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전 기록한 ‘히말라야의 경고’…그때 그 기자에게 다시 묻다[점선면]
도재기 경향신문 선임기자 인터뷰
아무리 높은 경제성장률도 줄 수 없는, 영혼의 안식을 선물하는 히말라야. 인간의 끝없는 탐욕으로 지금 히말라야 빙하는 차가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기후변화로 달라진 네팔 히말라야의 현장을 취재한 도재기 경향신문 선임기자의 기사 <[기후변화 현장을 가다] 제3부 ①녹아내리는 히말라야 빙하>는 이 같은 문장으로 끝납니다. 기사가 출고된 날짜는 2008년 2월 11일. 지난달 26일 네팔 대홍수가 발생하기 무려 18년 전입니다. 이번 네팔 홍수의 원인으로 거론된 ‘빙하호 붕괴 홍수’(GLOF)에 대한 경고도 당시 기사에 담겨 있었습니다.

도 선임기자는 지난 1일 뉴스레터 <점선면> 기자들과 만나 “(네팔 홍수) 뉴스를 보자마자 ‘이거 GLOF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며 “당시 파탄에서 만난 히말라야 환경연구기관 국제종합산지개발센터(ICIMOD) 빙하학자는 GLOF를 기후변화의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고 말했습니다. 2007년 네팔에는 이미 GLOF 위험이 있는 빙하호가 200여개 있었다고 합니다. 이번 네팔 대홍수의 근본 원인을 GLOF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는 의견이 갈리지만, GLOF를 비롯한 빙하 재난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히말라야가 이상기후의 생채기를 드러낸 건 오래전입니다. 도 선임기자가 2007년 마주한 네팔 산사태 현장도 그중 하나입니다. 좀솜 인근 20여 가구가 모여 사는 티니 마을을 찾은 그는 “해발 3000m 넘는 산에 만년설이 쫙 펼쳐졌는데 그중 절반이 무너져 있었다. 온난화로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토양이 힘을 잃어 무너졌다고 했다”며 “절벽처럼 끊어진 산의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무섭다”고 말했습니다.
기후변화는 네팔 주민들의 삶도 바꿔놓았습니다. 도 선임기자는 “취재를 하러 간 그해 카트만두 시내에 처음으로 암벽등반 학원이 생겼다”며 “에베레스트를 8번이나 오른 셰르파(히말라야 고산 민족)조차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빙하가 녹아 그 아래 묻혀 있던 암벽이 드러나면서, 얼음과 눈을 오르던 셰르파에게 암벽등반 기술까지 필요해진 겁니다.
![경향신문 2008년 2월 11일자에 실린 <[기후변화 현장을 가다] 제3부 ①녹아내리는 히말라야 빙하> 기사는 “인간의 끝없는 탐욕으로 지금 히말라야 빙하는 차가운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문장으로 끝이 난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05/khan/20260905170114143jnjs.png)

히말라야의 물이 흘러드는 방글라데시에서도 기후변화의 흔적은 뚜렷했습니다. 방글라데시 암브라 가시아 마을에서는 논밭을 일구던 농부들이 ‘박다 칭그리’라 불리는 바닷물 새우를 기르고 있었습니다. 한 농민은 기사에서 “벵골만의 바닷물이 땅으로 스며들어 농사가 안된다. 농부가 새우를 길러야 한다니…. 황당하지만 어떡하겠느냐”고 한탄했습니다. 도 선임기자는 “방글라데시가 새우 수출국으로 유명한데 그 배경에는 기후위기라는 슬픈 사연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도 선임기자를 포함한 경향신문 국제부 기자들은 2007년 킬리만자로, 알프스, 히말라야, 파푸아뉴기니, 알래스카 등 전 세계 기후변화의 최전선으로 향했습니다. 2008년 1월부터 6개월간 총 8부작으로 소개된 이 시리즈는 이듬해 제6회 KBCSD(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언론상 신문 부문 우수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기후변화 현장을 가다’ 연재 보기 ▶https://www.khan.co.kr/series/articles/af065
그로부터 18년이 흘렀습니다. 언론이 기후변화를 수식하는 말은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앙’, ‘기후재난’으로까지 바뀌었습니다. 경고는 현실이 됐고, 상황은 더 악화했습니다.
도 선임기자는 “기후재난이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해결이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경제·산업 개발로 부국이 된 나라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데다국적 문제라는 이유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며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약속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고 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입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넘어 국제 기후체제의 근간인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도 탈퇴를 결정했습니다.
도 선임기자는 언론이 기후변화를 더 끈질기게 취재하고 적극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결국 여론을 움직이는 건 언론이다. 강대국에 약속을 지키라고 세계 언론이 한목소리로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 변화를 끌어낼 때까지 보도하고 또 보도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 인터뷰 영상으로 보기
https://www.instagram.com/p/Dc0xGNhSSo1/
▼ 관련 기사 보기
https://www.khan.co.kr/article/202608302123005
https://www.khan.co.kr/article/202609031657001
https://www.khan.co.kr/newsletter/cube/article/202608280700131/?utm_source=article&utm_medium=newsletter&utm_campaign=k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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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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