되돌릴 수 있는 효소 단백질을 개발했다. 그렇다면 미생물에 당독소 분해 효소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레벨 파마슈티컬스에 따르면, 이론적으로 당독소를 제거하는 효소는 단 한 번만 투여해도 안과 질환의 근본 원인을 제거할 수 있다. 연구진은 당독소 제거 효소가 상용화되려면 새로 만든 효소가 인체 조직에 안전하게 침투해 손상된 단백질에 도달할 수 있는지, 당독소 제거가 실제로 인체에서 염증을 줄이거나 조직의 기계적 특성을 개선하는지 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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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피부의 당독소 수치를 30세 수준으로 되돌리는 인공 효소가 개발됐다. 나이가 들면서 축적되는 당독소는 염증과 노화의 원인이다. /사진 픽사베이

과학자들이 70대 피부를 30대로 되돌릴 수 있는 효소 단백질을 개발했다. 노화와 염증을 일으키는 ‘당독소(糖毒素)’를 제거한다. 세포 실험에서 확인된 효능이 실제 환자에게서 입증되면 피부를 회춘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망막과 신장, 심장 질환까지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바이오 기업인 레벨 파마슈티컬스(Revel Pharmaceuticals)는 “대표적인 최종 당화 산물(AGE)인 카르복시메틸라이신(CML)을 분해하는 인공 효소를 개발했다” 고 7월 14일(이하 현지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는 구글이 2013년 세운 항노화 기업 칼리코 라이프 사이언스와 미국 콜로라도대 의대 연구진도 참여했다.

빵 구워지듯 노화하는 피부

스테이크가 불에 그을리거나 빵이 구워지는 과정에서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 특유의 색과 풍미가 나타난다. 인체도 같은 과정이 노화를 일으킨다. 수십 년에 걸쳐 섭씨 37도에 구워진 인체 조직에서는 당분이 단백질, 지방과 결합해 최종 당화 산물이 축적된다. 이 물질은 염증과 노화를 부른다고 해서 당독소라고 한다. 과학자들은 당독소를 인체 단백질 조직에 쌓이는 녹과 같다고 설명한다.

연구진은 당독소에 대항하는 효소가 인체에 없다면 새로 만들기로 했다. 사람이 죽으면 최종 당화 산물이 분해된다. 그렇다면 미생물에 당독소 분해 효소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연구진은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미생물 DNA 5만 개 이상을 해독하고 이 유전자가 만들 효소 구조를 계산했다. 그중 인간 조직에서 대표적인 당독소인 CML을 잘라낼 수 있는 후보를 골랐다.

시험 결과 최종 선별된 효소는 인위적으로 손상한 단백질에서 CML 당독소를 52% 줄였다. 하룻밤 동안 반응하도록 두자 97%가 사라졌다. 실제 환자에게서 같은 효과가 나올 가능성도 확인됐다.

75세 기증자의 피부 조직에 효소를 투여하자 당독소가 55% 감소했다. 이번 논문의 교신 저자인 아론 크레이븐스 레벨 파마슈티컬스 대표는 “70세 노인의 피부 조직에 있는 최종 당화 산물 수치를 30세 수준으로 되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노화로 손상된 단백질은 복구할 수 없다는 기존 상식을 깨고, 효소를 이용해 분자 수준에서 노화로 인한 손상을 수리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마이클 주잇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아직 임상에 적용할 단계는 아니지만 개념 증명 차원에서 장수를 위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당뇨병 합병증 치료제로도 개발 추진

연구진은 앞으로 새로 만든 효소로 당뇨병 환자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망막과 수정체 조직에 당독소가 축적되면서 발생하는 안과 질환도 치료할 수 있는지 알아볼 계획이다. 레벨 파마슈티컬스에 따르면, 이론적으로 당독소를 제거하는 효소는 단 한 번만 투여해도 안과 질환의 근본 원인을 제거할 수 있다.

실제로 64세 기증자의 눈 수정체 단백질에 시험했더니 한 번에 CML 당독소를 78% 줄였다. 마찬가지로 신장, 심혈관 조직에 축적되는 당독소를 없애 노화 관련 질환을 치료할 수도 있다. 효소를 투여하자, 75세 기증자의 대동맥 조직에서 CML이 70% 이상 감소했다.

연구진은 당독소 제거 효소가 상용화되려면 새로 만든 효소가 인체 조직에 안전하게 침투해 손상된 단백질에 도달할 수 있는지, 당독소 제거가 실제로 인체에서 염증을 줄이거나 조직의 기계적 특성을 개선하는지 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남은 과제를 해결하면 인간의 생체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회춘 치료가 본격화될 수 있다.

조영민 서울대 의대 교수는 최근 페이스북에 이번 연구를 소개하면서 “노화 세포를 골라 제거하는 기술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지만 콜라겐처럼 세포와 세포 사이에 있는 단백질 손상은 복구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 추가 연구가 성공하면 장기와 조직의 세포 외 기질의 노화를 되돌리고, 특히 피부 노화를 치료하는 데 큰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위) 인공 효소(보라색)가 인체 조직의 단백질(파란색)에 붙은 최종 당화 산물(갈색)을 분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일러스트. 최종 당화 산물은 염증과 노화를 일으켜 당독소로 볼린다. /사진 레벨 파마슈티컬스. (아래) 부상 후 일주일이 지난 근육 단면. 근육 세포막은 녹색, 새로 생성된 근육 세포는 빨간색, DNA는 파란색이다. /사진 자즈하오(CC BY 4.0)

근육 연금, 줄기세포 회춘으로 확보

효소 유전자 하나로 피부만큼 근육도 젊어질 수 있다. 제임스 화이트 미국 듀크대 의대 교수 연구진은 “나이 든 생쥐의 근육 줄기세포를 몸 밖에서 젊게 만든 다음 다시 늙은 쥐에게 주입하자, 근육이 젊은 쥐처럼 재생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5월 15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노화’에 발표했다.

근육이 손상되면 근육막에 있는 줄기세포가 세포를 재생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근육 줄기세포가 줄고 세포 재생력도 떨어진다. 글루타민 분해 효소가 감소한 탓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사람 70대에 해당하는 생후 24개월 생쥐는 근육 줄기세포의 글루타민 분해 효소가 30대에 해당하는 6개월짜리 생쥐보다 51% 적었다.

줄기세포가 근육세포로 자라려면 크기가 몇 배나 커져야 한다. 그만큼 세포막을 형성하고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지방산이 많이 필요하다. 글루타민 분해 효소는 팔미트산과 올레산 같은 지방산을 만든다. 연구진은 글루타민 분해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를 24개월 생쥐의 근육 줄기세포에 추가했다. 이 줄기세포를 다시 같은 나이 생쥐에게 주입하자, 근섬유 단면적이 45%나 커졌다.

근육 줄기세포가 회춘하면 근육이 커져 운동 능력이 향상될 뿐만 아니라 다쳐도 금방 회복된다. 노년기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주는 근육 연금이 쌓이는 셈이다. 그렇다고 지방산을 먹어 근육을 키울 수는 없다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식품으로 보충한 지방산은 근육 줄기세포까지 거의 가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오히려 지방산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암세포에 영양분을 주는 역효과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줄기세포 회춘도 노화가 비정상적으로 빨라져 노쇠해진 사람에게나 효과가 있지 운동선수처럼 이미 근육 줄기세포가 충만한 사람은 이 방법으로 근육을 더 키우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줄기세포 회춘이 운동선수가 신체 능력을 일시적으로 높이는 도핑 수단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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