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터널 안에 생존자 있다" 네팔 홍수, 구조 늦어지는 이유 [재난으로 온 기후위기①]

한승곤 2026. 9. 5.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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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네팔 보테코시강·트리슐리강 일대에서 발생한 홍수·산사태로 마을과 수력발전 시설, 도로와 교량이 잇따라 파괴됐다. 현장 피해와 공개 자료를 토대로 상류의 얼음·암석 붕괴, 산악 지형, 하천 주변 개발이 재난에 미친 영향을 살펴봤다. 지난달 네팔 히말라야 계곡에서 발생한 홍수·산사태로 수력발전소 터널에 실종자가 고립되고 마을과 도로, 교량이 무너졌다.

AP통신은 4일(현지시간) 네팔 구조대가 트리슐리 3A 수력발전소 지하 터널에서 노동자 2명을 구조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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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계곡 덮친 얼음·암석·진흙]
수력발전소 터널로 향한 실종자 수색
하천 주변 개발까지 겹친 재난 피해 구조
[누와콧=AP/뉴시스] 돌발 홍수에서 살아남은 한 소녀가 지난 8월31일(현지시간) 네팔 누와콧 지역 비두르의 이재민 임시 대피소로 사용되고 있는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2026.09.04. /사진=뉴시스

지난달 26일 네팔 보테코시강·트리슐리강 일대에서 발생한 홍수·산사태로 마을과 수력발전 시설, 도로와 교량이 잇따라 파괴됐다. 현장 피해와 공개 자료를 토대로 상류의 얼음·암석 붕괴, 산악 지형, 하천 주변 개발이 재난에 미친 영향을 살펴봤다.<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네팔 히말라야 계곡에서 발생한 홍수·산사태로 수력발전소 터널에 실종자가 고립되고 마을과 도로, 교량이 무너졌다. 전문가들은 빙하와 영구동토층 변화로 약해진 산사면에서 얼음·암석이 붕괴한 뒤 좁은 계곡과 하천 주변 시설을 따라 급류와 토석류가 하류로 쏟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터널 안으로 옮겨간 수색

AP통신은 4일(현지시간) 네팔 구조대가 트리슐리 3A 수력발전소 지하 터널에서 노동자 2명을 구조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6일 홍수가 발생한 지 9일 만이다. 구조대는 터널 안에서 사람 목소리를 듣고 두 사람의 위치를 확인했다. 구조된 노동자들은 카트만두 병원으로 옮겨졌고, 이 가운데 1명은 위중한 상태로 전해졌다.

네팔 당국과 전력업계는 수력발전 사업장 12곳에서 노동자 약 900명이 실종됐고, 이 가운데 500명가량이 여러 터널 안에 갇힌 것으로 보고 있다. 트리슐리 3A 터널에만 115명가량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외신에 따르면 구조된 노동자 중 1명은 터널 안에 다른 생존자가 더 있다고 밝혔다. 비크람 티밀시나 네팔 통신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을 구조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구조가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접근로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번 홍수는 물길만 넘친 재난이 아니라 얼음, 바위, 토사가 함께 내려온 토석류에 가까웠다. 터널 입구와 발전소 주변은 진흙과 암석으로 덮였고 일부 도로와 교량은 끊겼다. 헬기와 굴착기가 투입돼도 장비를 어느 지점까지 들여보낼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영국 가디언은 같은 날 구조 당국을 인용해 구조된 노동자 2명이 지하 약 170m 지점에서 발견됐다고 전했다. 구조대는 라수와가디 수력발전소에서도 지하 공간에 노동자가 남아 있을 가능성을 두고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산악 지역 터널은 내부 구조를 모르면 진입 자체가 어렵다. 물이 빠진 뒤에도 흙과 돌이 내부를 누르고 있으면 구조대가 곧바로 들어가기 힘들다.

물 아니라 흙과 바위가 내려와

(출처=연합뉴스)

네팔 국가재난위험경감관리청에 따르면 이번 홍수로 네팔에서 최소 1287명이 숨지고 5000명 이상이 실종됐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티베트 쪽 사망자가 31명, 실종자가 531명이라고 전했다. 네팔 재난 당국은 주택과 기반시설 피해액을 최소 3875억 네팔루피, 미화 약 25억달러로 추산했다.

피해는 하천 주변 기반시설에 집중됐다. 유니세프는 라수와와 다딩 지역 어린이들이 집과 교실, 의료시설을 잃었다고 밝혔다. 학교 18곳은 완전히 파괴됐고 20곳은 피해를 입었다. 보건시설도 최소 4곳이 심각하게 손상됐다. 도로와 교량, 수력발전 시설, 상수도, 통신망도 곳곳에서 훼손됐다.

네팔 수문 당국의 초기 설명은 상류의 하천 폐색과 임시 호수 형성에 맞춰져 있다. 카트만두포스트는 네팔 수문기상국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 당국에서 받은 위성사진에 미테리교 상류 약 20㎞ 지점의 하천 폐색 흔적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비노드 파라줄리 네팔 수문기상국 홍수예보과장은 "빙폭과 산사태가 보이고, 얼음과 잔해로 된 호수가 만들어졌다가 터졌다"고 밝혔다.

파라줄리 과장은 물에 섞인 잔해가 파괴력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맑은 물만 내려왔다면 이 정도 파괴는 없었을 것"이라며 "잔해가 물과 섞이면서 수심이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네팔 수문기상국은 사고 전후 라수와 지역에 폭우가 내리지 않았다고 했다. 이번 홍수가 상류 빙하·암석 붕괴, 하천 폐색, 임시 호수 붕괴 여부를 중심으로 조사되는 이유다.

협곡 따라 놓인 도로, 터널까지 덮쳤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은 2일 JTBC '더in터뷰'에서 지난 5월 말 사고 지역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엄 대장은 라수와 지역을 두고 "계곡이 점점 좁아지는 것 같으면서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V자 형태인데 양쪽에 깎아지는 절벽 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경 검문소 주변에 순례객과 차량이 몰려 있었고, 계곡 주변 도로 유실과 공사 현장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엄 대장은 구조 작업의 위험도 상류 상황과 함께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위에서 또 다른 2차 홍수가 발생될지도 모른다"며 "상부의 변동 사항들을 예의주시하면서 비상 체계를 갖춰 놓고 구조 활동을 하는 게 안전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네팔이 몬순 기간이라는 점도 수색 현장의 불안 요인으로 설명했다.

하천 주변 개발도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분석됐다. 네팔은 산악 하천의 큰 낙차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수력발전 사업을 확대해 왔다. 발전소는 취수 시설, 터널, 발전동, 접근도로를 산악 지형 안에 둔다. 전력 생산에는 유리하지만, 급류와 토석류가 같은 계곡을 따라 내려올 경우 노동자와 시설이 한꺼번에 위험에 노출된다.

AP통신은 홍수와 산사태로 마을과 도로가 휩쓸리고 히말라야 일대가 진흙과 잔해로 뒤덮였다고 전했다. 일부 학교는 임시 대피소로 사용되고 있다. 집을 잃은 주민들은 구호품을 기다리고 있으며, 수력발전소 터널에 고립된 실종자 가족들은 수색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터널 수색은 붕괴한 구조물과 토사 때문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국은 과거 트리슐리 3A 터널에서 매몰 노동자가 구조된 사례를 참고해 생존 가능성을 확인하며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빙하가 바뀐 산, 경보가 어려운 하천

사진=연합뉴스

이번 홍수의 시작 지점과 경로는 현장 조사로 더 확인돼야 한다. 다만 히말라야 고산 지대의 빙하와 영구동토층 변화는 여러 연구에서 확인됐다. 국제산악통합개발센터(ICIMOD)는 2023년 발표한 '힌두쿠시 히말라야의 물, 얼음, 사회, 생태계' 보고서에서 2011~2020년 이 지역 빙하 소실 속도가 이전 10년보다 65% 빨라졌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현재 배출 경로가 이어질 경우 금세기 말 힌두쿠시 히말라야 빙하가 현재 부피의 최대 80%를 잃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구동토층 감소는 고지대 산사태와 기반시설 피해를 키우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빙하가 물러나고 얼어 있던 지반이 약해지면 산비탈이 불안정해지고, 무너진 흙과 바위가 하천을 막아 임시 자연댐을 만들 수 있다.

이번 홍수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히말라야의 기온 상승으로 빙하와 영구동토층이 약해진 상태에서 얼음·암석 붕괴가 산사태와 토석류, 급류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계곡에 들어선 마을과 수력발전 시설은 하천과 가까워 피해에 노출됐으며, 국경을 넘는 하천에서는 원인 규명보다 상류의 이상 변화를 먼저 감지해 하류에 경보를 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보가 실제 대피로 이어지려면 주민의 신뢰와 대응 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맷 웨스토비 영국 플리머스대 자연지리학 부교수는 영국 과학미디어센터 전문가 논평에서 "고산 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따뜻해지는 지역 가운데 하나"라며 "줄어드는 빙하와 녹는 영구동토층은 산비탈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낙석, 산사태, 눈사태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력발전 같은 기반시설이 산악 지역으로 들어가면서 물과 진흙, 암석이 내려오는 계곡에 더 많은 사람이 노출된다고 밝혔다.

리즈 스티븐스 영국 레딩대 기후위험·회복력 교수도 같은 논평에서 "사람들은 급류 홍수를 폭우가 일으킨다고 생각하지만 네팔과 티베트 같은 고산 지역에서는 산사태, 눈사태, 빙하호 붕괴가 이어지는 복합 재난으로도 발생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복잡성 때문에 조기경보가 특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누와콧=AP/뉴시스]최근 돌발 홍수로 집을 잃은 네팔 어린이들이 지난 3일(현지 시간) 네팔 누와콧 지역의 한 학교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 교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2026.09.04. /사진=뉴시스

아울러 국경을 넘는 하천에서는 상류 정보가 곧 대피 시간으로 볼 수 있다. 보테코시강은 티베트 쪽 고산 지대에서 네팔 라수와로 흘러든다. 상류에서 빙하가 무너지거나 물길이 막히면 하류 주민과 노동자는 짧은 시간 안에 위험에 놓일 수 있다. 사고 원인을 모두 확인한 뒤 경보를 시작하면 현장 대피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제프 다 코스타 레딩대 수문기상위험·조기경보·재난위험 연구자는 "조기경보를 위해서는 하류에서 행동을 시작하기 전에 상류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반드시 알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강에서 갑작스럽고 이례적인 변화가 나타나면 원인을 확인하는 동안에도 주민들에게 경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나 클로크 레딩대 기상·기후과학 교수는 "예보의 정확도, 센서의 품질, 통신망의 도달 범위만으로 조기경보의 성공이 결정되지 않는다"며 "사람들이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고, 신뢰하고, 행동하는지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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