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법은 막혔는데 국민은 왜 "연임 없다" 듣고 싶나···李 개헌론 시험대

김성하 기자 2026. 9. 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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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4년으로 줄이고 중간평가 가능 구조
헌법 제128조 2항, 당시 대통령 효력 없어
개헌시 '연임 없다' 밝혀야 주장 63% 동의
개헌이 본궤도 오르려면 의심 해소가 먼저
4일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시민사회 초청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연임 또는 중임제로 바꾸는 개헌 필요성을 거듭 언급하면서 뜻밖의 논쟁이 붙었다. 현행 헌법상 임기 연장이나 중임을 허용하는 개헌이 이뤄져도 제안 당시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데도 이 대통령에게 직접 '차기 대선에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하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논쟁의 초점도 실제 연임이 가능한지에서 개헌 추진의 진정성을 어떻게 입증할지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야당은 법적 가능성과 별개로 대통령 개인의 이해관계를 개헌 논의에서 배제한다는 정치적 선언이 필요하다고 압박한다. 반면 이 대통령 측에서는 헌법이 이미 재출마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는 사안을 두고 별도 선언까지 요구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논리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에게 개헌을 추진하려면 차기 대선 불출마 의사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연임 없다'는 단 네 마디를 못 한다"며 이 대통령을 압박했다.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민사회 초청 간담회에서 개헌 추진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연임 불출마 의사를 명확히 밝혀달라는 요구가 나왔지만 이 대통령이 즉답하지 않았다는 보도를 겨냥한 것이다.

"도둑질 안 한다고 왜 말하나" 반문
野, 재판 재개 문제까지 함께 요구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당 대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당시 "도둑질은 안 하겠다고 하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인데 그런 말을 굳이 해야 하나"라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헌법상 자신에게 적용될 수 없는 개헌을 두고 굳이 불출마 약속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미로 해석됐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6일 "연임이 도둑질이라는 건 인정하면서도 안 한다는 말은 끝내 하지 않는다"며 공세에 가세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중단된 형사재판 문제까지 개헌 논쟁과 연결하며 '재판 재개' 입장도 함께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번 논란의 출발점은 이 대통령이 최근 권력구조 개헌 필요성을 다시 전면에 꺼내면서부터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대통령 임기는 4년 중임 또는 연임제로 변경해 중간평가를 통한 책임정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개헌을 위해 임기 단축이 필요하다면 이를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22년 대선 당시부터 유지해 온 입장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현행 5년 단임제는 대통령이 한 차례 5년 임기를 마치면 다시 출마할 수 없는 구조다. 4년 연임제는 대통령이 한 차례 4년 임기를 수행한 뒤 선거에서 다시 당선될 경우 연속해서 한 번 더 재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중임제는 두 차례 대통령직 수행을 허용하되 반드시 연속해서 재임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대통령은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보다는 대통령제를 유지하면서 임기를 4년으로 줄이고 중간평가를 가능하게 하는 구조를 선호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청와대 역시 국회 권한을 강화한 4년 중임제가 상대적으로 국민 수용성이 높다는 취지의 설명을 내놓은 바 있다.

국회의장 발언에 연임 논란 촉발
헌법 128조 이미 답을 담고 있었다

문제는 개헌 논의와 이 대통령 자신의 거취가 정치적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조정식 국회의장은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에 관한 질문을 받고 "연임 문제 등은 결국 주권자인 국민 선택의 문제"라고 답했다. 

이 발언이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논란으로 번지자 다음 날 "현직 대통령의 연임은 개헌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조 의장은 당시 헌법 제128조 2항을 직접 거론하며 향후 개헌 논의에서도 현직 대통령의 연임은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법률적으로만 보면 현재 논쟁의 답은 비교적 명확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128조 2항은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한다.

현행 조항이 유지되는 한 이 대통령 재임 중 5년 단임제를 4년 연임·중임제로 바꾸더라도 새로운 제도를 이 대통령 본인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 조항은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를 늘리거나 재집권 가능성을 열기 위해 개헌 권한을 이용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다.

따라서 현재 제기되는 '이 대통령이 4년 연임제 개헌을 통해 다시 대통령 선거에 나설 수 있다'는 주장은 현행 헌법 규정과는 맞지 않는다. 조정식 의장실도 연임 논란이 불거진 직후 현행 헌법상 이 대통령의 연임을 위한 개헌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전제로 기존 발언이 원론적인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63%가 "불출마 밝혀야 한다" 동의
민주당 지지층서도 절반 넘게 공감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4~26일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 AI 생성 이미지 /챗GPT

그렇다면 남는 질문은 하나다. 법으로 이미 막혀 있는데 왜 '불출마 선언'을 요구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느냐다. 여론을 보면 이 논쟁을 단순한 야당의 정치공세로만 보기도 어렵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4~26일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 대통령이 개헌 시 차기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주장에 63%가 동의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8%였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정치 성향별 결과다. 불출마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진보층에서 55%,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51%,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자 사이에서도 50%로 나타났다. 모든 연령대와 지역에서 과반이 동의했다.

국민의힘 지지층만의 요구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질문 자체도 실제 연임의 법적 가능성을 묻는 방식은 아니었다. '개헌 논의가 불필요한 논란으로 확산하지 않으려면 이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는지를 물었다. 결국 상당수 응답자가 헌법상 가능 여부와 별개로 개헌 논의에서 대통령 자신의 이해관계를 분리하는 정치적 확인이 필요하다고 본 셈이다.

현재 정치권의 충돌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실제로 연임할 수 있는지를 따지는 것보다 "연임 없다"는 선언으로 논란 자체를 차단하라고 요구한다.

조용술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최근 국정 지지율이 하락한 뒤 개헌 카드를 꺼냈다고 주장하며 "개헌이 권력자의 이해관계와 무관하다는 점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압박했다. 다만 개헌 자체는 이 대통령이 대선 전부터 4년 연임·중임제 필요성을 밝혀온 사안인 만큼 '지지율 하락 때문에 처음 꺼냈다'는 것은 국민의힘의 정치적 주장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법적 가능성 vs 정치적 신뢰"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는 양측

이 대통령의 논리는 반대다.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별도로 약속하라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도둑질을 하지 않겠다고 굳이 선언해야 하느냐'는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양쪽이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고 있는 셈이다. 이 대통령 측 논리는 '법적으로 가능한가'에 맞춰져 있고 야당의 요구는 '정치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가'에 맞춰져 있다.

헌법 128조를 기준으로 보면 전자에는 이미 답이 있다. 그러나 NBS 조사에서 63%가 불출마 입장 표명에 동의했다는 점을 보면 후자의 질문까지 법 조문 하나로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개헌 논의가 이 대통령의 거취 문제에 묶일수록 정작 필요한 권력구조 개편 논의가 뒤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

4년 연임·중임제가 5년 단임제보다 책임정치를 강화할 수 있는지,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을 어떻게 재조정할지,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주기를 어떻게 맞출지 등 논의해야 할 사안은 적지 않다.

개헌 절차 자체도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한다. 헌법 개정안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이 발의할 수 있고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이후 국민투표에서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가 투표하고 투표자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확정된다.

대통령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 결정할 수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논의가 시작될 때마다 이 대통령의 차기 대선 출마 여부가 먼저 쟁점으로 떠오르면 개헌 내용보다 정치적 의도가 논쟁을 지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번 논란의 핵심은 '이재명 대통령이 연임할 수 있느냐'에서 한 단계 벗어나 있다. 현행 헌법만 놓고 보면 이 대통령에게 임기 연장이나 중임 변경을 적용할 수 없다는 규정이 이미 존재한다. 그런데도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별도의 불출마 입장 표명을 요구한다는 것은 법률적 안전장치와 정치적 신뢰가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야당이 요구하는 선언에는 정치공세의 성격이 섞여 있고 이 대통령이 이를 불필요하다고 보는 데도 헌법상 근거가 있다. 반대로 개헌을 실제 국가적 의제로 끌어올리려면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만 반복하기보다 왜 상당수 국민이 대통령 개인의 거취와 개헌을 연결해 의심하는지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결국 이 대통령의 개헌론 앞에 놓인 첫 번째 문턱은 4년 연임제냐 중임제냐가 아닐 수 있다. 현행 헌법상 자신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여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답은 복잡한 법리보다 "나는 연임하지 않겠다"는 대통령 본인의 명확한 정치적 선언에 가깝다. 

법적으로 불가능하더라도 그 한마디를 통해 개헌이 개인의 권력 연장과 무관하다는 점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것이다. 향후 개헌 논의가 본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는 이 대통령이 이 같은 의심을 얼마나 분명하게 해소하느냐에 달려 있을 전망이다.

☞ 헌법 제128조 2항 =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개헌안 제안 당시 대통령에게 효력이 없다고 규정한 조항이다. 현직 대통령이 개헌을 이용해 자신의 임기를 늘리거나 재집권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따라서 현행 조항이 유지되는 상태에서 이재명 대통령 재임 중 4년 연임·중임제로 개헌하더라도 새 임기제도를 이 대통령 본인에게 적용할 수 없다. 이번 논란이 실제 연임 가능성보다 정치적 불출마 선언이 필요한지를 둘러싼 신뢰 문제로 이어지는 배경이다.

☞ 연임제·중임제 = 연임제는 대통령이 임기를 마친 직후 선거에서 다시 당선될 경우 연속해서 한 차례 더 재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중임제는 대통령직을 두 차례 수행할 수 있도록 하되 두 임기가 반드시 연속될 필요는 없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를 현행 5년 단임에서 4년 중임 또는 연임으로 바꿔 중간평가를 통한 책임정치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구체적인 제도 설계는 향후 국회와 국민적 논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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