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알고 보니 그린란드의 14배… 유엔 ‘지도 바로잡기’ 결의 채택
美 홀로 반대, 트럼프 행정부 ‘反워크’ 기조 연장선

세계지도에서 아프리카와 그린란드는 얼핏 비슷한 크기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 아프리카의 면적은 약 3040만㎢로 그린란드(약 220만㎢)의 14배 수준이다. 유엔이 이 같은 세계지도의 왜곡을 바로잡자는 결의안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채택했다.
유엔총회는 지난 4일 각 대륙과 국가의 상대적 크기를 실제에 가깝게 표현한 세계지도의 사용을 촉구하는 ‘지도 바로잡기(Correct the Map)’ 결의안을 찬성 164표, 반대 1표, 기권 6표로 채택했다. 토고가 유엔 아프리카그룹을 대표해 제출한 결의안으로, 미국만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현재 세계지도에 널리 쓰이는 메르카토르 도법은 1569년 네덜란드 지리학자 헤라르뒤스 메르카토르가 항해를 위해 개발한 투영법이다. 방향을 정확히 나타내기 위해 면적을 왜곡하는 방식으로, 고위도의 대륙이 실제보다 커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지도에서는 아프리카와 그린란드가 비슷한 크기로 보인다. 실제로는 미국·중국·인도·일본·멕시코와 유럽 대부분을 아프리카 안에 넣고도 땅이 남을 정도다.

로베르 뒤세 토고 외무장관은 표결에 앞서 “공정한 세계는 공정한 지도에서 시작한다”면서 “지도는 사람과 대륙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마흐무드 알리 유수프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장도 “아프리카는 실제 크기와 세계에서의 정당한 위치 그대로 표현돼야 한다”고 했다.
대안으로 제시된 것은 2018년 국제 지도학자들이 개발한 ‘이퀄 어스(Equal Earth)’ 도법이다. 대륙 간 상대적 면적을 실제에 가깝게 표현한 지도다. AU 54개 회원국은 지난 2월 이 도법을 채택했고, 관련 시민단체들은 유엔과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에도 공식 채택을 요구해왔다.
토고는 올해 말까지 학교 지리 교과서의 지도를 바꾸고, 앞으로 6개월 동안 국제기구와 지도·GPS 관련 기술 기업들을 상대로 새 지도 사용을 확산시킬 계획이다. 다만 이번 결의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메르카토르 도법의 사용을 금지하거나 이퀄 어스 도법 채택을 의무화하는 것은 아니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자국 외무부에서 메르카토르 도법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신 실제 면적을 보다 정확하게 나타내는 ‘에케르트4(Eckert IV)’ 도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바로 장관은 “왜곡된 표현을 바로잡는 것은 진실을 위한 행동”이라고 했다.
미국은 이번 결의에 반대표를 던졌다. 야리나 페렌체비치 주유엔 미국대표부 관계자는 “16세기 지도 투영법과 ‘인지적 정의’ 등을 논의하는 것은 유엔총회의 업무와 목적을 조롱하는 일”이라며 “유엔은 국제 평화와 번영 같은 실질적인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반대표를 두고 인종·성별 등에 따른 역사적 불평등을 바로잡으려는 움직임을 ‘워크(woke·깨어 있음)’로 규정하며 반대해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기조의 연장선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지난 3월 대서양 노예무역을 ‘인류에 대한 가장 중대한 범죄’로 규정한 유엔 결의에서도 123개국이 찬성한 가운데 이스라엘·아르헨티나와 함께 반대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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