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아프리카 크기 왜곡' 메르카토르 세계지도 퇴출 결의…美는 반대표

이정환 기자 2026. 9. 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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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이 4일(현지시간) 세계지도에서 널리 쓰이는 '메르카토르 도법' 대신 실제 면적을 반영하는 지도를 사용해야 한다는 권고를 채택했다.

이날 유엔총회에서는 회원국 164개국의 찬성으로 정부·국제기구·학교·기업 등이 아프리카 대륙을 더 정확한 크기로 표기하는 '이퀄 어스'(Equal Earth) 도법을 채택하도록 촉구하는 결의안을 가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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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서 가결…아프리카 넓히고 북미·유럽 줄인 '이퀄 어스' 도입 촉구
美 "급진 이념 프로젝트…유엔 신뢰성 잃는 이유" 나홀로 반대
유엔 총회 <자료사진> 2023.10.27.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유엔이 4일(현지시간) 세계지도에서 널리 쓰이는 '메르카토르 도법' 대신 실제 면적을 반영하는 지도를 사용해야 한다는 권고를 채택했다.

이날 유엔총회에서는 회원국 164개국의 찬성으로 정부·국제기구·학교·기업 등이 아프리카 대륙을 더 정확한 크기로 표기하는 '이퀄 어스'(Equal Earth) 도법을 채택하도록 촉구하는 결의안을 가결했다.

서아프리카 토고가 아프리카연합(AU)을 대표해 발의한 이번 결의안은 한국, 일본, 프랑스 등 164개국이 찬성했다. 우크라이나, 몽골 등 6개국은 기권했으며, 미국은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표결 몇 시간 전 프랑스가 세계지도에서 메르카토르를 폐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과거 식민지였던 국가들과의 우호를 증진하려는 행보라고 프랑스 르몽드는 전했다.

반면 유엔 미국 대표는 이번 결의안이 "훨씬 더 크고 급진적인 이념적 프로젝트"의 일부라며 "유엔의 업무와 목적을 조롱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대표는 특히 결의안에 언급된 '인지적 정의' 표현을 문제 삼으며 이러한 발의들이 "유엔이 신뢰를 잃어가는 이유"라고 맹비난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리적 왜곡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지지하지만, 이퀄 어스 도법을 사용하는 일부 지도가 러시아의 점령 지역을 모호하게 표기하고 있다며 기권했다.

메르카토르 도법의 대안으로 제시된 이퀄 어스 도법 2026.09.04. (출처=이퀄 어스) ⓒ AFP=뉴스1

메르카토르 도법은 16세기 플랑드르의 지도제작자 헤라르두스 메르카토르가 항해사들의 해상 항해를 돕기 위해 처음 도입했다. 그러나 적도 부근 지역은 실제보다 대폭 작게 나타나지만, 고위도 지역은 훨씬 더 크게 보인다는 문제가 있었다.

당시 '미지의 땅'(terra incognita)이었던 아프리카는 메르카토르 지도에선 실제로는 14배나 작은 그린란드와 같은 크기로 표시되고 있다. 이에 메르카토르 도법은 '서구식 고정관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 2018년 메르카토르 도법의 왜곡을 줄이기 위해 개발된 이퀄 어스 도법은 지리적으로 아프리카 등 저위도 지역의 면적을 더 크게 표기하지만, 북아메리카와 유럽 등 고위도 지역은 축소한다.

토고는 결의안에서 메르카토르 도법이 "세계인의 집단적 상상 속에서 아프리카와 다른 세계 지역의 인식된 크기를 급격히 축소하는 데 기여했다"고 비판했다. AU는 이퀄 어스 도법 채택이 "인지적 정의이자 기억의 배상 행위"라고 평가했다.

로베르 뒤세 토고 외무장관은 "정치적 논의가 아니라 과학적 논의"라며 "공정한 지도는 세계의 지리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엔 결의안은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결의안 채택으로 메르카토르 도법 사용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육·기술·행정 분야에서 메르카토르 도법이 널리 사용되는 만큼, 교과서, 온라인 지도 등에서 점차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토고 정부는 내년 1분기 수도 로메에서 유네스코(UNESCO), AU, 구글맵 등 국제기구와 테크 기업들과 함께 결의안 이행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jw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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