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군이 국화 모양 표석 파괴'... 러 전승기념비에 日 반발

신혜정 2026. 9. 6.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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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일본을 상징하는 국화 문양을 파괴하는 모습의 전쟁 승리 기념 동상을 세우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직접 반발하고 나섰다.

다카이치 총리는 X에 "일본을 상징하는 것으로 널리 인식되는 국화 문양을 파괴하는 기념비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본어와 러시아어로 항의의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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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 시대 日 왕실 상징물로 공식 지정
전후에도 여권 등에 국가 상징물로 사용
러시아 하바롭스크에 세워진 대일전승기념비. X 캡처

러시아가 일본을 상징하는 국화 문양을 파괴하는 모습의 전쟁 승리 기념 동상을 세우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직접 반발하고 나섰다.

6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다카이치 총리는 엑스(X)에 글을 올려 3일(현지시간) 러시아 하바롭스크에서 열린 대일전승기념비 동상 제막식을 비판했다.

러시아는 이날 제2차 세계대전 대일 승전 기념일을 기념하기 위해 하바롭스크에 15m 높이의 동상을 세웠다. 동상은 소련군 병사가 국화 문양이 새겨진 사할린 국경 표석을 소총으로 파괴하는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이 동상이 러일전쟁 이후 일본이 사할린섬 남부를 점유하며 러시아와의 경계에 세웠던 실제 표석을 본떠 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X에 “일본을 상징하는 것으로 널리 인식되는 국화 문양을 파괴하는 기념비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본어와 러시아어로 항의의 글을 올렸다. 나아가 “일본 국민감정을 고려해 러시아 측에 설치 중단 또는 철거를 강하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일본 외무성 역시 동상 건립에 대해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명의로 유감 표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하바롭스크 일본 총영사관도 “국화는 일본의 국화이며, 국화의 문장은 전통적으로 천황과 황실의 상징으로 일본 여권 표지에도 그려져 있다”며 동상 철거를 요구했다.

그러나 러시아 측은 일본의 철거 요구를 일축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일본의 대일전승기념비 철거 요구에 “바람에 불지 말라고, 태양에 빛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면서 “우리 역사는 사실에 기반하며 우리의 기억은 기념물에 보존돼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일본이 역사를 경시하고 있다면서 이를 “질병”이라고 비난했다.


국화 문양, 일본 제국주의 시절 무기에 사용

오래전부터 일본 왕실에서 사용돼 온 국화 문양은 메이지 시대 일왕과 왕실의 상징으로 공식 지정됐다. 이것이 일본 국가 문장처럼 사용돼, 제국주의 시절 전함이나 무기 등에도 이 문양을 새겼다. 일본은 패전 후에도 이를 일본 정부의 상징으로 사용해 왔다.

전승절 기념 동상을 둘러싼 이번 논란은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쿠릴 열도(일본명 북방영토) 중 한 섬을 방문하자 일본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양국 간 긴장감이 고조되는 와중에 발생했다. 지난 2일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차 키르기스스탄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은 일본과의 관계에 대해 "현재 관계 악화는 모두 일본의 책임"이라 말했고 일본 정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즉각 반발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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