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경쟁’ 고려아연, ‘거수기 감사위원’ 탈피에 성공할까?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고려아연 1대 주주인 엠비케이(MBK)·영풍 컨소시엄(이하 컨소시엄)과 2대 주주로 경영권을 쥔 최윤범 회장 쪽 간의 공방전이 연일 뜨겁다. 컨소시엄은 최 회장 일가가 2019~2023년 아크미디어 등 비상장 엔터테인먼트 기업 3곳에 273억원을 먼저 투자하고, 고려아연이 출자한 원아시아 펀드가 뒤따라 690억원을 투자했다며, 최 회장이 회삿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추가 폭로했다.
최 회장 쪽과 컨소시엄은 각각 독립이사 후보 2명과 감사위원 후보 1명을 추천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회삿돈으로 자사주 공개매수, 그 직후 대규모 유상증자 추진으로 인한 주가 폭락과 투자자 반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기 위해 해외 계열사를 이용한 순환출자형 상호주 형성, 최 회장의 지인이 대표인 원아시아 펀드에 회삿돈 5600억원 투자, 미국 기업인 이그니오홀딩스 고가인수 의혹 등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윤범 회장 쪽, 회계전문가 추천
MBK·영풍, 지배구조 전문가 내세워
의결권 자문사들, 회계전문성 방점
이사회 감시·견제 기능 미흡 지적도
장기적으로 경영권 독점 힘든 구조
이사회 중심 개혁 성공모델 찾아야

“최윤범 회장 일가가 투자한 비상장 기업들에 원아시아 펀드들이 수백억원을 뒤따라 투자한 사례들이 확인됐다.” (엠비케이·영풍 컨소시엄) “주주의 판단을 왜곡하는 허위정보 유포에 엄정 대응하겠다.”(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쪽)
고려아연 1대 주주인 엠비케이(MBK)·영풍 컨소시엄(이하 컨소시엄)과 2대 주주로 경영권을 쥔 최윤범 회장 쪽 간의 공방전이 연일 뜨겁다. 컨소시엄은 최 회장 일가가 2019~2023년 아크미디어 등 비상장 엔터테인먼트 기업 3곳에 273억원을 먼저 투자하고, 고려아연이 출자한 원아시아 펀드가 뒤따라 690억원을 투자했다며, 최 회장이 회삿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추가 폭로했다. 이어 “엔터 기업들의 부실로 원아시아 투자금의 회수가 대부분 불투명하다”, “최 회장 쪽은 이미 투자금의 일부를 상환받았다”며 연일 폭로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맞서 최윤범 회장 쪽은 고려아연이 펀드 출자자로 참여했을 뿐 구체적인 투자 계획과 집행은 펀드 위탁운용사들이 주도한다고 반박한다. 이어 해당 투자는 지금까지 손실로 기록된 적이 없다며, 컨소시엄의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는 9일 열리는 임시주총에서의 표대결을 앞둔 전초전이다. 주총에서는 독립이사(옛 사외이사) 4명과, ‘분리선출 감사위원’ 1명을 선임한다. 최 회장 쪽과 컨소시엄은 각각 독립이사 후보 2명과 감사위원 후보 1명을 추천했다. 독립이사는 2명씩 나눠 가질 전망이다. 관심은 감사위원의 향배에 모아진다. 최 회장 쪽이 다수파인 이사회는 백인규 단국대 교수를 추천했다. 컨소시엄은 박유경 전 에이피지(APG)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 책임투자·거버넌스 담당 임원을 추천했다. 에이피지는 세계 3대 연기금인 네덜란드 공무원연금(ABP)의 자회사다.
집중투표제와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
이번 임시주총은 2차 개정 상법의 시행에 맞춰 분리선출 감사위원 1명을 추가 선임하는 주총이다. 상법 개정의 실효성을 검증하는 시험장인 셈이다. 지배구조 개선과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1차 상법 개정에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도입됐다. 하지만 이 원칙이 시장에 확고히 뿌리내렸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 3월 주총에서도 일부 상장사가 이사 정원 축소와 임기 연장을 담은 정관 개정을 강행했다. 집중투표제의 실효성을 약화시키려는 ‘꼼수’였다. 행동주의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는 “국민연금이 개정 상법 취지를 우회하는 정관 개정에 반대했지만, 회사쪽 안건의 90% 이상이 통과됐다”고 분석했다. 고려아연 임시주총 결과에 따라 이재명 정부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정책이 한층 탄력을 받을 수도 있고, 반대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질 수도 있다.
사익편취 및 전횡 이슈 봇물
하지만 고려아연 이사회와 감사위원회는 논란이 된 이슈들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고, 주주들의 조사 요청마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난해 국회에서 상법 개정안을 논의할 때 도마 위에 올랐을 정도다. “(경영진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회사 재산을 마치 자기돈처럼 쓴다면 (다른 이사의) 견제와 균형이 필요한데 그런 기능이 작동되지 않는다. (중략) 고려아연의 행태는 집중투표제와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오기형 의원, 2025년 8월23일 국회) 의결권 자문사인 이에스지(ESG)기준원은 임시주총 의안분석 보고서에서 “쟁점들을 독립적으로 검토·견제해야 할 감사위원회는 (중략) 경영상 의사결정에 대해 기능을 충분히 발휘했다고 보기 어렵다. (중략) 주주의 독립적 조사 요구에 대해서도 관련 법적 판단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진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백인규 vs 박유경
박 후보는 한국 출신의 대표적인 지배구조 전문가이다. 글로벌시장의 기업지배구조와 책임투자 분야에서 활동하며 기업가치 제고와 이사회 독립성 강화에 노력했다. 삼성전자 백혈병과 조선업종 중대재해 문제를 금융권에서 처음 제기하는 등 활발한 주주관여 활동을 통해 한국 기업과 증시의 밸류업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연금 이에스지위원회와 한국 스튜어드십코드 제정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아시아 각국의 지배구조를 평가하는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에서 10년간 한국 워킹그룹 의장을 맡았다.
2차 상법 개정의 취지, 기존 감사위원회의 역할에 대한 비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감사위원의 선임 기준은 회계 전문성보다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에 더 무게가 실린다. “고려아연 감사위원회에 보다 필요한 것은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대해 독립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효과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역량의 보강이다.”(이에스지기준원)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이사회와 감사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한 것은 독립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지배구조 전문가로 독립성과 전문성을 모두 갖춘 박유경 후보가 적임자”라고 말했다. 백 후보가 이해상충 문제로 인한 독립성 훼손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부담이다. 한국 딜로이트그룹이 고려아연의 미국 통합제련소 건설사업인 ‘프로젝트 크루서블’과 관련해 재무실사에 참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최 회장 쪽은 이에 대해 “백 후보가 한국 딜로이트그룹의 회계감리 분야가 아닌 이에스지 부문에서 일했기 때문에 이해상충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3%룰’ 마법과 전망
기관투자자에 영향을 미치는 국내외 5대 의결권 자문사들도 대부분 최 회장 쪽이 추천한 백인규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글로벌 양대 자문사인 아이에스에스(ISS)와 글래스루이스, 국내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와 한국이에스지(ESG)연구원 등 4곳은 백 후보의 회계전문성에 방점을 찍었다. 이에스지기준원만 독립성을 이유로 박 후보에 찬성을 권고했다. 증시에 영향력이 있는 연금 중에서는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이 박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국민연금은 아직 미정이다.
최 회장 쪽은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현 경영진 체제에 힘을 싣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객관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며 “국민연금을 포함한 국내외 기관투자자와 소수주주들이 압도적으로 박 후보를 지지하고, 미국 크루서블이 공언대로 최소한 중립을 지킨다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5% 이상의 지분 보유한 국민연금이 캐스팅 보트를 쥐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사회의 세력 분포는 현재 최 회장 쪽 9명, 컨소시엄 쪽 5명이다. 임시주총 뒤에는 최 회장 쪽 11~12명, 컨소시엄 쪽 7~8명으로 재편된다.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는 현 이사회 멤버 14명 중에서 9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집중투표제와 분리선출 감사위원 선임이 사행되면, 두 진영 간 차이가 1~2명으로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
상법개정의 첫 발의자인 이용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 대주주 중 누구도 이사회를 독점하기 어렵고, 경영진의 사익 추구와 전횡도 불가능한 구조로 가고 있다”며 “양쪽 모두 경영권을 직접 행사할 생각을 버리고, 이사회를 중심으로 좋은 전문경영인을 선임하고, 감시·견제 역할을 충실히 해서 한국 기업지배구조 개혁의 성공모델이 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jskwak@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이 대통령 20대 지지율 첫 20%대…‘용혜인 인선’ 파장
- “Are you OK?” 한국 구조대 만난 생존자, 검지 들더니 “근처에 1명 더…”
- 27살 자폐아들 살 곳 찾던 ‘피터팬 아빠’ 눈감아…“안녕, 또 봐”
- 용혜인 불똥 튄 김현지…국힘 “김 실장 카르텔”, 민주 “음모론”
- 앞으로 사망신고 다음날부터 ‘고인 명의’ 금융거래 차단된다
- “나 죽으면 대통령 죽여라” 지시 필리핀 부통령, 보석 석방돼
- 가수 이상순, 신경계 문제로 MBC 라디오 중단
- 내 나이 70, 유치원 등원합니다~ 3층서 운동 놀이, 1층엔 손주 [건강한겨레]
- 세계지도, 실제 크기로 그리자는데 미국만 반대…왜?
- ‘기소유예’ 김승원, 신약 청탁 의혹 재수사 가능성은?…새 증거가 관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