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도 하는 키스…2150만년 전 인간에게도 왔다

곽노필 기자 2026. 9. 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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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의 기원을 추적한 생체역학 연구부터 물이 튀지 않는 소변기, 땅 속에 속옷을 묻었을 때 일어나는 일을 분석한 연구까지.

'괴짜 연구상'으로 불리는 이그노벨상의 올해 수상자가 발표됐다.

연구를 이끈 마틸다 브린들 교수(진화생물학)는 "이번 연구는 동물들도 키스를 한다는 사실과 함께 영장류 키스의 진화적 기원을 밝혀냈다"며 "이번 수상이 인간이 동물계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밖에 피를 빠는 암컷 모기의 주둥이를 3D 프린팅의 미세 노즐로 활용할 수 있음을 알아낸 연구(기술상), 바퀴벌레의 젖 단백질이 소의 젖 단백질보다 3배 더 많은 에너지를 함유하고 있다는 발견(화학상), 코를 풀 때 날숨 속도가 빠를수록 점액이 더 잘 배출된다는 연구(약학상) 등이 올해 이그노벨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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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호기심 만점’ 이그노벨상의 세계
물 안 튀는 소변기 등 10개 부문 수상
미국 비자 강화 문제로 스위스서 시상
새로운 키스의 정의에 따르면 인간의 키스 역사는 약 2150만년 전 유인원의 조상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Chimpanzee Sanctuary Northwest

키스의 기원을 추적한 생체역학 연구부터 물이 튀지 않는 소변기, 땅 속에 속옷을 묻었을 때 일어나는 일을 분석한 연구까지.

‘괴짜 연구상’으로 불리는 이그노벨상의 올해 수상자가 발표됐다. 이그노벨상은 기발한 상상력으로 웃음과 함께 생각할 거리를 주는 기발한 연구에 주는 상으로, 매년 10월 노벨상 수상자 발표에 앞서 수상자를 발표한다. 시상 분야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해마다 달라진다. 36째인 올해는 10개 분야에서 수상자가 나왔다.

올해도 각 부문에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연구들이 선정됐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생체역학상을 받은 영국 옥스퍼드대의 키스의 기원 연구다.

무엇보다 연구진이 도출한 키스의 정의부터 남다르다. 연구진에 따르면 키스는 ‘입술이나 입 주변 부위의 움직임을 동반하고, 음식물 교환이 없는, 동종 간의 직접적인 구강 접촉을 수반하는 비공격적 상호작용’이다.

연구진이 키스를 이렇게 복잡하게 정의한 것은 키스의 진화적 기원을 추적하기 위해선 종을 초월해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범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영장류는 물론 북극곰, 일부 조류, 심지어 개미도 키스를 하는 동물로 분류된다.

윗줄은 동물 왕국의 키스. 시계 방향으로 붉은털원숭이, 바닷새 갈라파고스 알바트로스, 북극곰, 늑대, 다람쥐과의 프레리도그. 아랫줄은 키스가 아닌 입맞춤 행동. 왼쪽부터 음식을 입으로 미리 잘게 씹어 새끼에게 입으로 전해주는 오랑우탄, 개미 간의 음식물 교환, 입으로 싸움을 벌이는 하스돔과 물고기. Evolution and Human Behavior

구강 미생물 공유한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인간의 키스 역사는 약 2150만년 전 대형 유인원의 조상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이다.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은 45만∼75만년 전 갈라졌지만, 구강 미생물은 11만∼14만년 전에야 서로 다른 균주로 분리됐다. 이는 두 종이 분화된 후에도 한동안 미생물 종을 서로 공유했다는 걸 시사한다.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은 서로 키스를 나눴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연구를 이끈 마틸다 브린들 교수(진화생물학)는 “이번 연구는 동물들도 키스를 한다는 사실과 함께 영장류 키스의 진화적 기원을 밝혀냈다”며 “이번 수상이 인간이 동물계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말했다.

땅에 묻기 전의 새 속옷(왼쪽)과 두 달 동안 땅에 묻혀 토양 미생물에 의해 분해된 속옷(오른쪽). Nicolas Zonvi

속옷 1000벌을 2달 동안 땅에 묻었더니

스위스 취리히대 연구진은 속옷 매장 연구로 토양과학상을 수상했다. 이들은 25개국 이상의 시민 과학자들과 함께 속옷(면직물 팬티) 1000벌과 티백을 함께 땅에 묻었다가 두 달 뒤 파내, 각국의 토양 건강 상태를 조사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속옷은 집 정원에서 가장 빨리 분해된 것으로 나타났다. 집 정원은 유기물 함량도 가장 높았다. 미생물이 가장 적은 토양은 잔디밭이었으며, 농경지와 초원은 그 중간이었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토양 자체의 특성보다는 토지를 어떤 용도로 이용하느냐가 토양의 생물학적 활성도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왼쪽부터 1917년 마르셀 뒤샹의 예술작품 `샘\'에 등장하는 소변기, 현대의 소변기, 연구진이 고안한 소변기 코르누코피아(Cornucopia)​와 노틸러스(Nautilus)​. PNAS NEXUS

소변이 튀지 않는 각도는 30도

물리학상은 일상 속 불편함을 과학으로 해결한 재치가 돋보였다. 캐나다 워털루대 연구진은 소변기에서 소변 물이 튀는 원인을 실험적으로 분석해, 튀는 양을 일반적인 수준의 1.4%까지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소변기를 고안했다.

이 소변기 설계의 핵심은 소변 줄기가 도자기 표면에 닿는 각도를 작게 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우선 개들이 소변을 볼 때 소변이 튀지 않는 최적의 각도로 다리를 드는 것에 착안해, 이를 컴퓨터 모델로 분석해 사람에게 가장 적합한 각도가 30도라는 걸 밝혀냈다. 다음 과제는 사람의 키가 크든 작든 상관없이 이 각도를 유지할 수 있는 소변기를 고안하는 것이었다. 연구진은 앵무조개 껍데기의 곡선 구조에서 영감을 얻어 시제품을 만들어 실험한 결과 놀랍게도 단 한 방울도 튀지 않는 걸 확인했다.

부유한 사람들은 운전 중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우선 통행을 무시하는 경향이 더 강했다. PNAS

부유층일수록 ‘보행자 우선’ 무시하는 경향 강해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부유한 사람들이 저소득층 사람들보다 비윤리적인 행동에 참여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걸 보여주는 7개의 실험 연구로 경제학상을 받았다.

실험 결과 부유한 실험 참가자들은 운전 중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우선 통행을 무시하거나, 직장에서 거짓말을 하거나, 소액의 돈을 따기 위해 게임에서 부정행위를 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연구를 이끈 폴 포크 교수(사회심리학)는 “한 실험에서는 아이들을 위해 따로 사탕 그릇을 놓았는데, 놀랍게도 부유한 사람들이 사탕을 훨씬 더 많이 가져갔다”고 말했다. 부자들은 실험에서 특권 의식을 보여줬으며, 탐욕을 긍정적인 특성을 여기는 경향이 강했다.

살모사는 어리고 몸집이 작을수록 더 잘 무는 경향을 보인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어리고 몸집 작은 뱀이 더 잘 문다

생물학상은 살모사는 낮에 기온이 높을 때, 또 사람이 머리를 밟았을 때 더 많이 무는 경향이 있으며 어린 뱀과 암컷, 몸집이 작은 뱀이 더 잘 문다는 브라질의 연구에 돌아갔다. 그러나 이 연구는 뱀을 밟는 행위에 대한 윤리적 승인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서 논문이 철회됐다.

이밖에 피를 빠는 암컷 모기의 주둥이를 3D 프린팅의 미세 노즐로 활용할 수 있음을 알아낸 연구(기술상), 바퀴벌레의 젖 단백질이 소의 젖 단백질보다 3배 더 많은 에너지를 함유하고 있다는 발견(화학상), 코를 풀 때 날숨 속도가 빠를수록 점액이 더 잘 배출된다는 연구(약학상) 등이 올해 이그노벨상을 받았다.

이그노벨상을 제정한 마크 에이브럼스가 시상식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연구자들, 처음엔 우습게 취급하다 지금은 반색

시상 분야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해마다 달라진다. 36째인 올해는 10개 분야에서 수상자가 나왔다. 올해 이그노벨상 시상식은 지난 3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렸다. 미국이 아닌 곳에서 시상식이 열린 것은 이그노벨상 36년 역사상 처음이다.

이그노벨상을 제정한 마크 에이브럼스는 올해 초 미국 정부의 비자 및 이민 단속 강화 기조를 지적하며 “기자나 수상자들이 미국을 방문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는 이유로 개최지를 변경했다. 지난해 시상식에선 미국의 비자 제한 조처로 10개 수상팀 중 거의 절반이 참석하지 못했다. 내년 시상식은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2028년에는 다시 취리히에서 개최된다.

이그노벨상은 1991년 미국 하버드대의 과학잡지 ‘기발한 연구 연보’(AIR)가 과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만들었다.

처음엔 과학자들이 이그노벨상 수상을 다소 모욕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기도 했으나, 지금은 많은 연구자들이 자신의 경력에 도움이 되는 기회로 보고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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