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유창 동의대 인간공학과 교수 “지방에 미룬 원전 위험, 전기료에 제대로 반영해야”

최혜규 2026. 9. 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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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반값 전기료’ 모델 제시
정부 '지역별 차등요금제' 발표
정부안, 원전 위험·기회비용 빠져
주민에게 실질적인 혜택 돌아가야

“지금 SMR(소형모듈원전) 1기라도 용인에 짓자고 하면 짓겠어요? 위험은 지방이 부담하고, 혜택은 수도권이 받는 구조를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동의대 김유창 인간공학과 교수는 부산에서 전기요금 차등제 구상을 가장 앞서 구체화한 ‘반값 전기료’의 최초 설계자다. 2013년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제안으로 원전과 가까울수록 전기요금이 더 많이 할인되는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이후 2024년 지역별 차등제를 포함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만들어졌고, 정부는 최근 연내 시행을 목표로 산업용 한정 설계안을 공개했다.

그가 지난 4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업데이트해 제시한 ‘반값 전기료’ 모델은 원전과의 거리를 기준으로 할인율을 차등해 부산 전역의 전기요금을 주택용은 평균 40.5%, 산업용은 27.7% 인하한다. 구간별 최종 할인율은 송전·계통 할인율뿐만 아니라 원전에 대한 ‘위험 배당’ 성격으로 원전으로 인한 위험과 기회비용 할인율을 추가해 산출했다.

정부는 최근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 공청회에서 주택용은 제외하고 전력계통을 반영한 4개 광역권, 균형성장을 고려한 4개 권역을 조합해 11개 지역별로 산업용 전기요금을 최대 10% 할인하는 설계안을 발표했다. 김 교수의 구상과는 간극이 크다. 게다가 최대 10%라고 해도 적용 방식에 따라 기업이 체감하는 실질 할인율은 최대 한 자릿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그는 내다본다.

지난달 31일 부산 동의대에서 만난 김 교수는 주택용 차등제 적용 제외에 대해 “주택용 전기요금은 이해 당사자가 많다 보니 정부도 나름의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원전 부근이나 송전선 밑에서 고통을 받는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책임 있는 정부라면 산업용을 먼저 하더라도 최소한 3년이든 5년이든 안에 주택용도 시행한다는 로드맵은 내놓아야 합니다.”

정부 설계안에 그가 주장한 원전 위험은 반영되지 않았다. 김 교수는 “정부 입장에서는 원전의 위험을 인정하는 꼴이 되고, 요금 지원으로 원전의 비용이 올라가면 더 지을 명분도 없어지니 공식적으로 포함시키긴 어려웠을 것”이라면서도 “원전은 위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전을 비롯한 산업 현장의 안전과 ‘휴먼 에러’(인간이 작업 중 범하는 실수와 오류)를 연구하는 공학자의 결론이다.

“원전 사고 확률이 수학적으로 ‘10만 년에 한 번’이라는데, 지금까지 600여 개 원전 중에 6개에서 사고가 났습니다. 특히 부산은 원전 사고가 나면 320만 명이 이주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원전을 더 짓는다면 ‘깨진 유리창’ 이론처럼 이미 있는 곳에 더 들어올 가능성이 높죠. 서울에서 가장 먼 곳, 힘없는 지방에 위험 부담을 미루고, 그 에너지로 대기업과 수도권이 더 잘사는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아요.”

그는 수도권의 대기업 요금 현실화와 도매가격 할증으로 ‘반값 전기료’ 재원을 최대 6조 원 확보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대기업 하나가 부산 시민 전체보다 더 많은 전기를 쓰고 큰돈을 번다면 더 부담하는 게 형평성에 맞고, 그래야 가장 비싼 에너지인 전기를 절약하고, 지속 가능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도 앞당길 수 있다고 믿어서다. 이와 달리 정부안은 수도권 할증은 없이 지역별 인하만 적용한다.

그럼에도 그는 “십수 년 전 씨앗을 뿌리고 어렵게 싸워서 여기까지 온 만큼, 아쉬움이 있더라도 전기요금 차등제를 안착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최대 인하 적용은 물론 제도의 취지인 기업 유치와 에너지 분권을 위한 부산시의 후속 과제도 주문했다. “서부산권 산단의 전력 품질을 높이기 위한 전력망 확충 방안이 필요합니다. 북극항로 시대에 대비한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도 속도를 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