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민 여배우도 1000일 휴업... 'AI 드라마' 반년간 22만 편 [칸칸 차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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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많은 배우가 일이 없어요. 올해 작품의 촬영 개시율이 매우 낮은데, 알려진 바로는 지난해의 30%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후난위성TV는 지난달 31일 중국 최초 AI 장편드라마 '후서유기'를 오후 8시 황금시간대에 편성했다.
'대형 지식재산권(IP)+톱스타'라는 성공 공식이 흔들리고 투자까지 감소하면서 장편 드라마는 퇴조하고, 대신 AI는 단편드라마를 중심으로 배우와 촬영·미술·편집 인력을 밀어내며 영상산업의 바닥부터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AI 단편드라마 제작사 신스줴미디어의 롼톈싱 CEO는 중국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업계 AI 만화드라마 업체의 90% 이상이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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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이페이도 1000일 넘게 새 작품 촬영 없어
AI 단편 상반기 22만 편… TV 황금시간대까지 진입
'조악한' 니우라이 역주행… 진정성에 지갑 연 관객들

"지금 많은 배우가 일이 없어요. 올해 작품의 촬영 개시율이 매우 낮은데, 알려진 바로는 지난해의 30%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중국 유명 연예기획사 이신엔터테인먼트 창업자 양톈전은 지난달 팟캐스트 '톈전부톈전'에서 이렇게 말했다. 배우와 계약까지 마친 작품도 투자자나 플랫폼이 철수해 촬영에 들어가지 못하는 일이 잇따른다는 것이다.
중국 톱배우 류이페이(유역비)도 장기 촬영 공백을 피하지 못했다. 류이페이는 2023년 11월 15일 드라마 '매괴적고사' 촬영을 마친 뒤 공개적으로 확인된 새 작품 촬영 없이 1,000일 넘는 공백기를 보내고 있다.
'동방의 할리우드'로 불리는 중국 저장성 헝뎬의 촬영장도 한산해졌다. 헝뎬은 베이징 자금성을 재현한 대형 세트 등을 갖춘 중국 최대 규모 촬영지로, 인기 중국 드라마 '후궁견환전', '연희공략' 등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간 평균 촬영팀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84% 줄었고, 촬영장 공실률은 78%까지 치솟았다.

촬영장은 비었지만, 20초마다 쏟아진 AI 드라마
사람이 일하는 촬영장은 비었지만, 휴대폰 스크린은 어느 때보다 많은 드라마가 점유하고 있다. 중국온라인시청각서비스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에서 공개된 단편드라마는 약 12만8,000편으로, 지난해 한 해 전체의 세 배를 넘었다. 이 가운데 95%가 인공지능(AI)으로 제작됐다. 상반기 전체로는 새로 출시된 AI 단편드라마가 22만1,900편을 넘어섰다. 생산이 정점에 달했을 때는 약 20초마다 한 편씩 새로운 AI 드라마가 공개됐다는 업계 추산도 나왔다.
AI 드라마는 이제 스마트폰 속 B급 콘텐츠를 넘어 지상파 TV까지 진출했다. 안후이TV는 지난달 배우와 배경을 모두 AI로 구현한 20부작 드라마 '도화담기'를 방영했다. 회당 10분 분량으로, 대본과 연출은 사람이 담당했지만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과 공간은 AI로 만들었다. AI 배우로 제작된 연속 드라마가 중국 지상파 TV에서 방영된 첫 사례다.
종이 섬유의 질감과 먹물이 번지는 모습, 화덕에서 종이를 말릴 때 피어오르는 증기의 궤적 등 장면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평과 동시에, 사람 묘사에는 악평이 쏟아졌다. 이 드라마는 앞서 중국 국영 중국중앙TV(CCTV) 온라인 플랫폼에서 먼저 공개됐다가 TV에 편성됐는데, 작은 모바일 화면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결함들이 고화질 TV 화면에서는 적나라하게 부각된 것이다. 특히 복사, 붙여넣기 한 듯한 AI 배우들의 천편일률적인 표정은 작품의 몰입을 방해했다는 평이다.
AI 드라마의 TV 진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후난위성TV는 지난달 31일 중국 최초 AI 장편드라마 '후서유기'를 오후 8시 황금시간대에 편성했다. 이 작품은 총 30부작, 회당 40분으로 기획됐으며 실제 배우와 현장 촬영 없이 인물과 배경을 모두 AI로 구현했다. 회당 10분짜리 중편 '도화담기'가 방영된 지 약 한 달 만에 AI 드라마가 정규 장편의 외형을 갖춰 황금시간대까지 진입했다. "순수 AI로 이 정도까지 만들었다"며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는 시청자도 있었지만, 인물들의 미세한 표정과 감정 표현이 부자연스러워 "드라마라기보다 애니메이션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그럼에도 업계가 AI에 기대를 거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과 속도다. 궈위안증권은 배우와 촬영, 세트 제작비가 실사 단편드라마 예산의 약 80%를 차지한다며 AI를 활용하면 전체 제작비를 기존의 10분의 1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형 지식재산권(IP)+톱스타'라는 성공 공식이 흔들리고 투자까지 감소하면서 장편 드라마는 퇴조하고, 대신 AI는 단편드라마를 중심으로 배우와 촬영·미술·편집 인력을 밀어내며 영상산업의 바닥부터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AI 드라마의 TV 진출 배경에는 기술의 진전뿐 아니라 전통 방송시장의 재정난도 자리 잡고 있다. 중국 국가광전총국에 따르면 전통 라디오·TV 광고 수입은 2019년부터 2023년 사이 41.6% 감소했다. 시청자와 광고는 온라인으로 옮겨갔지만 방송사는 매일 편성표를 채워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실사 단편드라마의 20% 이하 가격으로 확보할 수 있는 AI 드라마는 매력적인 대안이 됐다. 조영신 미디어산업전문가는 이를 "AI가 시장을 뚫고 들어간 게 아니라 무너진 시장이 AI를 찾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AI 만화 업체 즈린을 이끄는 선양 칭화대 메타버스연구소장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2024년에는 3∼5분짜리 AI 드라마를 만드는 데 5명이 석 달가량 필요했지만, 지금은 직원 한 명이 1∼2일이면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선 교수가 제시한 분당 평균 제작비는 600~800위안(약 12만∼16만원)으로, 실사 제작의 약 10% 수준이다. 즈린은 지난 5월에만 1분 안팎의 단편드라마 에피소드 약 8,000편을 공개했다. 시장분석업체 데이터아이의 5월 보고서에 따르면, 더우인(중국판 틱톡) 관련 순위 상위 100편 가운데 89편이 AI 드라마였다.

배우를 해고하고, 얼굴은 남긴다
비용 혁명은 드라마 산업 종사자의 일자리에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단편드라마 산업이 직접 고용한 인력은 약 69만 명으로 추산된다. 베이징에서 단편드라마 배우이자 제작자로 일했던 그레그 월너는 FT에 바이트댄스의 영상 생성 모델 '시댄스 2.0'이 출시되기 전까지 매주 세 작품을 촬영했지만, 출시 뒤 "모든 일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의 동료들도 생계를 위해 다른 직업을 찾기 시작했다고 한다.
일부 배우와 진행자는 일자리를 잃기 전에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 연기 방식을 AI에 학습시키라는 요구까지 받고 있다. FT는 중국의 한 인기 어린이 교육프로그램 진행자가 지난 4월 자신의 AI 복제본 제작에 동의하지 않으면 다른 배우를 기용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회사는 당초 얼굴과 목소리 등을 영구 사용하는 조건으로 10개월치 급여를 제시했지만, 이 진행자는 협상 끝에 사용 기간을 5년으로 제한하고 1년치 급여와 AI 복제물 활용에 대한 거부권을 확보했다.
AI가 제작비를 낮췄다고 해서 제작사들이 모두 돈을 버는 것도 아니다. 데이터아이의 '2026년 상반기 AI 드라마·만화드라마 데이터 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새로 출시된 AI 단편드라마 22만1,900여 편 가운데 조회 수 1억 회를 넘긴 작품은 1,055편으로, 전체의 0.47%에 그쳤다. AI 드라마의 히트작 비율은 0.1%에도 미치지 못했다. AI 단편드라마 제작사 신스줴미디어의 롼톈싱 CEO는 중국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업계 AI 만화드라마 업체의 90% 이상이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악해서 흥행했다… ‘니우라이’에 몰린 관객들

"얼마나 엉망인지 보려고 왔어요."
지난달 18일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의 한 영화관에서 애니메이션 영화 ‘니우라이(牛来)’를 관람한 30대 남성 쑹모씨의 말이다. 신위멍 감독과 그의 어머니가 5년에 걸쳐 사실상 둘이서 만든 영화 '니우라이'는 별다른 홍보 없이 개봉한 뒤 중국 극장가에서 의외의 역주행을 하고 있다. 쑹씨는 영화가 엉성하기는 했지만 오랜 기간 초보적 기술로 끝까지 완성했다는 점에서 진정성을 느꼈다고 했다.
영화는 마치 애니메이션을 처음 배운 실습생의 과제물처럼 조악하다. 등장인물의 움직임은 뻣뻣했고 표정은 단조로웠다. 현란한 음향 효과도 없었다. 저사양 장비로 만들었을 법한 단순한 음악이 장면 사이의 공백을 메웠고, 등장인물의 대사는 숙련되지 않은 일반인의 목소리를 화면에 그대로 덮어씌운 듯했다. 극장에는 변변한 공식 포스터조차 없었다. 대신 하얀 캔버스 위에 관객들이 영화 속 인물을 직접 그려 넣은 ‘손수 제작 포스터’가 내걸렸다. 감독은 제작 과정 대부분을 혼자 맡았고, 음악을 배운 적 없는 그의 어머니는 엔딩곡의 작사와 작곡, 노래를 담당했다.
지난달 5일 별다른 홍보 없이 개봉한 영화가 첫 10일 동안 벌어들인 돈은 약 7,700위안(약 150만 원)에 불과했다. 온라인에서는 "3D 애니메이션 초보자의 과제 같다"는 조롱이 쏟아졌다. 그러나 혹평이 밈으로 확산하자 관객들이 ‘도대체 얼마나 못 만들었는지 보자’며 극장으로 몰렸다. 상영관도 뒤늦게 늘어났다. 지난달 31일 기준 누적 흥행 수입은 약 5,964만 위안(약 116억 원)까지 불어났고, 상영 기간도 10월 4일까지 연장됐다.
'니우라이'의 흥행을 단순히 '못 만든 작품을 구경하는' 일회성 유행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관객들이 발견한 것은 조악함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내면서도 5년간 포기하지 않은 사람의 흔적이었다. 중국 저장성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저장선전'은 이 영화의 매력을 "능력에서는 졌지만, 꾸미지 않는 데서는 이겼다"고 요약했다. AI가 1초마다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시대, '니우라이'의 역주행은 관객들이 작품 뒤에 축적된 인간의 시간과 성의를 여전히 알아보고 그리워한다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베이징= 이혜미 특파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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