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계열사 100개 이하로 더 줄인다

최은경 기자 2026. 9. 7.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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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내는 리밸런싱

SK그룹은 지난 7~8월 단 두 달간 9건의 계열사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지난 7월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 지분 70.6%를 두산에 약 2조3000억원에 매각한 것이 대표적이다. 8월 말엔 SK이노베이션이 적자가 누적된 배터리 분리막 업체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흡수 합병했다. SK에코플랜트 역시 플랜트 설계·시공 전문 회사 SK에코엔지니어링을 합병했다.

2024년 초부터 SK그룹이 추진해 온 일종의 구조조정인 ‘리밸런싱(rebalancing)’ 작업의 일환이다. 2023년 말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그룹 최고 협의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취임하면서, 그룹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사업 효율을 높이는 리밸런싱이 본격화됐다. 3년 가까이 지났지만 최근 리밸런싱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그룹 수뇌부는 계열사 숫자를 100개 이하로 줄이는 것을 최종 목표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이야말로 SK하이닉스가 앞장서고 다른 계열사가 이를 뒷받침하며 그룹 전체가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 적기라는 것이다. 특히 이제는 ‘급한 불 끄기’가 아니라 AI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AIDC), 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그룹 체질 전환으로 무게추를 옮긴다는 입장이다.

그래픽=박상훈

◇계열사 100개 이하로 더 줄인다

지난 2021년만 해도 SK그룹은 ‘배터리·그린·바이오·디지털’을 4대 핵심 사업으로 정하고 공격적인 M&A와 투자를 단행했다. 그 과정에서 외형과 함께 중복 투자와 비효율도 커졌다. 이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건 계열사 숫자다. 최 의장이 취임했을 때쯤 그룹 계열사 수는 200여 개에 달해 삼성그룹의 3배가 넘었다. 하지만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기준 151개까지 줄었다.

재무 구조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SK그룹 합산 총차입금은 리밸런싱 본격화 직전인 2023년 말 121조5000억원에서 2025년 말 109조2000억원으로 약 12조3000억원 감소했다. 현금성 자산을 뺀 순차입금은 84조2000억원에서 43조1000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45.7%에서 103.0%로 하락했다.

업계에선 지난 2년 9개월간 이어진 SK 리밸런싱 효과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한 M&A 시장 관계자는 “수치상 재무 상황이 개선됐을 뿐 아니라 SK스페셜티·SK실트론과 같은 ‘알짜 자산’도 과감하게 매각해 그룹의 미래 방향성을 ‘AI 인프라’와 이를 뒷받침할 ‘에너지’로 신속하게 전환하고 있다”고 했다.

리밸런싱 작업이 시작된 지 만 2년이 넘은 데다 성과도 나면서 최근 재계에선 “리밸런싱을 끝낼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관측도 일부 나온다. SK하이닉스가 천문학적인 실적을 내면서 그룹 전체 이익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 하지만 그룹 고위 관계자는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내부에선 이제 반환점이란 반응이 많다”며 “내부가 안정되어야 결국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재무 개선 성과 분명… 하이닉스 의존·주주 부담은 숙제

다만 압도적 실적을 내는 ‘SK하이닉스 착시’를 걷어내는 게 과제다. 하이닉스 실적 여파로 현금이 늘며 그룹의 재무 부담이 실제보다 더 크게 완화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화학·에너지 사업에서 더 뚜렷한 실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부실 계열사를 인수·합병하면서 이 부담을 SK이노베이션 등 개별 상장사 주주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숙제다.

재계 관계자는 “리밸런싱으로 AI 반도체·AIDC·에너지 중심으로 사업을 재배치한 것이 실제 수익과 현금 흐름으로 이어지느냐가 앞으로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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