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 오는 8일 사후조정 돌입…추석 전 타결 이룰까
[대한경제=김호윤 기자]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놓고 8개월 넘게 평행선을 달려온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회사 상생노동조합이 다음 주 인천지방노동위원회의 ‘사후조정’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창사 이래 첫 전면 파업까지 겪은 양측이 외부 중재를 통해 극적인 타결점을 찾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노조는 지난달 27일 열린 27차 단체교섭에서 오는 8일 오후 2시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서 사후조정을 진행하기로 일정을 확정했다.

노사는 당초 노동위원회 조정위원 전원의 일정을 맞춰야 하는 정식 사후조정이 9월 중순께로 밀릴 것으로 보고, 그 이전에 지방노동위원회 소속 조정위원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가 함께 참여하는 간이 형식의 대화를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인천지방노동위원회가 정식 일정 자체를 앞당기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노사도 이에 동의하면서 8일로 날짜가 최종 확정됐다.
노조 측은 지난달 31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과 사측 간 미팅이 진행됐으며, 이 자리에서 인천지방노동위원회가 사후조정 일정을 앞당길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데 협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노조는 사후조정이 개시되면 사측도 새로운 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힌 만큼 교섭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9월 8일 일정이 아직 확정 단계는 아니다. 노조 측에 따르면 이는 ‘가일정’으로, 세부 조정위원 일정이 마무리되는 대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사후조정은 노동쟁의 조정이 정식으로 종료된 뒤에도 분쟁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노사 합의를 전제로 노동위원회가 다시 조정 절차에 나서는 제도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61조의2에 근거를 두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가 사후조정에 첫 합의한 것은 지난달 11일 25차 단체교섭 자리에서다. 당시 사측이 먼저 사후조정을 적극적으로 제안했고 노조가 이를 수용하면서 물꼬가 트였다. 이후 노사 대표는 사후조정 요청서에 서명해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제출했다.
업계에서는 교섭 장기화로 인한 생산 차질 등 회사의 누적 손실액이 약 1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자 사측이 외부 중재를 통한 해결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사후조정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노사 간 장기 갈등의 연장선에 있다. 임단협 교섭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노조는 올해 4월 부분 파업에 돌입했고, 5월에는 5월 1일부터 5일까지 전면 파업을 단행했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창사 이래 초유의 사태로 기록됐다. 이후에도 노조는 연장근로와 휴일근무를 거부하는 준법 투쟁을 이어가며 사측을 압박해왔다.
핵심 쟁점은 임금 인상 폭이다. 노조는 기본급 14.3% 인상과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OPI)으로 배분하는 방안, 1인당 3000만원의 타결금을 요구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 측은 경쟁사 대비 계약연봉이 15%가량 낮다는 점을 근거로 인상 폭 확대를 요구해왔으며, 사측 역시 임금 경쟁력에서 우위를 가져야 한다는 원칙 자체에는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임금 경쟁력을 고정급 기준으로 볼지, 성과급·격려금·복리후생을 포함한 총보상 기준으로 볼지를 두고는 여전히 시각차가 남아 있다.
사측은 지난달 27일 27차 교섭에서 제시안은 타결을 전제로 쟁점을 한 번에 묶어 제시하겠다는 방침을 처음 밝히면서, 경쟁사인 셀트리온의 추가 임금 인상 등 최근 달라진 업계 상황을 반영한 수정안을 사후조정 과정에서 다루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편 노조의 요구안을 두고는 주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설립 이후 단 한 차례도 배당을 하지 않은 데다 향후 3년간 무배당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노조 요구 수준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추석 연휴 전 타결을 목표로 다음 주 안에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지기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상태다. 사후조정에서 사측이 셀트리온의 임금 인상 등 변화된 여건을 반영한 수정안을 어느 수준으로 제시하느냐가 협상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앞서 셀트리온이 지난 7월 전 직원 연봉 인상률을 일괄적으로 5% 올리고 고정 인센티브를 연 200만원 늘리는 추가 처우 개선안을 내놓은 것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의 협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조는 이를 교섭 과정에서 거론하며 사측의 기존 제시안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이번 사후조정이 단순히 노동위원회의 중재 절차에 그칠지, 실질적인 타결 협상으로 이어질지를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양측이 임금 인상률에서 일정 부분 간극을 좁히고 일시금·성과급·복리후생 등을 패키지로 조정할 경우 협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면서“하지만 임금 수준 외에도 성과급 산정 기준과 인사제도 개선, 노조의 경영 참여 범위 등 구조적인 쟁점이 남아 있어 최종 합의까지는 추가 협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호윤 기자 khy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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