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곧 끝난다” 믿고 가스 구매 미룬 유럽… 겨울 다가오는데 비축량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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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일찍 끝날 것으로 예상해 겨울용 천연가스 구매를 미뤘던 유럽의 계산이 빗나갔다. 전쟁 조기 종식과 가격 하락을 염두에 두고 가스 구매를 늦춘 선택이 겨울을 앞둔 유럽의 에너지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쟁 조기 종식과 가격 하락을 기대해 겨울용 가스 구매를 미뤘던 유럽으로서는 당장의 가스 부족보다 뒤늦게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저장고를 채워야 하는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향후 중동 지역의 LNG 공급 정상화 시점과 겨울철 기온이 유럽 가스 가격의 향방을 좌우할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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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종식·가격 하락 기대해 겨울용 천연가스 구매 미룬 탓
중동發 공급 차질은 현재진행형… 가스값 두 달 새 75%↑
독일·네덜란드 등 비축 목표 달성도 ‘빨간불’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일찍 끝날 것으로 예상해 겨울용 천연가스 구매를 미뤘던 유럽의 계산이 빗나갔다. 전쟁이 끝나면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이 정상화되면서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기대했지만 전쟁은 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전쟁 조기 종식과 가격 하락을 염두에 두고 가스 구매를 늦춘 선택이 겨울을 앞둔 유럽의 에너지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현재 유럽연합(EU)의 천연가스 저장시설은 65.6%가량 채워져 있다. 15년 전 유럽가스인프라(GIE)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같은 시기 기준 최저 기록이다. 통상적으로 유럽은 겨울철 가스 소비량의 약 3분의 1을 저장시설에 비축한 가스로 충당한다.
유럽이 겨울을 앞두고 가스 저장률에 민감한 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겪은 에너지 위기 때문이다. EU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러시아산 가스 공급 차질로 에너지 위기가 발생하자, 같은 해 6월 가스 비축 규정을 도입했다. 첫해인 2022년엔 11월 1일까지 저장시설의 80%를 채우도록 했고, 2023년부터는 목표치를 90%로 높였다.
◇ 전쟁 끝나면 가격 내려갈 줄 알고 가스 구매 미룬 유럽
하지만 올봄 EU 집행위원회는 가스 가격이 급등하자 회원국들이 구매 시기를 조정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의 유연성 조항을 활용해 비축 목표를 80%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미국과 이란이 합의에 가까워졌다고 여러 차례 밝히면서, 유럽에서는 전쟁이 끝나면 LNG 공급이 회복되고 가격도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전쟁은 길어졌고,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등 상선에 대한 공격도 계속되는 상황이다. 선박추적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원유 수송선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고 있지만, LNG 운반선 중 해협을 빠져나온 선박은 소수에 그쳤다. 카타르 라스라판 LNG 시설의 생산라인 14개 중 가동 중인 곳도 6개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중동 지역의 LNG 공급 차질이 계속되면서 가스 가격도 급등했다. FT에 따르면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최근 두 달 동안 75% 넘게 올라 이번 주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여름철부터 상승세였던 가스 가격은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유럽 에너지 기업들은 저장고에 가스를 채우는 데 드는 부담도 커졌다.
문제는 겨울을 앞두고 가스를 비축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저장시설에는 일정 기간 주입할 수 있는 가스의 양에 물리적인 한계가 있어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더라도 단기간에 저장률을 끌어올리기 어렵다. 유럽 에너지기업 MET그룹의 후이베르트 비게베노 최고경영자(CEO)는 FT에 “현실적으로 중요한 건 얼마나 많은 가스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가스를 저장시설에 주입할 수 있느냐”는 취지로 말했다. 독일과 네덜란드의 가스 저장업계도 각각 70%와 80%인 국가 가스 비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 뒤늦게 가스 확보 나선 유럽… 아시아와도 LNG 경쟁
이런 상황에서 유럽 기업들이 뒤늦게 겨울철 가스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국제 LNG 시장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WSJ에 따르면 유럽 구매자들은 제한된 물량 확보를 위해 유럽 기업끼리는 물론 아시아 구매자들과도 경쟁하는 중이다.
다만 낮은 가스 저장률이 당장 유럽의 에너지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EU 집행위원회도 당장 가스 공급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와 산업용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최근 몇 년간 유럽의 가스 소비가 17% 줄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겨울 엘니뇨 영향으로 유럽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예상보다 추운 겨울이나 중동의 LNG 공급 차질, 재생에너지 발전량 감소 등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루시 부스트 GIE 대표는 “복합적인 충격에 직면한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혹독한 겨울이 닥칠 경우 현재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하에, 네덜란드 정부가 이례적으로 국영 에너지기업 에너지베헤르네덜란드(EBN)가 올해와 내년에 가스를 비축할 수 있도록 10억유로(약 1조5700억원)를 지원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쟁 조기 종식과 가격 하락을 기대해 겨울용 가스 구매를 미뤘던 유럽으로서는 당장의 가스 부족보다 뒤늦게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저장고를 채워야 하는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향후 중동 지역의 LNG 공급 정상화 시점과 겨울철 기온이 유럽 가스 가격의 향방을 좌우할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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