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노조 암흑기’와 외주화, HL만도 잇단 산재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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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28일 경기지방고용노동청 평택지청은 에이치엘(HL)만도 평택공장에 내렸던 부분작업중지의 해제를 승인했다.
실제 김씨 사망 산재 사고 이후인 8월에만 HL만도 익산공장에서 안전사고가 두 차례나 발생했다.
금속노조 만도지부가 제공한 'HL만도 조직도'를 보면, 김현욱 최고안전총괄책임자(CSO) 산하에 안전보건계획(Safety & Health Planning)과 한국노무센터(Korea Employee Relations Center)가 있다.
HL만도 쪽은 조직개편 시기나 취지와 관련해선 "대외비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김씨 끼임 사고 이후 전사적 안전점검 진행 여부에는 "공장별로 자체 점검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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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28일 경기지방고용노동청 평택지청은 에이치엘(HL)만도 평택공장에 내렸던 부분작업중지의 해제를 승인했다. “공장의 인터로크(기계 가동 도중 문이 열리면 자동으로 멈추는 안전장치) 설치가 완료돼 현장 안전조치가 끝났다”는 판단에 따른 조처였다. 인터로크는 앞선 7월22일 이 공장에서 머시닝센터(MCT) 12호기를 보수하던 28살 하청노동자 김승모씨가 설비에 끼여 숨지게 된 원인 중 하나다.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며 한 달 넘게 김씨의 장례를 미루고 있는 김씨의 유족과 ‘만도 평택공장 청년 비정규직 고 김승모 중대재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분노했다. 현장에서는 인터로크를 끄고 작업하는 관행이 굳어져 노동청의 판단은 실질적인 안전조치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김씨 사망 산재 사고 이후인 8월에만 HL만도 익산공장에서 안전사고가 두 차례나 발생했다. 현장에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노조 무시와 외주화가 낳은 산재 사망
8월1일 HL만도 익산공장에서 노동자 ㄱ씨는 오른손 중지가 배관 연결부 사이에 끼여 개방성 골절상을 입었다. 8월26일엔 같은 공장의 조립라인에서 또 다른 노동자가 설비에 끼여 중지와 약지가 골절되는 사고가 났다. 해당 설비에는 인터로크가 없었다.
이런 사고는 HL만도에서 일상처럼 벌어졌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출받은 HL만도 산업재해조사표를 보면, 2020년부터 2026년 1분기까지 만도 사업장에서 끼임 사고는 총 21건이나 발생했다. 국외라고 다르지 않았다. 2023년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는 몰딩머신을 정비하던 노동자가 작동한 램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회사도 조처를 하긴 했다. HL만도는 김씨의 사망 사고 이후 인터로크 설치, 잠금/태그아웃(Lockout/Tagout) 긴급 시행, 유사 설비 점검을 대책으로 내걸었다. 그런데 7월30일 열린 전사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노동조합이 요구한 인터로크·전원차단 전수조사의 내용이 달라졌다. ‘작업중지' 문구가 빠졌고, 점검 인원에 대한 언급도 삭제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40년 가까이 만도에 몸담았던 퇴직자 ㄱ씨는 HL만도 노조에 10년 넘게 이어진 암흑기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2012년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을 통한 노조 파괴 공작으로 HL만도 민주노조가 무너지는 과정을 두 눈으로 지켜본 사람이다. “1998년 정리해고 파업 투쟁할 때 정몽원 회장을 고발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몇 년 동안 검찰이 사건을 쥐고 있다가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정 회장을 구속했죠. 정 회장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어요. 이것에 대한 (정 회장의) 분노가 어마어마했죠. 그러다 2007년 회사에 재입성했고, 5년도 안 돼서 노조를 무력화한 거예요. 더 큰 문제는 노조 파괴 공작 이후 기능직 신규 채용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이죠.”
HL만도는 2013년 이후 10년간 신규 채용이 되지 않아 초고령 현장이 된 지 오래다. ㄱ씨는 “정년퇴직자가 늘어나는 시점을 노린 것”이라며 “품질관리(QC)와 정비 등 간접 부서를 시작으로 외주화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을 거쳐 노조는 회사와의 교섭력을 상실했고, 업무의 외주화가 고착됐다. 그러면서 노조에는 긴 암흑기가 왔다. 실제로 2016년 평택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MCT 12호기의 구형 모델인 ‘에이치피(HP)400’에서 끼임 사고를 당한 뒤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작업자들이 설비 교체나 안전장치 보완을 요구했는데 회사 쪽은 이를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모씨 역시 HL만도 퇴직자가 운영하는 영세 정비업체 피아로딕스 소속이었고, 그가 숨진 채 발견된 설비도 2016년 사고가 났던 HP400이다.
노무관리에 곁다리로 붙은 안전보건 전담 부서
금속노조 만도지부 쪽은 ‘안전 지휘 체계’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제조업 사업장은 안전보건 전담 부서를 둬야 한다. 금속노조 만도지부가 제공한 ‘HL만도 조직도'를 보면, 김현욱 최고안전총괄책임자(CSO) 산하에 안전보건계획(Safety & Health Planning)과 한국노무센터(Korea Employee Relations Center)가 있다. 그런데 안전보건(Safety & Health)은 노무센터 하위에 편제돼 있다.
노동 전문가들은 이런 조직 구성에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유정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안전보건 부서를 노무부서 하위 조직으로 둔다는 것은 회사가 안전 문제를 본질적인 예방이나 관리 대상이 아니라 ‘노조의 안전 관련 문제 제기에 대응하는 노무관리 차원'으로 바라본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장도 “대기업 조직 중에선 이례적인 사례”라며 “CSO가 노무 조직까지 관장하게 되면 업무의 무게중심이 법적 책임을 피하거나 산재 처리 대응으로 쏠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만도 내부 사정에 밝은 한 노무사는 “김현욱 CSO는 CSO가 되기 전부터 만도에서 노조 교섭을 담당하며 실질적인 노사 관계 채널 역할을 해온 인물”이라며 “최고경영진이나 총수 일가가 중대재해 발생시 직접적인 법적 책임이나 구속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구도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만도지부의 한 관계자는 “조직개편은 2022년쯤 이뤄진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22년 1월27일 시행됐다. HL만도 쪽은 조직개편 시기나 취지와 관련해선 “대외비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김씨 끼임 사고 이후 전사적 안전점검 진행 여부에는 “공장별로 자체 점검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다만 평택·원주·익산공장의 실질적인 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CSO가 아닌 최고운영책임자(COO) 산하에 있어 전사 차원의 점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지부진한 수사, 본사 차원의 대책 나와야
9월2일 대책위는 청와대 사회수석과 면담해 HL만도에서 이어지는 산재를 논의했다.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은 “현재 노동부는 평택공장에만 한정해 압수수색과 감독을 진행하고 수사 속도 역시 더디다”며 “불법파견 문제가 중대재해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본사 차원의 압수수색과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고, 실질적인 경영 책임자인 정몽원 회장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사회수석 쪽도 “중대재해뿐 아니라 불법파견 문제도 관심 있게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공주경 기자 wnrud12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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