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상징 파괴’ 기념비 세운 러시아, 다카이치 철거 요구에 “역사 경시는 질병”

일본 정부가 일본 왕실을 상징하는 국화 문장이 새겨진 표석을 파괴하는 모습의 러시아 대일전승기념비 건립에 반발하고 나섰다.
6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전날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러시아 극동 하바롭스크에서 열린 대일전승기념비 동상 제막식을 비판했다.
이 동상은 소련군 병사가 ‘대일본제국 경계’라는 문구와 국화 문장이 새겨진 표석을 총 개머리판으로 깨부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러일전쟁 이후 일본이 사할린섬 남부를 점유하면서 러시아와 경계에 세웠던 표석을 본떠 제작한 것으로, 러시아 측은 국화 문양을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보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해설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화 문장은 일본을 상징하는 문장으로 널리 인식되고 있다”며 “이를 파괴하는 모습을 표현한 기념비 설치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는 일본의 국민감정과 관련된 문제이며, 정부는 러시아 측에 설치 중지 및 철거를 강력히 요구했다”며 “계속해서 철거를 강력히 촉구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엑스 게시물을 일본어와 함께 러시아어로도 게시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 역시 “일본 국민감정의 관점에서 받아들일 수 없으며 극히 유감스럽다. 러시아 측에 설치 중단과 철거를 강력히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 측은 일본의 철거 요구를 거부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일본의 대일전승기념비 철거 요구에 “이제 남은 것은 바람에 불지 말라고, 태양에 빛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역사는 사실에 기반하며 우리의 기억은 기념물에 보존돼있다”고 했다. 일본이 역사를 경시하고 있다면서 이를 “질병”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쿠릴열도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중 한 섬을 방문하자 일본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양국 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러시아 태평양함대는 남쿠릴열도 인근에서 미사일 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은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키르기스스탄에서 “현재 관계 악화는 모두 일본의 책임”이라고 말했고 일본 정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즉각 반발했다.러시아는 일본이 북부 홋카이도 등에서 미군, 호주군과 합동훈련에 나서는 것에 대해서도 대항조치를 취하겠다며 경고했다.
일본과 러시아는 쿠릴열도 4개 섬의 영유권 문제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지금까지 정식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용욱 기자 woo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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