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정맥류 실손보험 심사 강화에 관리급여까지 ‘이중 압박’
의협 8일 비급여 조정 분과위 긴급 개최...“자율규제·의학적 기준 마련 시급”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하지정맥류 치료를 둘러싼 의료계의 긴장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실손보험사들이 하지정맥류 시술의 입원보험금 지급 심사를 강화하고 있는 데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향후 하지정맥류의 '관리급여' 편입 논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회장 김택우)는 오는 8일 오후 7시 의협회관에서 실손보험대책위원회 산하 '비급여 조정 분과위원회'를 긴급 개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월 11일 대법원은 대복재 경피적 기계화학 정맥폐쇄술과 정맥절제술을 받은 개별 환자 사건에서 특별히 입원 치료가 필요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이후 보험업계에서는 단순한 입원 수속이나 병원 체류시간이 아닌 환자 상태와 시술 내용, 합병증 여부, 지속적인 관찰·처치 필요성 등을 따져 입원보험금을 지급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실제 삼성화재가 오는 9일부터 카테터를 이용한 하지정맥류 시술에 새로운 심사기준을 적용키로 한 데 이어 현대해상도 10일부터 변경된 기준을 적용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에서 입원으로 치료했더라도 보험사가 입원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통원의료비 기준으로 보험금이 지급될 가능성이 커졌다.
의료계는 불필요한 입원이나 실손보험에 기대 과도한 진료가 이뤄진 일부 관행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개별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하지정맥류 환자 전체에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상황은 경계하고 있다.
의협 한 임원은 "대법원 판결은 개별 사건에 대한 판단인 만큼 이를 하지정맥류 치료 전반의 획일적 심사기준으로 확대하기보다 의료계와 함께 의학적 입원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순서"라며 "판결문에 없는 기준을 보험사가 만들어 적용한다면 백내장 사태처럼 결국 입원 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손 넘어 '관리급여' 불똥 우려...자율규제 골든타임
문제는 이번 사안이 민간 실손보험의 지급기준 강화에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다. 하지정맥류는 이미 비급여 관리체계 개편 과정에서 관리 필요성이 거론돼 온 항목이기 때문이다. 실제 앞서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관리급여 적용 필요성이 제기됐고, 복지부도 제도 개선 필요성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올해 관리급여 제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뒤 7월부터 도수치료를 첫 관리급여 항목으로 시행하고 있다. 도수치료의 경우 관리급여 전환으로 가격과 진료기준이 설정되고 환자 본인부담률 95%가 적용됐다.
의료계가 하지정맥류 사안을 예민하게 바라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손보험에서는 입원 필요성 심사가 강화되고, 동시에 비급여 관리 차원에서는 관리급여 편입을 통해 가격과 진료기준까지 통제받는 '투트랙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의협 임원은 "보험사의 일방적 심사 강화가 하지정맥류를 관리급여로 편입시키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돼서는 안 된다"며 "입원은 보험사 심사로 조이고 가격은 관리급여로 통제하는 수순으로 간다면 결국 환자의 치료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 급여체계 개편은 반드시 의학적 근거와 의료계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체외충격파 치료는 관리급여 지정에 앞서 의료계의 자율 시정 기회를 부여받은 상태다. 정부는 지난 3월 체외충격파의 관리급여 지정을 보류하고 의료계 자율 시정 계획을 우선 시행한 뒤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지정 여부를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하지정맥류는 체외충격파처럼 단순히 진료 횟수를 조정하는 방식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료기관별 치료재료와 시술방법 등에 따른 가격 편차가 주요 쟁점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대한병원협회 한 임원은 "이미 대법원 판결이 나온 만큼 보험사의 지급기준 자체를 크게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의료계가 적정 진료와 입원 기준을 논의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의협이 비급여 조정 분과위를 통해 자율규제안을 마련하더라도 하지정맥류는 가격 편차 문제가 함께 얽혀 있어 근본적인 해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보험금 지급을 우회하기 위한 새로운 편법이 등장해 시장이 오히려 혼탁해지는 상황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오는 8일 열리는 의협 비급여 조정 분과위원회에서는 단순히 보험사의 실손보험금 지급기준에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하지정맥류의 의학적 입원 기준과 적정진료 기준을 의료계 스스로 어느 수준까지 마련할 수 있을지, 나아가 관리급여 편입 가능성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