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치기와 쓰레기가 넘치지만 …이탈리아를 또 찾아 가는 이유 [장주영 기자의 여책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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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완벽한 여행이란 단언코 없습니다.
여책저책은 '불편함을 밀어내지 않고 끌어안는 여행'을 전합니다.
그리고 혹시 이 책을 읽고 로마 여행을 떠났다가 여행 중독에 빠진다면 저자의 말처럼 그 책임을 책에 물어서는 안 된다.
※ '여책저책'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세상의 모든 '여행 책'을 한데 모아 소개하자는 원대한 포부를 지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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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완벽한 여행이란 단언코 없습니다. 오히려 서툴거나 불편한 여행이 많습니다. 어쩌면 그런 어려운 과정이 있기에 우리가 여행을 추억으로 남겨두는지 모릅니다.

신양란 지음·오형권 사진 ㅣ 북핀

그런데 로마는 참 뻔뻔한(?) 도시다. 일단 소매치기가 많다. 거리에 쓰레기가 나뒹굴고 벽에는 낙서가 가득하다. 교통질서는 혼잡하고 담배 연기가 불쑥 코끝을 찌르기도 한다. 노숙인과 구걸하는 사람을 마주치는 일도 적지 않다. 관광객이 몰리는 곳에서는 송곳 하나 꽂을 틈도 없을 만큼 북적댄다. 그럼에도 관광객들은 로마로 몰려든다.
신양란이 글을 쓰고 오형권이 사진을 찍은 책 ‘뻔뻔한 로마’는 바로 그 묘한 매력에서 출발한다. 제목부터 로마를 무작정 치켜세우지 않는다. 오만가지 단점을 가진 도시라고 인정하면서도 그 단점을 모조리 덮어버릴 만큼 풍성한 볼거리가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독자도 로마의 단점에 투덜거리다가 결국에는 그 도시를 걷고 싶어진다.

로마를 처음 찾는 여행자라면 콜로세움부터 떠올릴 것이다. 영화와 사진에서 수없이 봤던 거대한 원형경기장이다. 막상 현장에 도착하면 입구부터 만만치 않다. 예매한 표가 있어도 보안 검색과 입장권, 신분증 확인 등을 거쳐야 하고, 수많은 사람 사이에서 줄을 서야 한다.
콜로세움의 매력은 단순히 거대한 건축물을 보는 데 있지 않다. 저자는 이곳에서 한때 로마 시민들이 검투 경기를 비롯한 각종 오락을 즐겼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돌과 벽으로 남은 유적 뒤편에 당시 사람들의 삶을 겹쳐 보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로마의 유적은 더 이상 ‘오래된 돌덩이’가 아니다. 특히 포로 로마노에 이르면 역사적 상상력은 더욱 필요해진다. 지금의 포로 로마노에는 깨진 돌조각과 맥락 없이 놓인 주춧돌, 부서진 기둥들이 남아 있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생각보다 별것 없는데?’라는 실망을 할 수도 있다.

팔라티노 언덕에서는 로마의 출발점을 만나고 황제들의 포룸에서는 제국을 통치했던 황제들의 흔적을 살핀다. 베네치아 광장과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을 거쳐 카피톨리니 언덕에 이르면 고대 로마의 풍경은 또 다른 모습으로 이어진다.
두 번째 여정은 조금 다른 로마다. 출발점은 포폴로 광장이다. 과거 유럽 귀족 자제들이 유럽 각지를 돌며 견문을 넓혔던 ‘그랜드 투어’의 종착지였던 곳이다. 여기에서 시작해 스페인 광장과 트레비 분수, 판테온, 나보나 광장으로 걸음을 옮긴다.
책은 유명 관광지를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왜 이곳이 그 자리에 있고, 어떤 역사를 거쳐 오늘날의 모습이 됐는지 하나씩 설명한다. 그래서 독자는 관광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시간 여행자’가 된다.

그럼에도 분수 앞에 서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저자는 트레비 분수를 마주한 순간 절로 “우와!”라는 감탄사가 나왔다고 말한다. 수많은 로마의 분수들이 있지만 왜 사람들이 유독 이곳으로 몰려드는지 단번에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다. 맑은 물이 쏟아지고 물소리가 울려 퍼진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각자의 언어로 떠드는 소리마저 잠시 잊게 할 만큼 강렬하다.
이 책의 매력은 균형감에 있다. 로마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될 불편함을 애써 감추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 단점 때문에 로마를 포기하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반대다. 소매치기를 조심하고, 쓰레기를 피해 걷고, 복잡한 인파에 치이면서도 고개를 들면 그곳에 콜로세움이 있고, 발걸음을 조금 옮기면 포로 로마노가 나타난다. 골목 하나를 돌아서면 판테온이 모습을 드러내고, 또 다른 길 끝에서는 트레비 분수가 눈앞에 펼쳐진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역사책인 셈이다.
저자는 국어교사로 인생 전반전을 보낸 뒤 교단을 떠나 여행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세상을 떠돌며 알게 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독자들과 나누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말한다. 사진을 맡은 오형권 역시 낯선 세상을 만나는 설렘과 피사체 앞에서 순간을 기다리는 긴장감을 사랑하는 여행자다.

로마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이 책을 먼저 읽어도 좋다.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노, 팔라티노 언덕과 황제들의 포룸을 조금 더 깊이 바라볼 수 있다. 스페인 계단과 트레비 분수, 판테온과 나보나 광장에서도 사진 한 장 남기는 것 이상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 로마에 도착했을 때는 도시의 불편함에 너무 화내지 말자. 또 로마를 여행할 때는 조금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보자. 길이 복잡해도, 사람이 많아도, 조금 불편해도 괜찮다. 고개를 들어 눈앞의 유적을 바라보면 된다.
그 순간 알게 될 것이다. 로마가 왜 2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을 이 도시로 불러들였는지 말이다. 그리고 혹시 이 책을 읽고 로마 여행을 떠났다가 여행 중독에 빠진다면 저자의 말처럼 그 책임을 책에 물어서는 안 된다. 오로지 로마가 유죄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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