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 93조·기금 104조 다 늘렸다…확장재정 이자만 35조 '눈덩이'

이강 기자 2026. 9. 6.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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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황으로 세수가 늘어나자 정부는 내년 총지출을 93조 원 확대하는 동시에 미래대응기금에도 104조 4000억 원을 여유자금으로 쌓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반회계에서 적자국채 100조 1000억 원을 발행하고 국가채무는 106조 원 늘어난다.

이어 "반대로 모두 국가채무를 줄이는 데 썼다면 내년 국고채 발행 총물량이 100조 원대로 내려가게 된다"며 "국채시장이 건전해지는 게 아니라 시장 자체가 형성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금의 사용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국채 이자는 발행과 함께 발생하는 만큼, 국가채무비율 하락만으로 재정 부담이 줄었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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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순증 13조 줄어도 지출 93조↑…한은 긴축과 엇박자
채무비율 3.3%p 하락은 명목 GDP 효과…실제 빚 106조 늘어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지난달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7년도 얘산안 상세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9.1 ⓒ 뉴스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반도체 호황으로 세수가 늘어나자 정부는 내년 총지출을 93조 원 확대하는 동시에 미래대응기금에도 104조 4000억 원을 여유자금으로 쌓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반회계에서 적자국채 100조 1000억 원을 발행하고 국가채무는 106조 원 늘어난다.

빚보다 더 문제는 이자다. 차환 물량까지 20조 2000억 원 늘면서 내년 국고채 이자비용은 35조 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최근 글로벌 금리도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국채 조달비용은 추가로 더 늘어날 수 있다.

경기 확장기에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한국은행의 통화긴축과 부딪혀 국채금리를 밀어 올리고, 오른 금리로 차환하며 이자 지출이 다시 늘어나는 악순환이 국가채무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고채 223조·기금 162조 동시 편성…정부 "균형점 찾았다"

6일 '2027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국고채를 올해보다 2조 9000억 원 줄어든 222조 8000억 원 발행한다.

국가채무를 새로 늘리는 순증 발행은 109조 4000억 원에서 96조 3000억 원으로 13조 1000억 원 감소한다. 반면 만기상환용 발행은 20조 2000억 원 늘어난 110조 7000억 원이다.

정부는 동시에 162조 3000억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편성했다. 이 가운데 45조 4000억 원은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 사업에 쓰고 12조 5000억 원은 신규 국채 발행 감축에 활용한다. 나머지 104조 4000억 원은 세수 결손이나 새로운 정책 수요에 대비해 적립한다.

정부는 추가 세수를 국가채무 감축에 더 활용하지 않은 이유로 국채시장 안정성을 들었다.

박창환 기획처 예산총괄심의관은 "104조 4000억 원을 일반회계로 가져갔다면 내년 지출 증가율이 27%를 넘고, 중기적인 총량 관리에 엄청난 후폭풍이 오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모두 국가채무를 줄이는 데 썼다면 내년 국고채 발행 총물량이 100조 원대로 내려가게 된다"며 "국채시장이 건전해지는 게 아니라 시장 자체가 형성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지출 확대와 국가채무 감축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았다는 입장이다.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9%에서 0.1%로, 국가채무비율은 51.6%에서 48.3%로 낮아진다고 강조한다.

채무비율은 낮아져도 빚 106조↑…기금 적립과 엇갈린 건전성

정부는 국가채무비율 개선을 내세웠지만, 실제 재정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획처에 따르면 내년 국가채무비율은 51.6%에서 48.3%로 낮아진다. 그러나 국가채무는 1413조 8000억 원에서 1519조 8000억 원으로 106조 원 증가한다. 빚을 줄인 것이 아니라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국가채무보다 빠르게 늘면서 비율이 낮아진 결과다.

부채와 금융자산도 함께 늘어난다. 일반회계에서는 적자국채 100조 1000억 원을 발행하는 동시에 미래대응기금에는 104조 4000억 원을 여유자금으로 적립한다. 두 재원이 회계상 직접 연결되지는 않지만 정부 전체로 보면 비슷한 규모의 빚과 금융자산을 동시에 보유하는 구조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마이너스통장에서 돈을 미리 빼놓고 이자를 내면서 필요할 때 쓰려고 기다리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구조가 가능한 것은 기금 적립액을 최근 10년간의 내국세 추세선을 웃도는 세수로 산정하면서 해당 연도의 정부지출이나 재정수지는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출을 고려하지 않으므로 재정수지가 적자여도 추가 세수가 쌓이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반회계 적자를 메우려고 국채를 발행하더라도 내국세가 추세선만 웃돌면 기금에는 별도로 돈이 쌓인다. 기금의 사용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국채 이자는 발행과 함께 발생하는 만큼, 국가채무비율 하락만으로 재정 부담이 줄었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지출 확대는 금리 상승 압력…글로벌 국채금리도 고공행진

여기에 지출 확대가 몰고 올 금리 부담까지 고려하면 우려는 더 커진다. 시장에서는 국채 순증 발행 감소에 따른 수급 개선보다 대규모 재정지출이 성장과 물가, 국채금리에 미칠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총지출은 올해 본예산보다 93조 원, 12.8% 늘어난 820조 9000억 원이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경기 확장 국면에서 세수를 재원으로 지출을 확대하는 것은 전형적인 경기순응적 재정정책"이라며 "승수가 낮더라도 방향은 경기 과열과 물가 압력을 자극하는 쪽"이라고 평가했다.

경기가 확장하는 상황에서 돈을 더 풀면 수요와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기준금리를 3%로 올려 물가를 억제하려는 한은의 통화정책과 엇갈린다. 물가 압력이 지속되면 기준금리와 국고채 금리도 높은 수준에 머물 수 있다.

국고채 금리는 정부가 새로 발행하거나 차환하는 국채의 이자율을 결정하는 기준이다. 금리가 오르면 정부의 이자 지출이 늘고, 이를 세입으로 충당하지 못할 경우 다시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부담이 커진다.

문제는 13조 1000억 원 규모의 국채 순증 발행 감소 효과보다 93조 원의 지출 확대가 성장과 물가를 자극해 금리를 밀어 올리는 압력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국채금리 급등도 부담이다. 최근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고 10년물도 4.8%에 도달해 2023년 이후 고점을 넘어섰다. 미국 국채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국내 국고채 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는다.

김찬희·고다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리 상승에 더해 내년도 예산안도 국내 국고채 금리를 밀어 올리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기금 재원 중 45조 원은 사업비로 쓰이는 반면 신규 국채 발행 감축은 12조 5000억 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내년에는 과거 저금리로 발행한 국채 가운데 110조 7000억 원어치의 만기가 돌아온다. 이를 현재의 높은 금리로 차환할수록 정부의 이자 부담도 커진다.

국고채 이자상환 예산은 올해 29조 2000억 원에서 내년 35조 원으로 5조 8000억 원, 약 20% 증가한다. 하루 평균 약 959억 원이다. 금리 상승으로 이자 지출이 더 늘면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추가 국채 발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thisriv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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