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루지 영감은 정말로 자기만 아는 욕심쟁이 부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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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 속 주인공 스크루지 영감은 자기만 아는 욕심쟁이 부자의 대명사다. 길거리에서 지나치는 사람들에게도 항상 인색해 누구도 스크루지 영감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기준자기 가족을 넘어 타인에게도 잘해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자기가 아는 사람, 자기가 아는 사람과 관계있는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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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가만히 보면 스크루지가 정말 다른 사람을 전혀 챙기지 않은 이기적인 인물이었을까. 스크루지는 아내와 자식이 없었다. 스크루지에게 아내와 자식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스크루지는 혼자만 알고 아내와 자식들에게 냉담하며 인색했을까. 자기 가족에게만 잘하고 타인에게 무관심한 사람이 많다. 스크루지에게 아내와 자식이 있었다면 그래도 자기 가족은 잘 챙기는 평범한 사람이지 않았을까. 만약 그렇다면 스크루지를 이기적인 부자라고 비난하는 건 너무 과도한 게 아닐까 싶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기준
자기 가족을 넘어 타인에게도 잘해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때 타인의 범위는 어디까지여야 할까. 19세기 프랑스 문호 알렉상드르 뒤마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몬테크리스토 백작'에는 몬테크리스토 백작과 산적 루이지 밤파의 에피소드가 나온다.밤파는 로마 근방에서 활동하는 유명한 산적이다. 산길을 지나가는 사람을 납치하고, 많은 금액을 몸값으로 내야만 풀어주는 식으로 산적 활동을 했다. 그러다가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납치하려 했지만, 오히려 몬테크리스토 백작에게 사로잡히고 만다. 보통 이렇게 산적을 잡으면 경찰에 넘기거나 할 텐데,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밤파를 그대로 풀어준다. 이 말을 들은 한 사람은 몬테크리스토 백작에게 이렇게 물었다.
"다시는 그런 짓(사람을 납치하고 돈을 강탈하는 짓)을 하지 말라는 것을 조건으로 했겠지요?"
이 질문에 대한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대답은 이렇다.
"아닙니다. 단지 저 자신과 저와 관계되는 사람들에게만 손을 대지 말라는 조건을 붙였습니다. 제 이야기가 사회주의자이며 진보주의자이며 인도주의자인 당신에겐 좀 이상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아직까지 한 번도 국민의 일을 생각해본 일이 없습니다."
일반 국민을 생각해본 적 없다는 말만 들으면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굉장히 차가운 사람 같다. 그런데 소설 속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몬테크리스토 백작, 본명 에드몽 당테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17년간 감옥살이를 했다. 목숨을 건 탈옥에 성공했고, 감옥에서 만난 파리아 신부가 남긴 막대한 유물을 찾아 거부가 된다. 이후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이 막대한 재산을 바탕으로 정말로 많은 사람을 돕는다.
감옥에 가 있는 동안 자기 아버지를 도운 사람을 갑부로 만들어주는 등 자신에게 은혜를 베푼 사람에게 10배 이상으로 보답하고, 또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는 목소리를 한 번도 외면하지 않은 채 도와준다. 길을 잃었을 때 길을 가르쳐주는 단순한 도움에도 큰 보답을 하는 등 주변에 많은 인정을 베풀었으며, 그래서 모든 사람이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좋아하고 존경했다. 자기에게 누명을 씌워 감옥에 가게 한 원수들에게는 철저히 복수를 했지만,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항상 주변 사람을 신경 쓰고 돕는 좋은 행동을 했다.
그런데 이런 도움에는 분명한 기준이 있었다. 자기가 아는 사람, 자기가 아는 사람과 관계있는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도왔다. 하지만 자기와 관계가 없는 사람에게는 철저히 무관심했다.
‘나의 아저씨'가 아내에게 비난받은 이유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자신이 아는 사람들만 고려했다. 자신이 아는 사람뿐 아니라 모르는 사람까지 고려해야 훌륭한 인물 같다. 하지만 자신과 직접 관계가 없는 사람을 고려한다고 해도 그 안에는 많은 레벨이 있다. 같은 지역 출신을 고려하는 레벨, 같은 나라 사람을 고려하는 레벨, 다른 나라 사람까지 고려하는 레벨 등 여러 수준이 존재한다. 이 기준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사람 사이 갈등의 원인, 사회 분쟁의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이 고려의 범위가 다르다는 점이다. 스크루지는 자기 가족만 챙기는 사람이었을 수 있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자기가 아는 사람만 챙겼다. 사회 정의를 말하는 많은 사람은 자기가 알지 못하는 타인까지 챙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렇게 챙기는 범위가 넓은 사람이 더 좋고 훌륭한 인물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아이유, 이선균 주연의 명품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박동훈(이선균 분)은 아내 강윤희(이지아 분)와 심각한 갈등 관계다. 이 갈등의 주요 원인은 각자가 생각하는 가족의 범위였다. 아내 강윤희가 생각하는 가족은 남편과 아내, 그리고 자식 등 3명이다. 하지만 남편 박동훈이 생각하는 가족은 어머니, 형, 동생, 형수까지 포함한다. 나아가 어려서부터 같이 어울리며 살아온 동네 친구들도 소중한 가족이다.
박동훈이 아내, 자식, 어머니, 형, 동생, 형수, 동네 친구들에게 모두 똑같이 잘한다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형, 동생, 동네 친구들을 잘 챙기면 그만큼 아내와 자식에게 들이는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형제, 친구들한테는 참 좋은 형이자 친구인데, 아내에게는 가정에 소홀한 무심한 남편이 된다. 다른 친구들에게 잘하느라 여자 친구에게 소홀한 남자는 최소한 여자 사이에서는 좋은 남자로 평가받지 못한다. 챙기는 범위가 넓다고 해서 모두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알지 못하는 더 넓은 범위의 사람을 챙겨야 한다고 해도, 거기에도 범위 차이가 있다. 지자체에서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을 돕기 위해 돈을 풀어 지원한다고 할 때 그건 어디까지나 해당 지자체 내에 있는 이들만을 대상으로 한다. 모르는 사람을 돕기는 하는데, 자기 지자체에 살아야 한다. 가난한 사람을 돕자고 호소하는 지자체장은 많지만, 다른 지역에 사는 가난한 사람을 돕고 지원하려는 지자체장은 본 적이 없다.
시민단체에서 어려운 사람을 돕자고 할 때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많은 지원책을 호소하는데, 대부분 한국 사람만을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정말로 가난하고 살기 어려운 사람은 한국이 아니라 아프리카에 많다. 정말로 어려운 사람을 도우려면 아프리카에서 끼니를 잇지 못하는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 하지만 한국인 말고 아프리카 가난한 사람을 돕자고 하는 이는 적다. 한국의 복지 예산을 어느 정도 먹고사는 한국의 가난한 사람이 아니라, 훨씬 더 가난한 아프리카 사람을 위해 사용하자고 하면 많은 복지단체가 결사반대할 것이다. 이들이 생각하는 '다른 사람 돕기'는 어디까지나 한국인이 대상이다. 한국인보다 세계의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하면 오히려 비난받을 테다.
스크루지는 기회가 없었던 게 아닐까
사람은 각자 자신의 주변에서 어느 정도까지 도와야 하는지에 대한 범위가 다르다. 나 자신, 남편·아내·자식의 핵가족, 부모·형제를 포함하는 대가족, 친한 친구, 아는 사람, 같은 지역에 사는 모르는 사람, 같은 나라에 사는 모르는 사람, 세계 모두 등 생각하는 범위가 다르다. 나 자신만을 생각하면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비난할 수 있다. 하지만 가족을 위해 자기를 희생한 사람을 이기적이라고 욕하기는 어렵다.스크루지가 도와야 할 대상을 가족으로만 한정하는 사람이었다면 아내와 자식이 없었기에 도울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이기적이고 욕심쟁이 부자라고 비판받은 것이다. 스크루지는 유령들과 3차례 여행을 한 후 그 범위를 같은 지역의 아는 사람들로 확대했고, 전과 달리 칭송받는 부자가 된다. 결국 문제는 누구까지를 도와야 할 사람으로 볼 것이냐다. 이건 개인의 판단이고, 각자가 다르다. 단순히 부자가 누군가를 돕지 않는다며 인색하다고 비난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최성락 박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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