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이대론 국가 소멸 위기 … 인구 절벽 돌파구 함께 찾아야"

이유섭 특파원(leeyusup@mk.co.kr) 2026. 9. 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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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와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 출범 이후 한일 관계는 표면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견고한 밀월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러나 한순간에 외교적 대립으로 치달았던 과거의 학습 효과 때문에 기업인과 양국 국민은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듯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 한국에서 정권이 바뀌면 대일 관점이 크게 달라지는 일이 되풀이됐다"고 회고한 그는 "윤석열 정권에서 이재명 정권으로 교체될 당시 일본 내부에서는 '다시 문재인 정권 때처럼 대일 관계가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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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 前 일본 총리 인터뷰
수도권 집중현상·저출생 심화
공통 당면과제부터 힘 합쳐야
반도체·AI분야 협력보다 시급
日, K팝·K푸드 호감 늘었지만
과거사 등 잘 모르는 사람 많아
깊은 이해 없인 언제든 냉각
한일 좋은관계 지속 장담 못해
이시바 시게루 전 일본 총리가 지난달 31일 도쿄 지요다구 중의원 제2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도쿄 이유섭 특파원

이재명 정부와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 출범 이후 한일 관계는 표면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견고한 밀월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러나 한순간에 외교적 대립으로 치달았던 과거의 학습 효과 때문에 기업인과 양국 국민은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듯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의 한일 관계가 지속가능한가에 대해 이시바 시게루 전 일본 총리는 "지금은 좋은 관계에 있지만, 이것이 반드시 계속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 시절을 상기시킨 그는 "당시 매우 양호한 관계였음에도 이후 정권 교체나 정치적 환경에 따라 크게 흔들렸던 역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국이 표면적 호감을 넘어 서로에 대한 구조적이고 깊은 이해를 갖추지 못한다면 지금의 온기는 언제든 냉각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양국 역사에 대한 이해 선행돼야

이시바 전 총리는 현재 한일 관계가 지닌 가장 큰 취약점으로 양국 국민, 특히 일본 측의 '깊이 없는 한국 이해'를 꼬집었다. 그는 "한국에서 일본을 찾는 방문객에 비해 일본에서 한국으로 가는 인원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한국인들이 일본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에 비해 일본인들이 한국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3분의 1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그는 "일본 내에서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대개 '한국 요리가 맛있다'거나 'K팝이 좋다'는 식의 감각적인 호감에 머물러 있다"며 "역사와 문화, 사회적 배경에 대한 깊은 이해에 기반해 한국을 좋아하는가 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고 분석했다.

특히 역사 문제에 대해 이시바 전 총리는 소신 있는 입장을 개진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과거 한일병합이 얼마나 한국민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혔는지 잘 알고 있다"며 "한국인들이 '일본인이 우리를 비로소 깊이 이해하고 있구나'라고 느낄 때까지 일본 정치인과 사회가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의무"라고 피력했다. 이시바 전 총리는 평소 하루 2~3시간씩 한국의 역사와 정세를 담은 서적을 읽을 정도로 한국에 우호적인 지한파이자 당내 보수 강경파와는 궤를 달리하는 대표적 '소신파' 정치인으로 꼽힌다.

◆ "李대통령은 현실적 실용주의자"

이시바 전 총리는 한일 관계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최대 리스크 중 하나로 '한국의 정권 교체에 따른 대일 정책 변화'를 꼽으면서도, 현 이재명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했다.

"과거 한국에서 정권이 바뀌면 대일 관점이 크게 달라지는 일이 되풀이됐다"고 회고한 그는 "윤석열 정권에서 이재명 정권으로 교체될 당시 일본 내부에서는 '다시 문재인 정권 때처럼 대일 관계가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는 "나 역시 이 대통령을 직접 만나본 적이 없었기에 비슷한 걱정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은 '기우'였다"고 전했다.

이시바 전 총리는 이 대통령의 정치적 궤적과 리더십 스타일을 언급하며 "이 대통령은 한국 정치의 전통적인 주류 출신이 아니었고, 거대 정치 파벌의 영향을 받던 인물도 아니었다"며 "혁신적인 사상을 갖고 있지만, 실제 국정 운영이나 정책 집행에 있어서는 매우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 국면을 이끄는 매우 뛰어난 정치인으로 존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사회 불만이 반일로 흘러선 안 돼

이시바 전 총리는 한국 사회의 치열한 경쟁과 양극화가 한일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주요 7개국(G7) 수준에 도달해 큰 자신감을 얻었다"면서도 "하지만 그렇다고 국민 개개인이 행복한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짚었다. 한국인의 행복도가 일본인이나 중국인보다 낮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시바 전 총리는 "치열한 경쟁에서 뒤처지면 행복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한국 사회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시바 전 총리가 우려하는 건 바로 이 지점이다. 한국 사회의 치열한 경쟁에서 쌓인 불만이 자칫 "역시 모든 건 일본 탓"이라는 반일 감정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국민이 느끼는 삶의 불만이 대일 감정으로 왜곡되지 않도록 양국 정치권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협력 1순위는 인구 감소·소멸 위기

이러한 불확실성과 구조적 리스크를 넘어서기 위해 이시바 전 총리가 제시한 한일 간 최우선 전략 협력 분야는 바로 양국이 공통으로 직면한 '인구 감소'다. 이시바 전 총리는 "물론 반도체나 인공지능(AI), 공급망 확보도 매우 중요하고 양국의 뛰어난 기술력과 근면함을 바탕으로 협력할 영역이 많다"면서도 "하지만 인구 감소를 막지 못하면 국가 자체가 소멸한다는 위기감은 한일 양국 모두에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서울과 도쿄로의 극단적인 수도권 집중, 지방도시 해체 그리고 사상 최저 수준의 출생률을 지목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짚었다. 이시바 전 총리는 "한국과 일본의 역대 정부들이 다양한 대책을 강구했으나 인구 감소의 브레이크를 걸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방과 수도권 격차 확대로 국가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민간과 정부 차원의 공동 연구와 정책 협력이야말로 한일이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전략적 과제"라고 밝혔다.

[도쿄 이유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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