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의 핫스팟] 불꽃축제 ‘명당 장사’ 40만원···"돗자리도 모자라 아파트까지 빌려주네"

김현우 기자 2026. 9. 6.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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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축제 명당 40만원 렌트
공동공간 무단침입 이웃 피해
식별 불가 외부인 방범망 마비
수익은 사유화 위험은 공동화
"중간만 가자."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이런 처세술을 조기 이수한 우리는 영혼 없는 끄덕임과 '모르는 척'으로 무장한 생존의 고수들이다. 퇴근길 소주 한 잔에 "오늘도 버텼다"며 스스로를 마취하고, "받은 만큼만 일한다"며 핏대 세우는 걸 훈장처럼 여긴다. 그런데 이상하다. 성공했다는 이들의 삶은 왜 우리와 이토록 딴판일까. 어쩌면 우린 그저 거대한 '펜듈럼(Pendulum)'의 진동판 위에서 시키는 대로 춤추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중요하지 않은 일에 공력을 낭비하며 '잉여 포텐셜'을 공급하는 건전지 신세로 말이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도덕 교과서 대신, 왜 이 지겨운 장면이 무한 반복되는지 그 메커니즘이 궁금했다. 내게 그 프리즘을 빌려준 바딤 젤란드에게 감사를 전한다. 그의 '트랜서핑' 이론을 메스 삼아 한국 사회를 날카롭게 해부하는 [김현우의 핫스팟]을 시작한다.
5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2026 서울세계불꽃축제'에서 화려한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안전 인력 6800명을 투입하고 여의나루역 무정차 통과까지 준비할 만큼 거대한 인파가 서울세계불꽃축제를 보러 여의도 한강공원에 몰려들었다. 하늘에 쏘아 올린 화약은 수십만명이 동시에 볼 수 있을 만큼 흔했지만, '방해 없이 편하게 볼 수 있는 1평의 좌표'는 지독하게 희소했다.

여기서 <트랜서핑(Transurfing)>의 '펜듈럼' 개념을 빌려오면 흥미로운 현상이 읽힌다. 집단적 관심이 하나의 방향으로 쏠릴 때 평소엔 아무 가치도 없던 것들의 운명이 요동치는 '주파수 파동'이다.

"엄청난 이벤트를 놓쳐선 안 된다"는 대중의 욕망이 첫 번째 파동이다. 두 번째는 "좋은 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희소성이었다. 세 번째 파동에 이르자 희소성이 마침내 가격표를 달았다.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파동이 적나라하게 박제됐다. '불꽃놀이뷰 숙소 1박'은 40만원에 올라왔고 원효대교 밑 먼저 깔아둔 돗자리 자리는 11만원에 거래됐다. 아파트 주차장 한 칸을 밤 11시까지 빌려주고 2만3000원을 받는 사람도 등장했다. 사람들은 '특정 공간에 대한 일시적인 배타적 접근권'을 돈을 주고 샀다. 불꽃놀이 몇 시간을 위해서 말이다.

문제는 돈 냄새를 맡은 파동이 주거지역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는 네 번째 단계에서 터진다. 돈을 받을 수 있다면 어디까지 팔 것인가. 돗자리에서 시작된 거래는 주차장·창가·거실로 번졌다. 종국에는 '내가 사는 곳으로 낯선 이를 끌어들일 권리'까지 상품화된 것이다.

수익은 사유화 위험은 공유화

내 집 거실에서 남에게 불꽃 좀 보여주고 용돈 벌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항변할 수 있다. 1박을 제공해 현행 공중위생관리법상 불법 숙박업(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의 경계를 넘나드는 무리수만 두지 않는다면 말이다.

아파트 현관문 안쪽의 거실은 개인의 전유부분이다. 그런데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공동현관·엘리베이터·복도·주차장은 이웃과 공유하는 공용부분이다. 특정 주민 한명이 돈을 받고 외부인에게 공동 공간의 출입권을 자기 좌석처럼 팔아넘길 권리는 없다.

판매자는 40만원을 챙겨 문을 닫으면 그만이지만, 외부인을 맞이하며 발생하는 소음·쓰레기·보안 위협은 같은 건물 주민 전체가 나눠서 짊어져야 한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외부효과'다. 수익은 철저히 개인화되고 위험은 교활하게 공동화된다.

무엇보다 섬뜩한 것은 범죄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보안 구조의 붕괴'다. 평상시 공동주택의 보안은 "이 건물에 들어오는 사람은 주민이거나 주민이 아는 사람"이라는 전제 위에 서 있다. "저 사람은 1203호 아저씨" "저분은 늘 오시는 택배기사님"이라는 식별 능력이 아파트의 보이지 않는 방범망이다.

그러나 축제 단 하루 수십명의 외부인이 "불꽃 보러 온 몇 동 몇 호 손님"이라는 프리패스를 쥐고 건물로 쏟아져 들어오면 방범망은 마비된다. 범죄학의 고전인 <일상활동이론(Routine Activity Theory)>에 따르면 범죄는 범행 의사가 있는 자·적절한 표적·유능한 감시자의 부재가 맞물릴 때 발생한다. 낯선 사람으로 북적이는 익명성의 바닷속에서는 침입자가 공동현관을 따라 들어오거나 택배 더미를 뒤져도 경계 신호가 울리지 않는다.

올해의 거래가 달콤한 수익으로 입증되는 순간 내년 축제 때는 더 많은 주민이 이 기형적인 시장에 뛰어들 것이다. 하나의 예외적 일탈이 시장의 룰로 굳어지면 불꽃축제의 최고 명당자리를 두고 가장 먼저 허물어지는 것은 우리 가족을 지키던 주거 공간의 안전선이다.

불꽃은 한 시간 뒤 밤하늘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러나 몇십만원에 홀려 낯선 이에게 기꺼이 내어준 우리 아파트의 주소와 공동현관 비밀번호·뚫려버린 일상의 경계는 사라지지 않는다.

☞외부효과= 어떤 경제 주체의 행위가 제3자에게 의도치 않은 혜택이나 손해를 주면서도 그에 대한 보상이나 대가 지불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상을 뜻한다. 수익은 개인이 챙기고 비용이나 위험은 사회나 이웃이 부담하는 것이 부정적 외부효과의 대표적 사례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또는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