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고, 상장하고, 다시 합치고… SK그룹發 지배구조 논란에 소액주주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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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6년 전 떼어내 상장까지 시켰던 배터리 분리막 업체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SK이노베이션이 다시 흡수합병한다. 두 회사는 8월 25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안을 의결했다. 합병기일은 2027년 1월 1일이다.

이번 합병으로 SK그룹 전반의 지배구조 문제가 또 한 번 도마에 올랐다. 업황이 좋을 때 사업을 분할해 상장(IPO)으로 시장 자금을 조달하고, 실적이 악화하자 모회사가 이를 다시 흡수하는 흐름이 반복되는 사이, 그 부담은 매번 소액주주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낸드 자회사 솔리다임 상장 추진, 이번 SKIET 재합병, SK텔레콤의 SK호라이즌 분할까지 최근 몇 달 새 그룹 곳곳에서 비슷한 유형의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7조5000억이 1조2000억으로… 6년 만에 6분의 1 토막
SKIET 출발점은 2019년 4월이다. SK이노베이션이 소재사업 부문을 잘라내 별도 법인으로 세운 것이 SKIET로, 소재 경쟁력을 키우고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한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2년 뒤인 2021년 5월 상장할 당시 SKIET는 공모가 10만 5000원에 청약증거금이 80조 원을 넘어서며 전례 없는 흥행을 기록한 대어였다.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1883대 1까지 치솟았고, 상장 직후 몸값은 시가총액 기준 7조원대 중반에 이르렀다.

6년 만의 합병에 매겨진 값은 주당 1만 4783원. 이를 전체 주식에 적용한 SKIET의 몸값은 1조2000억 원 안팎으로, 상장 무렵 시가총액의 6분의 1 토막이다. 성장사업을 떼어내 가치를 불리겠다던 전략이 정반대 결말을 맞은 셈이다.
주식 가치 폭락 배경에는 업황 급변이 있다. SKIET의 주력인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 사업은 전기차 수요 둔화, 이른바 '캐즘'과 중국 업체들의 저가 물량 공세를 정면으로 맞으며 무너졌다. 적자는 2024년 2910억 원, 2025년 2464억 원으로 두 해 연속 쌓였고, 올 상반기에도 1367억 원이 더해졌다. 특히 2분기에는 매출이 395억 원으로 1년 전보다 절반 넘게 줄었고, 영업손실만 635억 원에 달했다. 중국 자회사 처분 손실까지 겹치며 상반기 순손실은 1조 3000억 원 규모로 불어났고, 순차입금은 1조 1500억 원, 부채비율은 전년 말보다 83%포인트 오른 152%까지 치솟았다.
SKIET는 상장 첫날 '따상'에 실패한 뒤 시초가가 21만원 안팎까지 치솟았다가 급락했는데, 당시 20만원 언저리에서 물린 주주라면 이번 합병으로 원금을 되찾을 길은 사실상 사라졌다. 시장에서는 흑자를 내던 SK이노베이션이 적자 자회사를 떠안아 신주 발행에 따른 지분 희석과 재무 부담을 지게 됐다며 그 주주들을 동정하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정작 고점에서 SKIET를 사들였던 개미들의 손실은 주목조차 받지 못한 채 확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돈은 어디로 갔나… '수혈과 회수'만 반복된 6년
SKIET에 유입된 자금의 흐름을 짚어 보면 소액주주의 박탈감이 커진 배경이 드러난다. 시작은 2020년 9월 프리IPO다. SKIET는 사모펀드 프리미어파트너스에 주당 4만 7816원에 신주를 발행해 3000억 원가량을 확보했고, 이 돈은 전액 회사에 남아 폴란드 등 해외 생산기지 확충에 투입됐다. 당시 시장이 매긴 몸값은 5조원 안팎이었다.

이듬해 기업공개에서 기대는 정점에 달했지만, 정작 자금의 대부분은 회사가 아닌 모회사로 향했다. 공모 총액 2조 2460억 원 가운데 신주 발행으로 SKIET에 유입된 몫은 8984억 원에 그쳤고, 그 두 배에 가까운 1조 3475억 원은 구주매출 명목으로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이 곧바로 현금화했다. 공모물량의 60%가 모회사 몫이었던 셈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SK이노베이션 주주에게는 SKIET 주식이 한 주도 배정되지 않았다. 성장자금 조달이라는 명분 뒤에 사실상 모회사의 현금 확보 수단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수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해외 증설에 쏟은 자금은 업황이 꺾이며 가치가 떨어졌고, 결국 SKIET는 지난해 8월 재무적 투자자를 상대로 주당 2만 8600원에 3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다시 단행했다. 이때 SK이노베이션은 이 신주를 기초자산으로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까지 맺었는데, 1년 만에 정해진 합병가액이 그 증자가의 절반에 그치면서 프리IPO와 기업공개, 유상증자로 끌어모은 자금이 어디로 사라졌고 그 과정에서 누가 이익을 봤는지 SK가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재계에서 나온다.
SK이노 주주는 주총도, 매수청구권도 없다
이번 합병에서 소액주주가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대목은 '소규모 합병' 방식이다. 새로 발행되는 신주가 448만 1300주로 SK이노베이션 전체 주식의 2.6%에 불과한데, 이 비율이 10%를 넘지 않으면 상법상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건너뛰고 이사회 의결만으로 합병을 매듭지을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주주에게는 반대 시 지분을 되사 달라 요구할 권리, 즉 주식매수청구권도 주어지지 않는다. 반대 주주가 20%를 넘어야 이 요건이 깨지는데, 이 때문에 일부 주주는 보호장치가 껍데기만 남았다며 국회 국민동의청원까지 올렸다.

소액주주의 반발은 처음이 아니다. 2021년 SK이노베이션이 SKIET를 물적분할할 당시에도, 개인투자자들이 "물적분할로 소액주주만 손해를 본다"며 최태원 회장의 사임을 요구하는 청원을 올린 바 있다. 5년이 지나 이번에는 그 분할이 낳은 자회사를 다시 합병하는 국면에서, 주주들이 다시 청원 카드를 꺼내 든 셈이다.
반면 사라지는 쪽인 SKIET 주주에게는 매수청구권이 열려 있다. 매수청구권은 주당 1만4620원, 총 한도는 3500억 원으로 이를 넘기면 두 회사가 합병 계약을 물리거나 조건을 바꿀 수 있다. 다만 이 값 자체가 공모가보다 86%가량 낮아, 이미 난 손실을 메워 주지는 못한다. 합병가액 1만4783원은 2021년 공모가보다 85.9%, 지난해 증자 발행가보다 48.3% 낮은 수준이다.
감독당국도 제동을 걸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합병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 요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위원회 구성이나 외부 전문가 검토 같은 절차는 밟았지만, 합병의 필요성과 주주가치 영향을 충분히 설득하는 과정이 빠졌다는 게 핵심이다. 지난해 순손실을 이유로 배당을 거른 데 이어 올 2분기 흑자 전환에도 주주환원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적자 자회사는 모회사 돈으로 살리며 정작 기존 주주 몫은 미룬다는 불신이 자리 잡았다.
SK이노베이션은 절차적 소통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공시 다음 날 현장에서 컨퍼런스콜을 열어 애널리스트와 일반 투자자, 기자가 직접 들을 수 있게 했고, 홈페이지에도 FAQ 형태로 구체적인 설명을 올려두고 있다"고 말했다. 배당 정책에 대해서는 "확정되는 대로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공개하겠다"고 했다.
또한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번 합병이 부실 떠넘기기가 아니라 자구책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배터리 소재 시장을 사실상 중국에 다 내준 상황이라 분리막 사업이 대단히 어렵다"며 "배터리 밸류체인을 계속 가져가야 하는 입장에서 고정비와 운영 효율성을 살리기 위한 결정이다"라고 말했다.
법조·투자업계는 이번 사례가 쪼개기 상장의 근본적 비대칭을 드러냈다고 본다. 모회사 주주는 자회사가 상장돼 있을 때 지분가치가 통상 50% 넘게 할인돼 반영되는 탓에 자회사 가치가 오르는 '상방'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 하지만 자회사가 부실해져 다시 합병으로 떠안는 '하방' 손실은 고스란히 나눠 진다. 상방은 막히고 하방만 공유하는, 소액주주에게 기울어진 구조라는 것이다.
제도의 사각지대도 문제다. SKIET가 분할과 상장을 마친 2021년만 해도 지금의 일반주주 안전장치는 대부분 없었다. 이런 비판을 계기로 금융당국은 2022년 들어 관련 규정을 대폭 손질했다. 특히 2025년 상법 개정으로, 회사 이사는 회사뿐 아니라 주주의 이익까지 챙길 의무를 지게 됐다. 지난달에는 합병가액 산정 방식을 바꾸는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지금까지는 합병가액을 '최근 주가'를 기준으로 기계적으로 매겼는데, 앞으로는 회사의 실제 가치를 따져 '공정한 값'으로 정하도록 한 것이다. 주가가 바닥일 때 합병하면 주주가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문제는 SKIET 합병이 이 새 규정들이 적용되기 직전, 예전 방식인 '최근 주가 기준'으로 값이 매겨졌다는 점이다. 즉, 쪼개기 상장은 상당히 어려워졌지만, 가치가 떨어진 자회사를 되사들이는 경우에서는 주주를 지킬 장치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문제의식은 SK하이닉스의 낸드 자회사 솔리다임의 나스닥 상장 추진에서도 제기된다. 솔리다임은 독자 영업이 사실상 어려운 사업부 상장에 가깝다는 점에서 분리막만 떼어낸 SKIET와 닮았고, SK하이닉스의 손자회사(SK㈜ 기준 고손회사)인 해외 계열사여서 국내 주주나 감독기관의 감시가 미치기는 더욱 어렵다.
그 상장은 점점 임박한 현실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아직 상장도 하지 않은 솔리다임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상장지수펀드(ETF)가 벌써 등록 절차를 밟고 있다. 테마스ETF트러스트가 지난달 13일 레버리지 롱·숏 등 3종을, 나흘 뒤 프로셰어즈가 유사 상품 2종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했다. 종목코드도 거래소도 아직 비어 있는 '상장 대비용'이지만, 서로 다른 운용사가 나흘 새 비상장 기업을 상품화 대상으로 지목한 것 자체가 시장이 솔리다임의 상장을 유력하게 본다는 신호로 읽힌다.
두 운용사는 앞서 스페이스X가 나스닥에 오르기 넉 달여 전에도 같은 방식으로 ETF를 미리 등록한 전례가 있다. 다만 이런 선제 등록이 상장 시점까지 확정해 주는 것은 아니다. SK하이닉스는 5조 원대로 거론된 프리IPO 추진설에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결정된 바 없다"며 곧 재공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SK호라이즌까지… "다음은 또 어디냐"
SK그룹의 사업 재편은 SKIET에서 끝나지 않는다. SK텔레콤은 완전자회사 SK브로드밴드에서 데이터센터·해저케이블 사업을 인적분할해 AI 데이터센터 전문법인 'SK호라이즌'(가칭)을 세우기로 하고, KKR·IMM 컨소시엄에서 3조 800억 원을 유치했다. 거래가 모두 마무리되면 SK텔레콤이 51%로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KKR과 IMM 컨소시엄이 각각 29%와 20%를 나눠 갖는다. 여기에 대형 데이터센터 개발을 맡는 SK하이퍼까지 더해 SK텔레콤-SK호라이즌-SK하이퍼로 이어지는 3단 구조가 짜였다.

시장은 벌써 다음 수순으로 상장을 거론한다. 지분 49%를 쥔 사모펀드가 결국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만큼 SK호라이즌의 상장이 자연스러운 경로라는 관측이다. 다만 SK텔레콤은 이런 관측에 분명히 선을 그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호라이즌의 IPO 계획은 현재 전혀 없다"며 "재무적 투자자들도 이제 막 투자한 단계라 회수(엑시트) 계획을 준비하는 것은 없고, 사업 성장에 따른 결실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물적분할·중복상장 논란과 묶이는 데 대해 "이번 결정은 사업과 인력·자산·주식을 수평적으로 나누는 인적분할로, 사업부를 수직으로 떼어내는 물적분할과는 다르다"며 "물적분할 후 상장으로 전체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논란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재계 사정에 밝은 한 변호사는 "요즘 분위기를 감안하면 KKR 같은 사모펀드도 중복상장을 필수적인 회수(엑시트) 경로로 놓고 들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데이터센터 사업 자체의 수익성이 워낙 높다는 점도 분명하기 때문에 엑시트가 최우선은 아닐 것이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시장의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외부 자본으로 몸집을 키운 뒤 상장으로 가는 그림이 현실화하면, 솔리다임·SKIET에서 반복된 쪼개기 상장 논란이 AI 데이터센터로 옮겨붙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업 영역만 바뀔 뿐, 바닥에 깔린 구조와 소액주주의 박탈감은 판박이라는 것이다.
이런 흐름이 계속되자 일부 소액주주 사이에서는 정치적 배경을 겨냥한 의구심까지 흘러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8월 20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가진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두 사람은 앞선 7월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만난 데 이어 3주 만에 다시 자리를 함께했고, 회동에서는 통상·산업 현안이 두루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 주주 커뮤니티 등에서는 "그룹이 이렇게까지 소액주주를 무시하는 건 최고 권력과의 거리를 믿는 것 아니냐"는 식의 반응도 나온다.
SK그룹 측은 이런 시선에 선을 긋는다. SK그룹 관계자는 "각 계열사가 소속 산업의 경쟁 환경과 포트폴리오 전략에 따라 서로 다른 시점에, 다른 목적으로 조직 개편을 해온 것"이라며 "최근 사안들도 개별 이사회의 결정일 뿐 그룹이 일괄 설계한 로드맵이나 정치적 배경에 따른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물적분할·인적분할·해외 상장을 하나의 '패턴'으로 묶는 것도 무리이며, 지주회사 SK㈜는 관계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상장 계열사는 상법과 자본시장법에 따라 독립된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친다는 설명이다. 최근 보도된 최 회장과 이 대통령의 회동에 대해서도 "특정 계열사의 지배구조나 개별 거래와는 무관한 통상적 자리"라고 반박했다.
SK만한 위상이라면 시장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언제까지 이런 식이냐"는 소액주주의 탄식과 함께 커지고 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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