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도 못 버티겠는데요”···명상할 때 굳이 가부좌를 하는 이유[홀리한 구석]

박경은 기자 2026. 9. 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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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과 가부좌
서울 종로구 보화선원에서 스님과 수련생들이 가부좌를 틀고 있다.

믿음이 없어도 이상하게 마음이 고요해지는 순간들. 먹고 마시며 다니다가 마주치는 뜻밖의 성스러움. 거창하지 않아도 일상에 숨어 있는 작고 거룩한 순간들을 만나봅니다.

요즘 명상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유튜브에서 명상법을 찾아보거나 따라 하기도 하고 명상과 관련한 책, 용품을 구입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지요. 2030이 템플스테이를 찾는 주요한 이유도 명상을 통해 몸과 마음의 변화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들 합니다.

명상을 한다면 우리는 전형적인 모습을 떠올리게 되지요. 바닥에 두 다리를 포개고 앉는 자세입니다. 어려서부터 익숙하게 보아온 양반다리 말입니다. 부처님이 앉아 있는 모습처럼요. 그런데 불상을 자세히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양반다리하고는 좀 다릅니다. 가부좌입니다. 특히 양발을 각각 반대편 허벅지 위에 얹는 자세를 결가부좌(한쪽 발만 올리는 것은 반가부좌)라고 하는데, 이 결가부좌는 양반다리에 비해 훨씬 힘들고 불편한 자세지요. 마음 편해지려고 명상 수행을 하는데 굳이 저렇게 힘들게 앉아야 하나 싶습니다.

이모저모 궁금한 마음에 명상을 배우러 찾아갔어요. 서울 종로구 보화선원. 중국 선종의 한 갈래인 위앙종 수행처예요. 미국에서 위앙종 선명상을 배워 출가한 현안 스님이 명상을 가르치는 이 도량에는 젊은 여성도 많이 찾아옵니다.

대충 양반다리로 앉으려는데 현안 스님은 자세부터 고칩니다. 일단 앉는 것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는 거죠. 발을 양쪽 허벅지에 올리는 것이 뭐 그리 어렵겠나 싶은가요? 한번 해보세요. 이거 장난이 아닙니다. 겨우 자리를 잡고 앉는데도 발등이 꺾이고 발목이 꼬여 무척 아픕니다. 마치 주리를 트는 게 이런 기분 아닐까 싶을 정도예요. 스님은 참고 30분은 앉아보라고 하시는데 솔직히 5분 버티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명상이고 뭐고 아파서 딴 생각을 할 겨를도 없습니다.

“스님. 명상을 꼭 이 자세로 해야 하나요?”

“반드시 그런 건 아니에요. 하지만 가장 빠르고 효과적이에요.”

“뭐가 그렇게 효과적인 거죠?”

“명상의 기반을 단단하게 하는 가장 좋은 자세라 할 수 있지요.”

그래도 의문은 남습니다. 마음을 닦는 수행인데 몸을 어떻게 놓느냐가 그렇게 중요할까요.

스님은 “몸과 마음이 연결돼 있다”고 설명합니다. 즉 마음을 닦는다는 것은 기분 좋은 상태를 만끽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부정적인 생각을 경험할 때 그것을 인지하고 사라질 때까지 견디면서 인내를 배우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부좌의 불편함은 단점으로 작용하지 않습니다. “편한 자세에서는 아상, 즉 에고가 강화돼요. 불편한 자세여야 에고가 축소됩니다.”

편하고 싶은 마음을 계속 따라가는 대신 불편함을 견뎌보는 것이 수행의 일부라는 설명입니다.

“다들 아프다고 아우성치지 않나요?”

“아프다는 분들 많죠.”

실제로 처음 명상을 배우러 오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하는 말이 “아프다”라고 스님은 말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몸을 혹사시키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리가 불편해서 가부좌가 어려운 경우라면 다른 방법을 써도 된다는군요. 다만 수행을 시작하려면 어떤 방식으로든 불편함을 견디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스님은 강조합니다. 일단 참는 연습부터 해야 뭔가 시작이 된다고요.

이쯤에서 또 물었습니다.

“그러면 가부좌를 잘하면 명상도 잘하는 건가요?”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그 방법을 써서 마음을 닦는 거예요.”

가부좌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경북 경주시 토암산 불국사 설굴암 본존불. 경향신문 자료사진

가부좌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불편하다고 곧바로 다리를 풀어버리는 대신 잠시 그대로 있어보는 것, 부정적인 생각이 떠올라도 곧바로 반응하지 않고 그것이 생겼음을 알아차린 채 지나가기를 기다려보는 것. 현안 스님은 이 두 가지를 같은 수행의 맥락에서 설명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꽤 끈질기게 살아남은 자세입니다. 초기 불교 경전에도 수행자가 다리를 교차해 앉고 몸을 곧게 세워 명상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합니다. 25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수행자들은 비슷한 방식으로 앉아왔습니다. 왜 하필 이 자세가 이렇게 오래 이어졌을까요.

현안 스님은 오랜 수행의 경험을 통해 “가장 증명된,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수많은 수행자가 오랜 시간 이 자세를 택해 온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몸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가부좌가 유리할 수 있다는 실용적인 장점을 보여주는 연구도 꽤 있습니다.

스님에게 숙제도 받았습니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앉아보라는 것이었어요. 처음엔 5분 버티는 것도 고역이었는데 1, 2주 연습하다 보니 신기하게도 조금씩 나아졌습니다. 언제부턴가는 30분 정도는 앉아 있을 수 있게 됐어요.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있어볼까’ 하는 틈이 생겼달까요.

아프면 당장 다리를 풀고 싶은 몸, 불편한 생각이 생기면 당장 어떻게든 해소하고 싶어지는 마음. 그때 곧바로 반응하지 않고 잠시 그대로 있어보는 연습. 스님이 말하는 가부좌의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박경은 선임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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