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은 ‘엑셀’, 금리는 ‘브레이크’···엇박자 피하려면[뉴스분석]

김경민 기자 2026. 9. 6.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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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재정 vs. 금리 인상, 엇박자 논란
기획처 “취약층 선별지원, 미래투자” 엇박자 반박
전문가들 “재정 규모보다 어디에 쓰느냐가 중요”
양극화·사회안전망 투자 더 확대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기획예산처의 2027년도 예산안 및 2026~2030 국가재정운용계획 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크게 재정지출을 늘린 내년 예산안을 두고 금리 인상에 나선 통화당국과의 ‘엇박자’ 논란이 쟁점이 되고 있다. 재정지출 증가라는 액셀러레이터와 긴축적 통화정책이라는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모양새다.

다만 전문가들은 재정 규모로 판단하기보다 늘어난 재정이 어디에 쓰이는지를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지출보다 양극화 해소와 사회안전망 확충, 성장잠재력 제고에 재정을 집중해야 통화긴축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확장재정의 효과를 살릴 수 있다는 지적이 6일 나온다.

최근 발표된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과 한국은행의 두달 연속 금리 인상이라는 두가지 조치는 외형상으로는 분명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정부가 지난 1일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 총지출은 820조9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2.8%(93조원) 늘었다. 총지출의 규모와 증가율 모두 역대 최대로, 올해 증가폭(54조6000억원)보다 1.7배나 증가한 ‘사상 최대 재정지출’이다.

한국은행은 7월과 8월 두달 연속 이례적으로 금리를 올렸다. 지금까지 두달 연속 금리를 올린 건 세번 밖에 없다.

재정 지출 확대는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요인이 되고 금리 인상은 물가를 낮추기 위한 조치다. 시장 안팎에서 이번 확장재정이 과열된 경기를 식히기 위해 돈줄을 죄고 있는 통화정책의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재정 지출 확대로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부지출 확대가 민간소비와 고용, 서비스 가격으로 연결되면 한은은 내년까지 기준금리를 3.5%로 인상한 뒤 상당 기간 유지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정부는 엇박자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난달 28일 브리핑에서 엇박자 지적에 “민생과 취약계층을 선별적·맞춤형으로 지원해 부담을 완화하고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키는 데 더 많은 투자를 했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우선, 재정지출이 크게 늘었다는 이유만으로 통화정책과 ‘엇박자’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있다.

조세재정연구원장을 지낸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 교수는 “12%의 재정지출을 하지만, 지금은 빚을 많이 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세금을 거둬 민간이 쓸 수 있는 돈을 빨아들여 거시경제 영향이 다른 것”이라며 “분배 개선 등 지금까지 못했던 재정의 역할을 다 해야 했고,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것은 엇박자가 나더라도 할 필요가 있었다”고 짚었다.

실제로 내년 총수입은 30.4%(205조6000억원)으로 총지출 증가폭(12.8%, 93조원)의 2.2배에 달했다. 증가분의 절반만 내년 지출에 반영한 만큼 단적으로 엇박자가 크다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김현동 배재대 경제학 교수는 “모든 예산 항목이 자산가격과 물가상승과 연관된다고 보긴 어려운 만큼 금리 인상과 재정지출이 엇박자라는 것은 겉껍질만 보는 것”이라며 “재정지출을 통해 금리 인상의 부정적 효과를 완화한다는 점에서 재정지출 확대의 정당성은 있다”고 말했다.

결국 늘어난 재정이 어디에 쓰이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가와 자산가격을 자극할 가능성이 큰 분야에 예산이 집중된다면 통화긴축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지만 취약계층 지원이나 사회안전망 확충, 생산성을 높이는 투자에 쓰인다면 금리 인상으로 커지는 부담을 완충하면서 중장기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 예산안을 보면, 정부는 총지출 증가분의 절반 안팎인 46조5000억원을 ‘청년 성장단계별 지원’과 ‘K자양극화 대응’ 등 양극화 완화를 위한 사업에 쓴 만큼 양극화 해소에 집중 투자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청년·양육가정 자산형성지원 등에 투입되는 15조원과 지방 성장여건 확충 관련 16조원을 제외하면 취약계층과 양극화와 연관된 순증 규모는 14조원 안팎으로 줄어든다. 보건·복지·고용 예산 증가율(9.3%)이 전체 예산 증가율보다 낮다. 확장재정인데도 양극화 해소와 복지 확대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최근 논평에서 “복지분야는 노인 증가, 물가 연동 등 지출 자연증가분이 상당히 존재하는 영역으로, 자연증가분을 제외하면 복지가 적극적으로 확대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민간이 잘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닌 시장이 잘 못 하는 고령화·양극화 문제 대응과 복지·사회안전망·재난·환경에 많은 돈을 써야 하는 것이 재정이 할 일”이라며 “그것이 성장잠재력을 중장기적으로 확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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