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보다 백악관을 보라…美 증시 흔드는 ‘40조 달러 빚’ [김학균의 시장읽기]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2026. 9. 5. 14: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8월말 세계 금융시장의 시선은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로 향했다. 세계 중앙은행 관계자들이 모이는 잭슨홀 콘퍼런스에서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연설 이후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확률은 35.6%에서 65.1%로 높아졌고, 미국 국채 금리도 상승했다.

시장이 연준 의장의 말보다 미국 정부의 씀씀이와 국채 발행을 더 걱정하기 시작했다면, 투자자 역시 시선을 옮겨야 한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준금리보다 무서운 장기금리 상승…국채시장이 보내는 ‘재정 경고음’
재정적자에 중동전쟁까지 겹쳐 국채금리 압박…글로벌 자산시장도 긴장

(시사저널=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8월말 세계 금융시장의 시선은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로 향했다. 세계 중앙은행 관계자들이 모이는 잭슨홀 콘퍼런스에서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연설 이후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확률은 35.6%에서 65.1%로 높아졌고, 미국 국채 금리도 상승했다.

9월 FOMC를 앞두고 금융시장의 관심은 다시 연준으로 쏠리고 있다. 그러나 지금 미국 금리의 향방을 결정하는 더 중요한 변수는 중앙은행이 아닐 수도 있다. 오히려 미국 정부의 재정과 부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왼쪽)이 9월1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린 2026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의 금융 불균형 관련 본회의에 앞서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

美 재정 향한 채권시장의 경고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지만, 월별 상승률은 둔화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추가 금리 인상을 무리 없이 감당할 정도로 과열돼 있는 것도 아니다. 소비 증가세는 약해지고 있고, 연초 2.5% 수준이던 올해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최근 2.1%까지 낮아졌다.

더 주목할 점은 워시 의장의 잭슨홀 연설 이전부터 미국 장기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당시만 해도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50%를 밑돌았다.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는데도 시장금리는 상승했다. 최근의 금리 상승을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통화 정책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채권시장이 걱정하는 것은 미국 정부의 재정 건전성이다. 지난 8월 미국 국가부채는 사상 처음 40조 달러를 넘어섰다. 불과 5개월 만에 1조 달러 늘어났다. 아무리 신용도가 높은 채무자라도 빚이 빠르게 늘어나면 투자자들은 국채를 보유하는 대가로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한다.

지금의 금리 상승을 더욱 위협적으로 만드는 것은 세계경제가 이미 막대한 부채를 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민간의 부실을 정부가 떠안았고, 주요국의 공공부채는 급증했다. 빚이 적은 세상에서 금리 상승은 경기 조절의 과정일 수 있지만, 빚이 너무 많아진 세상에서 높은 금리는 그 자체로 경제를 위협한다.

그렇다고 정부가 쉽게 허리띠를 졸라맬 수도 없다. 역사적으로 정부가 부채를 줄이는 방법은 긴축만이 아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119%에 달했지만 1971년에는 31%까지 떨어졌다. 미국 정부가 대대적인 긴축을 단행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니었다.

당시 미국은 성장률을 높이고, 금리는 낮게 유지하면서 일정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용인했다. 명목성장률을 금리보다 높게 유지하는 방식이었다. 경제가 연 5%의 명목성장을 하는데 정부가 부담하는 금리가 3%라면 시간이 흐를수록 경제 규모에 비해 부채의 무게는 가벼워진다. 채무자인 정부에는 유리하지만 채권자에게는 실질 구매력의 손실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이를 '금융억압(Financial Repressio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부채 관리 방식이 작동하려면 금리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은 명목성장률을 높여 부채 부담을 희석해 주지만, 너무 높아지면 채권시장의 반란을 불러온다. 투자자들이 물가 상승과 재정 악화를 걱정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기 시작하면 정부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고, 늘어난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다시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악순환이 만들어진다.

국채 금리, 단순한 숫자 아냐

최근 미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이런 위험을 보여준다. 특히 올해는 중동전쟁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졌다. 장기화하되고 있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은 두 가지 경로로 금리를 압박한다. 전쟁 수행을 위한 재정지출은 국채 공급을 늘리고,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 기대를 높인다. 하나는 국채의 공급을 통해, 다른 하나는 화폐가치에 대한 우려를 통해 장기 금리를 밀어올린다.

장기 금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연준보다 먼저 미국 재무부가 나섰다는 점은 최근 금리 상승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8월 들어 10~30년 만기 장기 국채의 바이백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재무부가 유통시장에서 장기 국채를 사들여 수급을 개선하고 금리 상승 압력을 낮추려는 조치다.

그러나 바이백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재정적자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장기 국채를 사들이는 돈은 결국 다른 국채를 발행해 마련해야 한다. 장기채를 줄이는 대신 단기채를 늘리는 식이라면 정부 전체의 빚은 감소하는 것이 아니다. 부채의 만기 구조를 바꾸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재정에 대한 시장의 근본적인 불안을 해소할 수는 없다.

국채 금리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정부가 얼마나 많은 돈을 쓰고 있는지, 그 지출이 지속 가능한지, 그리고 언젠가 그 빚을 갚을 능력이 있는지를 시장이 매일 가격으로 평가한 결과다. 재정지출 확대가 언제나 나쁜 것도 아니다. 민간이 움츠러든 불황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출하는 것은 경제의 추락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1990년대 이후 일본의 경험이 이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지금처럼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환경은 다르다. 정부의 자금 수요가 민간의 자금 수요와 경쟁하기 시작하면 재정 확대는 민간의 투자 기회를 빼앗는 구축 효과를 만들어낸다. 이때 채권 금리 상승은 시장이 정부에 보내는 경고다.

미국 국채 금리의 안정은 미국 증시는 물론 글로벌 자산시장의 상승세가 지속되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다. 2018년과 2022년의 주가 급락 뒤에는 예외 없이 금리 급등이 있었다. 특히 지금처럼 부채가 많아진 세계에서 금리 상승의 충격은 과거보다 훨씬 클 수 있다.

9월 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릴지 동결할지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한두 차례의 기준금리 조정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 정부가 재정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느냐다. 중동전쟁의 종결과 지속 가능한 부채 관리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권한은 연준에 있다. 그러나 지금 장기 금리를 흔들고 있는 더 큰 힘은 워싱턴의 다른 쪽에서 나오고 있다. 시장이 연준 의장의 말보다 미국 정부의 씀씀이와 국채 발행을 더 걱정하기 시작했다면, 투자자 역시 시선을 옮겨야 한다. 지금은 중앙은행의 시간이 아니라 미국 정부의 시간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