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안데스 빙하 소송' 히말라야에서 다시 제기된다면

한승호 2026. 9. 5.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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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스산맥 기슭에 사는 페루의 한 농부는 2015년 기후변화 원인 제공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독일의 거대 전력기업 RWE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집 옆에 있는 호수에 빙하 녹은 물 유입이 많아져 집을 잃을 위험에 처했다며 RWE 발전소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0.47%)에 해당하는 1만7천유로(약 3천만원)를 보상해줄 것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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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 녹아 집 잃을 위험"…기후변화 기업 책임에 경종 울려
히말라야 빙하 녹는 동안 개인이 배출한 탄소도 쌓이고 있어
스핑크스 관측소 옥상에서 바라본 알레치 빙하의 모습 [촬영 조승한]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안데스산맥 기슭에 사는 페루의 한 농부는 2015년 기후변화 원인 제공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독일의 거대 전력기업 RWE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집 옆에 있는 호수에 빙하 녹은 물 유입이 많아져 집을 잃을 위험에 처했다며 RWE 발전소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0.47%)에 해당하는 1만7천유로(약 3천만원)를 보상해줄 것을 청구했다.

10년을 끈 끝에 지난해 법원은 빙하가 녹아 소송을 제기한 농민의 집을 덮칠 확률이 30년간 1%에 불과하다는 전문가 의견을 들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이 소송은 기후변화에 대한 탄소 다량 배출기업의 책임에 경종을 울린 상징적인 소송으로 꼽힌다.

최근 네팔과 중국 국경의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빙하 쓰나미'로 인한 대홍수로 1천300명에 육박하는 사망자와 5천명이 훨씬 넘는 실종자가 발생했다. 이재민들의 생활 터전을 비롯한 전체 피해를 복구하는데 최대 7조원이 들 것으로 추산될 정도로 막대한 피해를 냈다.

이번 재해는 지난달 26일 히말라야의 네팔 영토 내 약 5천200m 지점에서 빙하와 암석이 무너지면서 쏟아져 내린 거대한 규모의 토석류가 빙하호 붕괴를 유발하면서 대홍수로 이어진 것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확한 원인은 조사를 좀 더 해봐야 알겠지만, 지구온난화로 히말라야 산악지대에 있는 빙하가 녹아내리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 배출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적은 수준인 네팔의 산악지대 주민들이 온난화로 인한 대가를 치른 셈이다.

네팔 정부가 이번 대홍수를 기후변화에 따른 재앙으로 규정하고 중국, 미국, 인도 등 세계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들에 보상을 청구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네팔은 "자선의 문제가 아니라 법적·도덕적 책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번 재해가 온난화라는 원인만으로 발생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온난화가 히말라야의 빙하와 빙하호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이런 재해의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피해 예방과 취약계층 보호에 커다란 과제도 던져줬다.

전 지구적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특정 국가나 대기업에만 물을 수도 없다. 비중은 상대적으로 아주 작을 수 있지만 개인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만약, 안데스 빙하와 관련한 페루 농민의 소송과 같은 사례가 이번 히말라야 재해에서 다시 제기된다면 어떻게 될까?

안데스 소송 피고 기업 RWE의 대변인은 "이런 청구가 가능하다면 모든 운전자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페루 농민이 개인 문제로 좁혀 피해 가능성이 극히 낮아졌고 기업의 책임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패소했지만, 피해의 인과관계를 규명한 집단적 소송이 이뤄지면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벌어진 비극도 마냥 '나와 상관없는 일'로만 여길 수 없다. 히말라야의 빙하가 녹는 동안 우리가 배출한 탄소도 어디엔가 쌓이고 있다. 기후재난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것처럼, 그 책임 역시 언젠가는 '남의 책임'으로만 남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실감이 안 된다면, 어느 날 갑자기 탄소 배출 감소 노력을 게을리해 이번 재해의 원인을 제공했다며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의 피고인으로 출석해달라는 통지서가 집으로 날아드는 상황을 상상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h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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