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두고 美-이란 사이 낀 韓… 트럼프, 우크라 지원 우회압박까지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2026. 9. 7.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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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4일(현지 시간) 한국의 호르무즈 파병을 자국에 대한 미국·이스라엘의 침략과 전쟁 행위에 참여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하면서 정부의 파병에 대한 고심이 한층 깊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방위 압박 속에 청와대와 국방부는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후방 지원에 국한된 비전투 전력의 파병을 내부적으로 검토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공개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한국이 미국의 도움을 받고도 이란 전쟁 때 도와주지 않았다며 "기억해 둘 것"이라고 말하는 등 수차례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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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커지는 호르무즈 파병]
이란, 비전투 전력도 공격 표적 시사
韓, 해상초계기 등 파병 셈법 복잡… “A, B, C 다 펼쳐놓고 다각적 검토”
“우크라에 천궁Ⅱ 판매를” 주장 칼럼… 트럼프 공유하며 압박범위 넓혀

이란이 4일(현지 시간) 한국의 호르무즈 파병을 자국에 대한 미국·이스라엘의 침략과 전쟁 행위에 참여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하면서 정부의 파병에 대한 고심이 한층 깊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방위 압박 속에 청와대와 국방부는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후방 지원에 국한된 비전투 전력의 파병을 내부적으로 검토해왔다. 하지만 이란이 한국의 어떤 파병 전력도 ‘공격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정부의 ‘파병 셈법’은 더 복잡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 이란, 韓 파병 전력은 ‘공격 표적’ 위협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전쟁 지원 압박이 거세지면서 청와대와 국방부는 우리 군 전력의 호르무즈 파병 검토에 속도를 내 왔다. 미국에 동맹 차원의 기여를 하되 대(對)이란 관계를 고려해 ‘비전투 파병’이란 단서를 달아 P-8 해상초계기, 군수지원함, 해군 특수전전단 폭발물처리반(EOD) 등을 보내는 방안을 검토해 온 것.

하지만 이란은 공개 경고를 통해 한국의 어떤 파병 전력도 ‘참전 전력’으로 간주하겠다고 위협했다. 한국의 군수지원함이 유류, 탄약, 식량 등을 미군 함정에 공급할 경우 미국의 ‘전쟁 지속 능력’에 가담하는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

해상초계기 P-8은 해상에서 특정 함정을 발견해 표적의 위치, 이동 방향, 속도, 식별 관련 정보 등을 전술정보로 만들어 미군 전력과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한국이 P-8을 미국의 전투 임무에 활용하지 않겠다고 해도 이란이 이를 순순히 납득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지적이다.

청해부대 파병 경험이 있는 해군 예비역 제독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격렬해질수록 전·후방과 전투·비전투 임무를 구분하기 힘들 것”이라며 “이란으로선 한국의 어떤 형태의 파병도 미국 편에 서는 참전으로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 트럼프, 호르무즈 이어 우크라 무기 지원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메릴랜드주 프린스조지스의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우산을 쓴 채 손을 흔들고 있다. 그는 최근 한국에 이란 전쟁에 대한 협력,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등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프린스조지스=AP 뉴시스
미국은 한국에 대한 조속한 파병 결정을 촉구했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검토에 대해 “한국은 중동 원유의 최대 고객 중 하나”라며 “한국이 중동지역에 자원을 전개하기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공개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한국이 미국의 도움을 받고도 이란 전쟁 때 도와주지 않았다며 “기억해 둘 것”이라고 말하는 등 수차례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간)엔 한국이 요격 미사일 ‘천궁-Ⅱ(M-SAM)’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워싱턴포스트(WP) 칼럼을 트루스소셜에 공유하기도 했다. 보수 성향 칼럼니스트로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 등으로 활동 중인 마크 티센은 이 칼럼에서 “트럼프는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 지원을 거부한 것에 이미 화가 나 있다”며 “한국이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크라이나에 요격 미사일을 판매해 미국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칼럼은 “한국은 전쟁 중인 국가에 무기를 판매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전쟁 중인 아랍에미리트(UAE)에 요격 미사일을 판매하고 있다”며 “이는 터무니없는 일(outrageous)”이라고도 했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은 물론이고 이란 전쟁 장기화로 인한 패트리엇 미사일 등 주력 무기가 부족해진 만큼 한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전방위 압박에 나선 것이다.

● “A, B, C 등 다 펼쳐놓고 다각적 검토 중”

정부 일각에선 한미 관계 개선 차원에서 호르무즈 파병 결정을 마냥 미뤄선 안 된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특히 이달 조현 외교부 장관 방미 전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한 전향적인 메시지가 미국에 전달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청와대와 국방부는 호르무즈 파병 여부를 포함해 시기, 군사 자산 범위는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정부 소식통은 “아직 A, B, C 등 자산을 다 펼쳐놓고 다각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라며 “만약 군 자산을 보낸다면 어떤 자산을 보낼지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한국의 호르무즈 원유 의존도 등 우리 이해관계를 지키기 위한 고민을 이전부터 해 왔지만, 가시적으로 (파병) 결정이 나온 상황은 아니다”라며 “고려는 하고 있지만 (파병 여부에 대해) 최고위급에서 결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호르무즈 파병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및 국무회의 의결과 국회 동의안 제출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가운데 여당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과 항행의 자유 회복 필요성 등을 고려하면 파병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은 통화에서 “의원들 대부분이 파병에 대해선 신중론”이라며 “하지만 대미 관세나 투자 문제,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 등 상황을 고려하면 파병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뉴욕=곽도영 특파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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