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62조 미래대응기금, 5년 뒤엔?...곳간 바닥난다 [Pick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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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조성한 162조 3000억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의 실질적인 운용 기간을 약 5년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그동안 미래대응기금을 경기 호황기에 재원을 쌓아두고 불황기에 꺼내 쓰는 지속 가능한 '재정 저수지'로 설명해온 것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4~5년 단위의 운용을 염두에 두고 있는 셈이다.
미래대응기금은 반도체발(發) '추가 세수'를 핵심 재원으로 한다.
반도체 산업의 호황과 불황이 일정한 주기로 반복되는 만큼 기금을 장기간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지만, 반도체 사이클이 꺾일 경우 추가 세수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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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부선 운용기간 4~5년 염두
중장기 사업 계속돼도 재원은 소진될 가능성
반도체 호황세 꺾이면 재원 확충 불투명
국채 이자·의무지출까지 재정 압박

정부가 조성한 162조 3000억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의 실질적인 운용 기간을 약 5년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금의 핵심 재원인 ‘추가 세수’가 반도체 경기 사이클에 연동되는 구조여서 2027년 이후에는 재원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그동안 미래대응기금을 경기 호황기에 재원을 쌓아두고 불황기에 꺼내 쓰는 지속 가능한 ‘재정 저수지’로 설명해온 것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4~5년 단위의 운용을 염두에 두고 있는 셈이다.

7일 관계부처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기획예산처는 최근 비공개 당정 예산 협의에서 미래대응기금의 운용 기간에 대해 약 5년이라고 보고했다. 기금의 공식적인 존속 기간을 정한 것은 아니지만, 지출 규모에 따라 운용 기간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4~5년 내 마무리할 수 있는 사업을 별도로 구분하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래대응기금은 반도체발(發) ‘추가 세수’를 핵심 재원으로 한다. 국내 세수의 최근 10년 평균 증가율을 기준으로 예상 세수를 산출한 뒤 이를 웃도는 세수를 기금에 적립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경기 호황기에 재원을 축적하고 세수가 감소하는 시기에 기금을 활용해 재정을 보완한다는 구상이다. 2027년에만 추가 세수가 162조 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지만 반도체 경기 흐름에 따라 그 이후에도 같은 수준의 재원이 들어올지는 불확실하다.
정부가 운용 기간을 4~5년 정도로 바라보는 배경에도 이 같은 구조적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호황과 불황이 일정한 주기로 반복되는 만큼 기금을 장기간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지만, 반도체 사이클이 꺾일 경우 추가 세수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호황 사이클이 내년에 끝날 경우 미래대응기금은 2028년 고갈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미래대응기금으로 추진하는 사업 상당수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2027년도 미래대응기금 162조 3000억 원 가운데 45조 4000억 원을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투입하기로 했다. 지방미래성장지원금과 국민생활권 복합센터, 인공지능(AI)·전략기술 투자, 지방 국립대 등록금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지방 국립대 등록금 지원과 청년 지원, 지방 성장 지원, AI 인재 양성 및 전략산업 육성 등은 일단 사업이 시작되면 지속적인 재정 투입이 필요한 사업들이다. 기금의 실질적인 운용 기간이 4~5년에 그칠 경우 기금 재원이 줄어든 뒤에도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일반회계로 사업을 넘기거나 별도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결국 미래대응기금의 재원이 감소하는 시점과 지속 사업의 재정 부담이 본예산으로 넘어오는 시점이 겹칠 경우 재정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금으로 추진한 사업의 상당 부분이 향후 일반회계 사업으로 전환될 경우 정부가 새롭게 확보해야 할 재정 여력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기에 국고채 이자비용 증가도 향후 재정 운용의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내년 국고채 이자비용은 40조 4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17.4%(6조 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국고채 잔액 증가율은 7.6%에 그쳐 이자비용 증가 속도가 국고채 잔액보다 두 배 이상 빠르다.
이 같은 이자 부담 확대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국고채 이자비용이 2030년 51조 10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거 낮은 금리로 발행한 국고채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차환해야 하는 물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국고채 발행 예정액은 222조 8000억 원이며 이 가운데 110조 7000억 원이 차환 물량이다. 신규 국고채 평균 조달금리도 올해 1월 3.18%에서 7월 4.07%로 0.89%포인트 상승했다. 금리 수준과 차환 규모에 따라 향후 이자비용이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정부는 국고채 이자비용이 증가하더라도 경제 규모와 비교하면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정부의 경상 국내총생산(GDP) 전망을 적용하면 GDP 대비 국고채 이자비용은 올해 1.23%에서 2030년 1.44%로 상승하는 데 그친다. GDP 대비 국가채무 역시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재정 부담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며, 국채 증가에 따른 이자 부담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라는 숫자만으로 현재의 재정 상황을 안심하기는 어렵다”며 “국채가 계속 늘어나고 이자 부담까지 커지는 상황에서는 향후 재정 운용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정 지출 가운데 법적으로 지출이 강제되는 의무지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기초연금 지출은 올해 23조 1378억 원에서 연평균 6.8% 증가해 2030년 30조 862억 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 급여 국가 부담액 역시 같은 기간 22조 4665억 원에서 연평균 13.9% 뛰면서 37조 8352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 지출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의무지출 총액은 올해 387조 6640억 원에서 2030년 537조 8548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6~2030년 연평균 증가율은 8.5%로, 1년 전 전망치보다 2.2%포인트 높아졌다. 재정 지출의 절반 이상을 사실상 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구조가 더욱 굳어지는 것이다.

김남명 기자 name@sedaily.com이건율 기자 y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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