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 치른 60대 여성, 진흙더미서 열흘 만에 구조 ‘계속된 기적’

조형국 기자 2026. 9. 6.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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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만에…한국합동구조대, 수력발전소 중국인 노동자 구출 네팔·한국 합동구조대가 지난 5일 네팔 어퍼트리슐리-1 수력발전소 공사 현장 터널에서 열흘 전 대홍수로 고립됐던 중국인 노동자를 구조하고 있다. 한국해외긴급구호대(KDRT) 제공

‘골든타임 추가시간’ 구조 총력
수력발전 터널서도 생존 잇따라
붕괴 안된 공간에 산소 ‘희망적’
추가 인명 구조 기대감 높아져

열흘이 지나도록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던 네팔 대홍수 실종자들이 잇따라 구조됐다. 수력발전소 터널의 숨 막히는 어둠을 견뎌낸 노동자들이 이틀 연속 구조됐고, 장례식까지 치른 60대 여성은 진흙에 파묻힌 채 살아서 발견됐다. 구조당국은 지나버린 골든타임을 ‘추가시간’으로 바꾸기 위해 분초를 다투는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카트만두포스트는 라수와 지역의 수력발전소에서 네팔 노동자 2명, 중국 노동자 1명이 연달아 생존이 확인된 데 이어 지난 5일 비두르 베트라와티에서 네팔인 찬디카 슈레스타(64)까지 생환하면서 구조의 희망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발이 푹푹 빠져 구조대원들의 진입을 막았던 진흙처럼, 생존자가 없을 것이라는 비관이 일대를 덮고 있었다. 슈레스타의 오빠는 인근에서 울음소리를 들었다는 일부 주민들의 말에 ‘유령 소리가 들린 건가’라고 생각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이틀 전 슈레스타의 장례식을 치른 가족들은 이미 마음을 접은 상태였다.

이날 아침 도로 복구를 위해 배치됐던 작업팀이 진흙더미 위로 상단 모퉁이만 간신히 드러낸 건물 근처에서 희미한 울음소리를 들었다. 건물은 4층 지붕과 맨 위층 창문 끝부분만 모습을 드러낸 상태였다. 구조대원들은 창문을 부수고 기어서 들어가 진흙을 퍼내기 시작했다. 들것에 실려 나온 그는 헬기를 타고 카트만두의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 중이다.

이날 오전에는 구조당국이 총력을 기울여온 수력발전소 지역에서도 기적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어퍼트리슐리-1 수력발전소 터널 약 225m 지점에서 중국인 노동자 루하이타오(49)가 구조됐다. 그는 며칠 동안 구조대가 비춘 불빛이 보일 때마다 크게 소리쳤다며 “구조대원이 나에게 와 불빛을 비추었을 때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 허난성 출신인 그는 지난 2월부터 네팔에서 일했다. 인근에 또 다른 생존자가 있었다는 그의 진술에 따라 구조당국은 수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날에는 어퍼트리슐리 3-A 터널에서 네팔인 노동자 카비르 마하르잔(45)과 산제이 사흐(30)가 살아 돌아왔다. 구조대는 200m 길이 터널의 약 60m 지점까지 바위와 잔해를 파고 들어갔다. 폭약과 중장비 사용이 어려운 곳에서는 삽과 손으로 길을 냈다. 산소 공급, 배수로 확보 등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도 병행됐다. 사흐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기도문을 외며 9일을 버텼다. 그가 구조된 직후 했던 첫 질문은 “오늘이 무슨 요일이죠?”였다고 CNN이 전했다. 두 사람은 카트만두 육군병원에 이송돼 치료받고 있다.

대규모 인원이 실종된 수력발전소에서 생존자가 나오면서 추가 구조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터널 전체가 완전히 붕괴하지 않았고, 일부 구간에서 산소·공간이 확보된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다만 좁은 터널과 막대한 양의 잔해 등 현장 상황과 더딘 구조 진척은 한계로 지적된다. 대홍수로 이날까지 최소 1384명이 숨지고 5515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현지 매체 카바르는 “10일간 암흑 속에서 이들을 구해낸 경험은 구조당국에 한 가지 변화를 가져왔다”며 “구조대의 부름에 누군가 대답할지 모른다는 기대”라고 전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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