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과징금, 법원서 뒤집혀도…규제 탓 '골든타임' 놓치는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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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강력한 규제 권한을 가진 기관이 '일단 때리고 보자' 식의 엄벌주의 처분을 남발하고 있다.
수백억원 과징금이 법원에서 뒤집혀도 결론까지 3~6년이 걸린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5월 처분을 전부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지만 공정위가 상고해 대법원에 3년 6개월째 걸려 있다.
구글·애플 인앱결제 강제에 대한 680억원 과징금은 2023년 10월 시정조치안이 나온 뒤 2년 10개월째 의결이 나지 않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지난달에야 다시 심의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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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강력한 규제 권한을 가진 기관이 '일단 때리고 보자' 식의 엄벌주의 처분을 남발하고 있다. 과도한 표적 수사 등을 이유로 검찰 수사권을 없앤 정부와 정치권의 행보와 결이 다르다. 규제 기관의 무리한 조사와 징벌적 제재는 매년 행정소송과 조세불복으로 이어져 정부가 패소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법적 다툼을 거쳐 무혐의, 취소 판결이 나면 막대한 과징금과 세금이 환급되고 이에 따른 가산금까지 국고에서 빠져 나간다. 제재 처분을 받은 기업은 경영 불확실성과 브랜드 가치 실추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아무런 승자가 없는 무책임 '엄벌 행정'의 문제점과 개선책을 짚어본다.

"플랫폼은 월 단위로 바뀌는데 몇 년 전 규제의 영향이 여전하다. 새 서비스를 내놓을 때 혁신보다 규제 리스크를 먼저 따지는 분위기다."
한 IT기업 임원의 말이다. 플랫폼·AI 시장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엄벌 기조가 만연하다. 수백억원 과징금이 법원에서 뒤집혀도 결론까지 3~6년이 걸린다. 그 사이 투자와 신사업은 멈춘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6일 IT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5월부터 국내외 AI 개발사 29곳과 AI 탑재 제품 제공사 17곳을 상대로 'AI 서비스 시장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다. 7월부터는 소비자 조사도 시작했다. 여기에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과징금 상한을 매출액의 6%에서 20%로, 담합은 20%에서 30%로 올리는 고시 개정을 마쳤다.
공정위와 다툰 IT기업들은 이기든 지든 시간을 잃는다. 네이버(NAVER)는 2020년 10월 쇼핑 검색에서 자사 스마트스토어 상품을 우대했다며 과징금 267억원을 받았다. 서울고법은 공정위 손을 들었지만 대법원은 5년 만인 지난해 10월 알고리즘 조정을 정상적인 영업활동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라 처분 5년 10개월째 결론이 없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3년 2월 가맹택시에 콜을 몰아줬다며 과징금 271억원을 받았다. 그해 영업이익의 70%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5월 처분을 전부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지만 공정위가 상고해 대법원에 3년 6개월째 걸려 있다. 넥슨은 2024년 1월 메이플스토리 확률형 아이템 문제로 116억원을 부과받았다. 확률 공개 의무가 생기기 전 운영을 지금 기준으로 판단한 것 아니냐는 소급 논란이 붙었고, 서울고법 선고는 지난해 12월부터 네 차례 미뤄져 오는 10월 28일로 기일이 다시 잡혔다. 처분 2년 9개월 만에야 첫 판결이 나오는 셈이다.
카카오는 멜론 중도해지 안내 문제로 2024년 1월 과징금 9800만원을 받았다가 지난 6월 파기환송심에서 취소됐다. 2년 5개월이 걸렸다. 구글·애플 인앱결제 강제에 대한 680억원 과징금은 2023년 10월 시정조치안이 나온 뒤 2년 10개월째 의결이 나지 않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지난달에야 다시 심의를 시작했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올해 1~7월 기업에 돌려준 과징금은 1065억원으로 지난해 1년치(698억원)를 넘었다. 법원이 제동을 걸어 징수를 미룬 금액은 4530억원으로 지난해(1876억원)의 2.4배다. 같은 기간 부과액은 1조3527억원으로 지난해의 4배다.
IT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과징금과 장기 조사·소송으로 신규 사업 투자와 글로벌 진출 전략에 상당한 부담이 발생했다"며 "조사가 이어진 기간 기술 고도화가 정체됐고, 미래 AI 경쟁력을 키울 시간을 흘려보냈다"고 했다.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규제 기준과 경계선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사후 제재 강도만 계속 커진다는 게 문제"라며 "괜히 공개적으로 반발했다가 조사 강도만 높아지는 것 아니냐"고 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해외 빅테크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내 플랫폼 기업들만 과도한 규제 부담을 안게 되면 오히려 글로벌 기업들의 국내 영향력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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